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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10 09:47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내 첫사랑, 안녕… 무난한 감색 난방이 잘 어울리던 그 애. 보라색을 가장 좋아했던 그 애. 4월의 화사한 벚꽃 같은 이목구비의 그 애만 생각하면, 얼굴은 항상 빨개지고 애간장이 탔다. 사소한 오해 때문에 헤어지게 된 그 애. 그 애는 김해김씨였다. 워낙에 숫기가 없어서 부끄럼도 많이 탔지. 혼자인 게 낫다며, 사람 많고 붐비는 곳을 싫어하던 너. 역마살이 있어서 항상 돌아다니느라 대화도 많이 못해봤지만 패기와 열정이 가득한 쾌활한 성격에 나도 모르게 조금씩 빠져 들어가고 있었지. 사소한 오해의 발단은 이랬다. 전화가 왔었다. 전화벨 소리가 트로트였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여보세요?” “응. 너 계좌번호가 뭐니?” “**&&&&번이야.” “그래 알았어.” 내 계좌번호를 불러주자 그 애가 알았다며 끊었다. 얼마 후 백만 원이 입금됐다. 어이가 없다. 누가 돈이 필요하댔나? 무심코 간장게장에 밥을 비벼먹다가 부르르 치를 떨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명예훼손죄로 확 고발할까?? 왜 돈을 입금했을까? 내가 항상 돈 없다고 질질 짜서? 화가 나서 따졌다. 늦은 밤, 실례를 무릅쓰고 그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네가 이럴 수 있니? 내가 언제 너한테 돈 달라고 했냐고!” 자다가 전화를 받았는지 그 애가 버럭 화를 냈다. “무슨 해괴망측한 얘기야? 잠깐 계좌번호 빌린 건데. 백만 원 다시 돌려줘. 그리고 다신 내 눈에 띄지 마라. 건투를 빈다.” 어이가 없다. 하긴. 백만 원을 그냥 줄 타입이 아닌데. 웹 디자이너였어도 매번 더치페이를 고집하고, 지하상가에서 사준 2만 원짜리 가보시 힐도 투덜대며 사준 그 애. 역시 그런 걸까. 고정관념일 뿐이라 여겼던 외숙모 말이 맞았다. 연애할 때 남자의 애정도는 돈 씀씀이와 비래한다고. 에잇~ 요크셔테리어 같은 자식! 빌려간 내 의료보험카드나 돌려줄 것이지. 쓰지도 못한 백만 원 입금 때문에 헤어지다니 압권이다. 하하하.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몰려온다. 남들이 들으면 평생 놀림감이 되겠지. 괜찮아. 벌써부터 지레 겁먹지 말자. 너의 반려자가 될. 십자수와 꽃꽂이에도 일가견 있고 디테일마저 사랑스런, 나같이 나무랄 데 없는 맏며느리 감을 놓친 건 너의 실수. 굿 바이. 다신 만나지 말자. Never. - 꼐속 -
14/02/10 10:43
으악 첫 문장부터 '숲으로 돌아갔다' 라는 문구때문에 한참을 고민했네요.
'뭔가 은유적인 표현인건가?'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같은 그런건가?' 싶었는데.. 수포.. 수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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