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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1/27 11:28:06
Name Darth Vader
Subject [기타] [기타] Love Is a Fallacy
나는 냉철하고 논리적이었다. 신랄함, 주도면밀함, 총명함, 예리함 --- 나는 그 모든 것의 화신이었다. 나의 두뇌는 발전기만큼이나 강력했고 화학자의 저울만큼이나 정확했으며 메스와 같이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다. - 그리고 생각해 보라! - 난 겨우 18살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젊은 사람이 그렇게나 위대한 지성을 가진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미네소타 대학 시절 나의 룸메이트였던 피티 버치(Petey Burch)를 예로 들어보자. 같은 나이에다, 같은 환경이었지만, 그는 완전 얼간이였다. 뭐 당신도 이해하겠지만, 충분히 좋은 녀석이긴 했으나 머리는 텅텅 비어 있었던 거다. 감정적인 타입. 불안정했고. 남들에 의해 쉽게 휘둘렸다. 정말 최악인 건 그가 유행의 추종자란 점이었다. 유행은 이성의 대척점에 서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내게 있어 유행이란, 매번 새로운 유행의 광풍이 지나갈 때마다 거기에 휘말리고, 모든 이들이 그걸 한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얼간이짓에 뛰어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피티에겐 그렇지 않았나보다.

어느 오후 나는 피티가 내가 척 봐도 맹장염이라고 진단내릴 정도로 고통스런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움직이지마." 내가 말했다. "변비약 먹지 마. 내가 의사를 데려올테니."

"너구리." 그가 알아듣기 힘들게 중얼거렸다.

"너구리?" 나는 뛰쳐나가다가 멈춰서서 물었다.

"너구리 코트를 갖고 싶어." 그가 울부짖었다.

난 그의 문제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너구리 코트가 왜 갖고 싶은 건데?"

"진작 알았어야 했어." 그는 관자놀이를 마구 두드리며 외쳤다.

"챌스턴 댄스의 유행이 돌아왔을 때 너구리 코트도 다시 유행을 탈 거라는 걸 알았어야 했어. 바보같이 난 교재를 사는 데 돈을 다 써버려서 이젠 너구리 코트를 살 수가 없단 말야."

"네 말 뜻은," 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사람들이 정말 너구리 코트를 다시 입고 있단 거야?"

"대학 내 멋쟁이들은 다 입어. 너 어디 짱박혀 있었냐?"

"도서관에." 나는 대학의 멋쟁이들은 자주 가지 않는 곳을 언급했다.

그는 침대에서 껑충 뛰어 내려 문을 마주봤다. "난 너구리 코트를 사야만 해." 그는 미친듯이 말했다. "사야만 한다고!"

"피티, 왜? 이성적으로 생각하자고. 너구리 코트는 불결해. 거기다 털도 빠지고 냄새도 더러워. 또 너무 무겁고 말야. 보기 흉하기도 하지. 그리고 그건..."

"넌 이해 못해." 그가 참지 못하고 말을 잘랐다. "그게 유행이라고. 넌 유행을 따르고 싶지 않단 말야?"

"전혀." 나는 정직하게 말했다.

"난 따를래."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난 너구리 코트를 위해선 어떤 대가라도 치를 수 있어. 어떤 것이라도!"

나의 두뇌는 정밀기계처럼 돌아갔다. "어떤 것이라도?" 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어떤 것이라도." 그가 낭랑한 목소리로 긍정했다.

나는 턱을 두드리며 곰곰히 생각했다. 마침 나는 어디에 가면 너구리 코트를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나의 아버지도 대학시절에 그걸 입고 다녔었는데, 그건 이제 우리집 다락 트렁크에 모셔져 있었던 것이다. 또 때마침 피티는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 그가 주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는 우선권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의 여자친구, 폴리 에스피(Polly Espy)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폴리 에스피를 오랫동안 탐내왔다. 이 젊은 여성에 대한 나의 욕망은 전혀 감정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그녀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아가씨였지만, 나는 심장이 두뇌를 지배하게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빈틈없는 계산에 따라 전적으로 지적인 이유에서 그녀를 원했다.

나는 법대 1학년이었다. 수년 안에 나는 사회로 진출할 것이었다. 나는 변호사 경력 쌓는 데 있어 그럴싸한 아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의 관찰에 따르면 성공한 변호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아름답고 품위있고 지적인 여성들을 아내로 맞이하였다. 한 가지만 제외하면 폴리는 이 조건명세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그녀가 아름답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아직 어려서 완벽한 몸매 비례를 지닌 미인이라고 하긴 힘들었지만, 나는 시간이 그러한 결여를 채워주리라 여겼다. 그녀는 이미 소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품위가 있었다. 기품이 넘쳐 흘렀다는 뜻이다. 그녀는 단정한 행동거지와 여유있는 태도, 그리고 최고의 가정교육을 받았음을 드러내는 몸가짐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식사 예절은 너무나 우아했다. 나는 그녀가 코지 캠퍼스 코너(Kozy Kampus Korner)에서 저민 팝 로스트(pop roast)와 그레이비 소스(육즙소스), 빻은 땅콩과 절인 양배추를 넣은 스페셜 하우스 샌드위치를 손가락 하나 더럽히지 않고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녀는 전혀 지적이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정반대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나는 나의 지도 아래 그녀가 더 똑똑해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어느 정도는 시도해 볼 가치가 있었다. 어쨌거나 똑똑하고 못생긴 여자를 예쁘게 만드는 것보단 아름답고 멍청한 여자를 똑똑하게 만드는 게 더 쉬운 법 아니겠는가?

"피티," 내가 말했다. "폴리 에스피를 사랑하니?"

"난 걔가 멋진 애라고 생각해." 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걸 사랑이라 할 수 있을진 모르겠네. 왜?"

"너 그녀와 사귀자고 정식으로 약속한 적 있어? 내말뜻은 너와 걔 사이에 연애랄까 아님 그런 비슷한 뭔가가 진행되고 있냔 말이지. " 내가 물었다.

"아니. 우리가 서로 좀 자주 만나긴 하지만, 우린 다른 사람들과도 데이트 해.

"그녀가 특별한 애정을 지닌 다른 남자가 있어?"

"내가 아는 한 없어. 왜?"

나는 만족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자면, 네가 빠지면 골키퍼는 없단 얘기군. 맞지?"

"그렇겠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냐." 나는 천진난만하게 말하고는 옷장 속에서 내 옷가방을 꺼냈다.

"어디 가?" 피티가 물었다.

"주말은 가족과 함께." 나는 몇 가지 물건들을 가방 안에 던져넣었다.

"이봐, " 그는 내 팔을 붙잡으며 간절히 말했다. "집에 가 있는 동안 네 아버지한테 돈 좀 타내서 나한테 좀 빌려줄 수 없겠니? 너구리 코트 좀 사게, 응?"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나는 알 수 없는 윙크를 날리곤 가방을 챙겨 떠났다.

. . .

"이것 봐." 다음 월요일 아침 돌아온 나는 옷가방을 열어젖히고 내 아버지가 1925년 스터츠 베어캣을 타고 다니면서 입었던 거대하고 북실북실하며 냄새나는 그것을 피티에게 보여줬다.

"후와!" 그는 경이롭다는 듯 말했다. 그는 양손을 너구리 코트에 찔러넣고는 그의 얼굴을 문질러댔다. "후와!" 그는 열 다섯 번 내지 스무 번은 반복했다.

"맘에 드니?" 내가 물었다.

"당근이지!" 그는 그 지저분한 털가죽을 꼭 끌어안으며 외쳤다. 그 다음 의심스런 눈초리로 물었다.

"근데 너 뭘 원하는 거야?"

"네 여자친구."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폴리?" 그는 충격을 먹은 듯 속삭였다. "네가 원하는 게 폴리라고?"

"바로 그래."

그는 머리를 내저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좋아. 유행을 따라가고 싶지 않다면야, 네 맘이지 뭐."

나는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는 척 했지만, 곁눈질로 피티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혼이 나간 것 같았다. 처음에 그는 빵집 창문을 쳐다 보는 부랑아같은 표정으로 코트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는 더욱 더 갈망하는 표정으로 다시 코트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지만, 이번엔 그렇게 결연하지 못했다. 그의 고개는 왔다 갔다 춤을 췄으며 욕망은 쌓여만 갔고 결의는 무너져갔다. 끝내 그는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그는 서서 미칠듯한 욕망에 싸여 코트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내가 폴리를 사랑했거나," 그가 웅얼웅얼 말했다. "걔랑 사귄 거나 그런 것도 아니니까."

"바로 그거야." 내가 속삭였다.

"내게 폴리는 뭘까? 또 나는 폴리에게 무엇일까?"

"아무것도 아니지." 내가 말했다.

"그냥 만났다 헤어지곤 하는 그런 애들이랑 같은 거야. 한번 웃고 잊어버리는 거지."

"코트를 입어보렴." 내가 말했다.

그는 코트를 낚아챘다. 코트는 너무 길어서 위로는 귀까지 덮어버렸고 아래로는 신발끝까지 내려와 질질 끌렸다. 그는 죽은 너구리들의 무덤같이 보였다. "잘 어울려." 그는 행복해하며 말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거래가 성사된 거지?" 나는 악수를 청하며 물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거래가 된 거야." 그는 악수를 받으며 말했다.

이튿날 저녁 나는 폴리와 첫 번째 데이트를 했다. 그건 사전조사 같은 것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기준까지 그녀의 지적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할지 알고 싶었다. 나는 우선 그녀와 저녁을 먹었다.

"헤에, 여기 대따 맛난다." 우리가 레스토랑을 떠날 때 그녀가 말했다.

그 다음 나는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헤에, 짱 즐거웠어." 작별인사를 하며 그녀가 말했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내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내 작업의 규모를 너무나도 과소평가했었던 것이다. 이 여자의 지식수준은 초딩 수준이었다. 더구나 그녀에겐 지식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았다. 우선 그녀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야만 했다. 이건 너무 엄청난 프로젝트인 것 같아 보였기 때문에, 처음엔 그녀를 다시 피티에게 돌려줄까 하는 유혹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풍만한 육체적 매력, 그녀의 우아한 걸음걸이, 그녀의 기품있는 테이블 매너를 떠올리고는 한번 노력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다른 모든 일에서와 마찬가지로 나는 이 프로젝트 역시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나는 우선 그녀에게 논리학을 가르칠 심산이었다. 법대생이었던 나는 마침 논리학 강의를 듣고 있었고 때문에 나는 논리학에 빠삭했다. 그 다음 데이트를 한 날 내가 말했다. "폴리, 오늘밤엔 아크로(Knoll, 언덕)에 올라가서 함께 얘길 나눌 거야."

"앙, 신난다." 그녀가 대답했다. 폴리에 대해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말 잘듣는 여자애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학인들이 회합 장소인 아크로에 올라가 늙은 떡갈나무 아래에 앉았다. 그녀는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무슨 얘기 할 건데?" 그녀는 물었다.

"논리학."

그녀는 잠깐 동안 곰곰히 생각하더니 그것을 좋아하기로 결심했다. "끝내준다." 그녀가 말했다.

"논리학은,"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사고에 대한 과학이야. 우리가 정확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려면, 우리는 우선 흔히 저지르는 논리적 오류를 깨닫는 것을 배워야만 해. 이게 우리가 오늘밤에 다룰 내용이야."

"앗싸!" 그녀는 기쁨에 겨워 손뼉까지 치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잠시 아찔했지만 꾹 참고 말을 이었다. "우선 우연의 오류(Dicto Simpliciter)에 대해 알아보자."

"좋아좋아." 그녀가 속눈썹을 깜빡거리며 재촉해댔다.

"우연의 오류는 한계가 지어지지 않은 일반론에 근거한 논증을 의미해. 예를 들어 볼게. 운동은 좋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운동을 해야만 한다. "

"폴리,"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이 논증은 오류야. '운동은 좋다'는 건 한계가 지어지지 않은 일반론이야. 예컨대, 만약 네가 심장병을 앓고 있다면, 운동은 좋은 게 아니라 오히려 나쁠 거야. 그러니까 어떤 이들에겐 운동이 좋지 않고 오히려 나빠. 많은 사람들이 주치의로부터 운동을 하지마라는 처방을 받아. 너는 일반론을 제한해야만 해. 넌 운동은 일반적으로 좋다, 또는 운동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다라고 말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넌 우연의 오류를 범하게 될 거야. 이해하겠니?"

"아니." 그녀는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짱 재밌다. 또 해줘! 또 해줘!"

"내 소매좀 그만 잡아당겨줬으면 좋겠다." 그녀가 그만두자 나는 말을 이어 나갔다. "다음은 성급한 일반화(Hasty Generalization)라 불리는 오류야. 잘 들어봐. 넌 불어를 못해. 피티 버치도 불어를 못해. 따라서 난 미네소타 대학의 그 누구도 불어를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어."

"정말이야?" 폴리가 놀라서 물었다. "아무도 못해?"

나는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꾹 참았다. "폴리, 그건 오류야. 그 일반론은 지나치게 성급하게 도출되었다고. 그러한 결론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너무 적잖아."

"또 아는 오류 없니?" 그녀는 흥분해서 물었다. "세상에, 이거 춤추는 것보다 더 재밌다."

나는 절망의 파도를 견뎌야만 했다. 이 여자애와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나는 계속했다. "다음은 원인오판의 오류(Post Hoc)야. 잘 들어봐. 우리 소풍에 빌은 끼워주지 말자. 걔랑 같이가면 언제나 비가 왔잖아."

"나도 그런 애 알아." 그녀가 외쳤다. "우리 고향동네에 사는 여자앤데, 율라 베커라는 애였어. 틀린 적이 없었다니까. 우리가 걜 소풍에 데려가기만 하면...."

"폴리." 나는 날카롭게 말했다. "이건 오류야. 율라 베커는 비를 몰고 오지 않아. 걘 비랑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만약 네가 율라 베커를 비난한다면 넌 원인오판의 오류를 범하는 거야."

"다시는 안 그럴게." 그는 뉘우치는 듯 말했다. "나한테 화났니?"

나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아냐 폴리. 화나지 않았어."

"그럼 오류 얘기 좀 더 해줘."

"좋아. 모순 전제의 오류(Contradictory Premises)에 대해 배워보자."

"앙, 배워보자." 그녀는 행복한 듯 눈을 깜빡이며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눈쌀이 찌푸려졌지만 강의를 계속했다. "여기 모순 전제의 오류의 사례가 있어. 만약 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그는 자신이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돌도 만들 수 있을까?"

"물론이지." 그녀가 즉시 대답했다.

"하지만 그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그는 그 돌을 들 수 있어야 하잖아." 내가 지적했다.

"에," 그녀는 생각에 잠겨 말했다. "글쎄, 그럼 그는 그 돌을 만들 수 없는 거네?"

"하지만 그는 뭐든 할 수 있잖아." 내가 상기시켜줬다.

그녀는 귀엽고 텅빈 그녀의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나 완전히 헷갈려."

"당연히 그럴 거야. 논증의 전제들이 서로 모순적일 땐 논증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지. 무소불위의 힘이 존재한다면 움직일 수 없는 대상은 존재할 수 없어. 반대로 움직일 수 없는 대상이 존재한다면 무소불위의 힘은 존재할 수 없는 거야. 알겠니?"

"이 끝내주는 걸 좀만 더 말해줘." 그녀는 신이 나서 말했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내 생각엔 오늘밤엔 이걸로 끝내는 게 좋겠어. 이제 널 집에 데려다 줄테니까, 넌 오늘 배운 모든 걸 복습하도록 해. 우린 내일 밤에 또 강의시간을 가질 거야."

내가 그녀를 여학생 기숙사에 데려다 주었을 때 그녀는 내게 정말 "완벽한" 저녁이었노라고 말했지만, 나는 시무룩해져 내 방으로 돌아왔다. 피티는 코를 골며 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너구리 코트는 거대한 털복숭이 괴물처럼 그의 발에 감겨있었다. 잠시 동안 나는 그를 깨워 폴리는 다시 네 여자니 잘해보라고 말해줄까 생각했다.  나의 프로젝트는 실패할 운명임이 명백해 보였다. 그 여자애는 논리에 내성을 지닌 머리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는 이미 하루 저녁을 소비했다. 좀더 시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또 누가 아는가? 그녀 정신의 재만 남은 분화구 어딘가에서 아직도 연기를 피우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어쩌면 어떻게든 내가 그것에 부채질을 해서 다시 불꽃으로 타오르도록 만들 방법이 있지 않겠는가. 확실히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았지만 나는 하루만 더 시도해 보리라 결심했다.

다음날 저녁 떡갈나무 아래에 앉아있던 내가 말했다. "오늘밤 우리의 첫 번째 오류는 동정에의 호소(Ad Misericordiam)야."

그녀는 기쁨에 젖어 몸을 떨었다.

"잘 들어." 나는 말했다. "한 남자가 일자리를 구하고 있어. 사장이 그에게 어떤 자격증을 가지고 있냐고 물었더니, 그는 '아내와 여섯 아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내는 장애인이라 아무것도 못하고 아이들은 먹을 것도 입을 옷도 신발도 누워잘 침대도 없는데 땔감조차 없어 겨울을 그대로 맞아야할 형편입니다.'라고 대답했어."

한 줄기 눈물이 폴리의 핑크빛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 너무 안됐어, 정말 안됐어." 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

"그래 너무 안됐지." 나는 동의했다. "하지만 논증이 되진 않아. 그 남자는 그의 자격증에 대한 사장의 질문에 전혀 대답하지 않았어. 대신 그는 사장의 동정심에 호소했던 거야. 그는 동정에의 호소 오류를 범한 셈이지. 이해가 되니?"

"손수건 있니?" 그녀가 울면서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그녀가 눈물을 닦을 동안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은 걸 참느라 안간힘을 썼다. "다음" 나는 신중하게 절제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잘못된 유추의 오류(False Analogy)에 대해 논의할 거야. 여기에 예가 있어. 학생들이 시험치는 동안 그들의 교과서를 보는 걸 허용해야 해. 외과의사들은 진단을 내리는 동안 X레이 사진을 참고하잖아. 목수들도 집을 지을 때 설계도를 참고하지. 그런데 왜 학생들은 시험치는 동안 교과서를 참고해선 안 된단 말이지?"

"내가 들은 것 중에 최고로 멋진 얘기야." 그녀가 열광하며 말했다.

"폴리,"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논증은 완전히 잘못되었어. 의사, 변호사, 목수들은 그들이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험을 치지 않아. 하지만 학생들은 그래. 상황이 전혀 다르니까 넌 그것들 사이에 유추를 적용할 수 없는 거야."

"난 아직도 그게 좋은 생각인 것 같은데." 폴리가 말했다.

"어휴 이 깡통." 나는 중얼거렸다. 나는 꿋꿋하게 참아냈다. "다음에 볼 건 반사실적 가정의 오류(Hypothesis Contrary to Fact)야."

"깔삼하게 들리는데." 폴리가 대꾸했다.

"들어봐. 만약 퀴리부인이 우연히 역청우란광 덩어리가 들어있는 서랍 속에 사진 건판을 넣어두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세계는 라듐에 대해 알지 못했을 거야."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이며 폴리가 말했다. "너 그 영화 봤니? 아, 너무 감동적이었어. 월터 피전(Walter Pidgeon)은 너무 환상적이야. 날 녹여버렸다니깐."

"만약 네가 잠시 피전 씨를 잊을 수 있다면 말인데," 나는 냉담하게 말했다. "난 그 진술이 오류라는 걸 지적하고 싶어. 어쩌면 퀴리부인은 언젠가 더 나중에 라듐을 발견했을 거야. 어쩌면 다른 누군가가 그걸 발견했을 수도 있지.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어. 사실이 아닌 가정으로부터 시작해선 어떤 믿을만한 결론도 도출할 수 없는 거야."

"월터 피전이 나오는 영화를 더 많이 찍어야 했어." 폴리가 말했다. "난 그를 더 이상 보질 못하니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 나는 결심했다. 그러나 단 한 번만이야. 인간의 인내엔 한계란 게 있는 법이니까. "다음 오류는 우물에 독풀기(Poisioning the Well)라고 불러."

"어머나 귀엽네!" 그녀는 꼴꼴거리는 소리를 냈다.

"두 사람이 논쟁 중이었어. 첫 번째 사람이 자릴 박차고 일어나 말했지. '저녀석은 지독한 거짓말쟁이야. 넌 그가 하는 말은 한 마디도 믿으면 안 돼.' .... 폴리, 이제 곰곰이 생각해 봐. 뭐가 잘못되었니?"

나는 그녀가 생각을 집중하느라 보드라운 이마를 찡그리는 것을 세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지성의 희미한 빛이 -- 난 그녀에게서 그런 모습을 처음 봤다 -- 그녀의 두 눈으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그건 불공평해." 그녀는 분개하여 말했다. "조금도 공정하지 않아. 말을 하기도 전에 첫 번째 남자가 두 번째 남자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른다면 두 번째 남자는 어떻게 반박할 수가 없잖아."

"바로 그거야!" 나는 환희에 차 외쳤다. "100% 정답이야. 그건 공정치 못해. 첫 번째 남자는 그 누구도 물을 마시기 전에 우물에 독을 풀어버린 거야. 그는 자신의 논적이 출발하기도 전에 그의 발목을 분질러 버린 거지. ... 폴리, 난 네가 자랑스러워."

"뭐야," 그녀는 기쁨에 얼굴을 붉히며 재잘거렸다.

"얘, 너도 알겠지만 이 오류들은 꽤 어려워. 넌 집중해서 생각하고 시험하고 평가해야만 해. 자자, 우리가 공부한 걸 전부 복습해보자."

"시작해," 그녀는 우아하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

폴리가 완전히 백치는 아니라는 사실에 고무된 나는 내가 그녀에게 말해줬던 모든 것을 차근차근 인내심을 가지고 복습시키기 시작했다. 나는 사례들을 다시 또 다시 또 다시 언급했고, 논증의 결함을 지적했으며, 쉬지 않고 폴리를 단련시켰다. 이것은 터널을 뚫는 작업과도 같았다. 처음에는 힘든 작업과 땀, 칠흑같은 어둠뿐이다. 나는 내가 언제 빛에 다다를지, 혹은 심지어 다다를 수나 있을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굴하지 않았다. 나는 두드리고 후벼파고 도려냈으며 결국 보상을 받게 되었다. 나는 한 줄기 빛이 새어나오는 틈을 보았다. 그리고 그 틈은 점점 더 커졌고, 태양이 드러나 온 세상이 밝아졌다.

이 책을 가지고 닷새 밤을 빡세게 가르친 보람이 있었다. 나는 폴리를 논리학자로 만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쳤다. 나의 과업은 완수되었다. 그녀는 결국 나의 여자가 되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녀는 내게 딱 맞는 배우자였고, 수많은 대저택의 훌륭한 안주인이었으며, 나의 유복한 자녀들에게 어울리는 어머니가 된 것이다.

내가 이 여자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진 마시길. 오히려 정반대다. 피그말리온이 자신의 조각상을 사랑했듯이 나도 폴리를 사랑했다. 나는 바로 다음 번 만남에서 그녀에게 나의 감정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우리의 관계가 학문적인 것에서 로맨틱한 것으로 변화할 시간이 도래한 것이었다.

그 다음 번 데이트 때 떡갈나무 아래에서 나는 말했다. "폴리, 오늘밤 우리는 오류에 대해 논의하지 않을 거야."

"우앙," 그녀는 실망한 듯 말했다.

"폴리," 나는 밝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우린 지금까지 닷새 밤을 함께 보냈어. 우린 멋지게 해냈지. 우리가 잘 어울린다는 건 분명해."

"성급한 일반화" 폴리가 밝게 말했다.

"뭐라고?"

"성급한 일반화." 그녀가 되뇌었다. "넌 어떻게 겨우 다섯 번의 데이트에 근거해서 우리가 잘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어?"

나는 즐거움에 겨워 미소를 지었다. 이 귀여운 아이는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것이다. "폴리," 나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스다듬으며 말했다. "다섯 번이면 충분해. 새로 만든 케익이 맛있는지 알아보려고 케익을 전부 먹어볼 필요는 없어."

"잘못된 유추의 오류." 폴리가 즉시 말했다. "난 케익이 아니야. 난 여자애라구."

나는 미소를 지었지만 약간 덜 즐거웠다. 이 귀여운 아이는 수업을 너무 지나치게 열심히 들었던 것이다. 나는 전술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명료하고, 강렬하고, 직접적으로 사랑을 선언하는 게 분명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나는 나의 강력한 두뇌가 적절한 단어를 고르는 동안 잠시 멈추어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시작했다.

"폴리, 널 사랑해. 내게 넌 세상 전부야. 넌 달과 별과 외우주의 별자리야. 제발, 내 사랑, 나와 함께 할 거라고 말해줘. 그러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 난 시들어 죽게 될 거야. 난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될 거야. 난 공허한 눈으로 축 늘어진 몸을 이끌며 온 세상을 방황하게 될 거야."

그 순간 나는 내 팔을 감싸쥐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동정에의 호소." 폴리가 말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 난 피그말리온이 아니라 프랑켄슈타인 박사였고 내가 만든 괴물이 나를 집어삼켜버렸다. 나는 점점 밀려오는 공황상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처절하게 싸웠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냉정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래, 폴리," 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넌 정말 오류에 대해 빠삭하게 알게 되었구나."

"바로 그래." 그녀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그걸 누가 너한테 가르쳐줬지, 폴리?"

"바로 너."

"맞았어. 그러니까 넌 내게 빚을 지고 있는 거야, 안 그래 내 사랑? 내가 널 이끌어주지 않았다면 넌 결코 오류에 대해 배우지 못했을 거야."

"반사실적 가정의 오류" 그녀가 바로 맞받아쳤다.

나는 눈썹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폴리," 나는 거의 꽥꽥거리다시피 말했다. "넌 이것들을 너무 문자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돼. 이건 단지 학교 공부일 뿐이라는 뜻이야. 너도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실제 인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걸 알고 있잖니."

"우연의 오류." 그녀는 장난스럽게 손가락까지 흔들어 대며 말했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 나는 황소처럼 울부짖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나랑 사귈거야 안 사귈거야?"

"안 사귈거야." 그녀가 대답했다.

"도대체 왜?" 내가 힐문했다.

"왜냐면 오늘 오후에, 피티 버치랑 사귀기로 약속했거든"


나는 비틀거리며 주저앉아 이 치욕을 견뎌보려 애썼다. 그 자식 약속을 해놓고, 거래 성립이라고 해놓고, 나랑 악수까지 해놓고 말야! "그 쥐새끼가!" 나는 흙잔디 덩어리를 발로 차며 울부짖었다. "넌 걔랑 사귀면 안 돼, 폴리. 그 자식은 거짓말쟁이야. 그놈은 쥐새끼 같은 사기꾼이라고. "

"우물에 독 풀기." 폴리가 말했다. "그리고 소리 좀 그만 질러. 내 생각엔 소리치는 것도 일종의 오류인 것 같애."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나는 내 목소리를 조절할 수 있었다. "좋아," 나는 말했다. "넌 논리학자야.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자. 어떻게 나를 제쳐두고 피티 버치 같은 애를 선택할 수 있어? 날 봐. --- 재기 넘치는 멋진 학생이지, 굉장히 지적이지, 거기다 미래가 보장된 남자 아냐? 그런데 피티를 봐. --- 팔푼이에다, 춤이나 추러 다니는 앞날이 깜깜한 녀석이라고. 네가 피티 버치를 왜 사귀려고 하는지 논리적인 이유를 단 하나라도 댈 수 있겠어?"

"당근이쥐." 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걘 너구리 코트를 가지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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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군
13/11/27 11:34
수정 아이콘
으익 크크크크 재밌네요.
쭈구리
13/11/27 11:36
수정 아이콘
예전에 재밌게 봤던 단편이네요. 작가가 맥스 슐만이었던가...
아랫길
13/11/27 11:39
수정 아이콘
결론은 완얼...
13/11/27 11:53
수정 아이콘
예전에 교양영어 교과서에서 본 듯.. 저도 이거 번역해서 다른 학교 동아리애들 보여준 기억이 나네요.. 그때도 94년이었음..흠.
반반쓰
13/11/27 12:09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너구리코트 사면 생기는거죠? 여기에 무슨 오류가 있겠습니까!
접니다
13/11/27 13:24
수정 아이콘
재밌어요 크크크크크
王天君
13/11/27 15:51
수정 아이콘
으크킄크크크킄크크크킄크 이거 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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