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모공이 참 바빴었군요.
슬픈 뉴스 때문에 저도 기분이 좀 울적하군요.
3일차에 접어 들었습니다.
어제 좀 부끄럽지만 제가 회사에서 작은 상을 받았습니다 (실적에 대한 작은 상입니다).
병원에 입원까지 했었지만, 늘 제 곁에서 절 돌봐주는 와이프 덕에 여기까지 버텼기에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일도 있고 해서 저녁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간만에 떠들썩하게 웃으며 저녁을 먹고 퇴근하는데......
"오빠 큰일났어 어떻게 해"
와이프의 울먹이는 전화에 심장이 철렁합니다. 혹시 뭐라도 잘못된건가? 무슨일이지?
어제 감기로 오전에 병원 다녀온다고 했는데 혹시? ???
"진정하고 침착하게 이야기 해 봐. 무슨일인데?"
"맘에 드는 차를 봐서 뺏었는데, 경찰이 쫒아와. 나 어떻게 하지? 잡히면 어떻게 돼?"
ㅡㅡ;;
ㅡㅡ;;
ㅡㅡ;;
ㅡㅡ;;
.....
"일단 스타트 버튼 눌러놓고 기다려"
집에 후딱 가보니 2007년에 산 참치 PS3는 굉음을 내며 급박한 상황에 적절한 효과음을 내고 있었고
와이프는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지 몰라 당황한 상태였습니다.
GTA세상에 빨리 적응한 사람 답게 경찰을 잔뜩 모아서 이미 ★★★ !!
가뿐히 도망가서 차 버리고 숨었습니다. 잠시 후 수배 해제.
애써 훔친 장보기용 SUV를 버리고 도망친 게 못내 아쉬워 와이프의 꽉 쥔 주먹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이럴 때 감싸주는 게 남편의 역할입니다.
"괜찮아. 차는 또 훔치면 되지"
현재 상태를 확인해 보니, 제가 없는 사이 450$ 정도를 또 착실히 벌었더군요. 가슴이 또 찡~ 합니다.
그.러.나.
"오빠 여기 좀 앉아봐"
결혼하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결혼생활 중 가장 어려울 때가 바로 이 순간입니다.
화성어와 금성어로 대화하는 부부에게 이 순간은 정말 힘든 고비이며, 특히나 남편은 이 지점에서
결국 굴복을 할 수 밖에 없는 순간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계속 체크하는데, 돈이 자꾸 어디로 나가는거 같아"
(응. 내가 어제 스트립 클럽가서 은밀한 댄스를 봤는데, 그게 40$였고 술값이 10$였어)
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이번 만큼은 "선의"의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래? 모르겠네?"
"오빠, 내가 이거 사놨으니까, 앞으론 여기다 수입과 지출을 적어"
초딩이나 쓸 법한 연습장에, 오늘 강도질한 장소와 수입이 적혀 있었습니다. 빼도 박도 못하는 현재 balance와 함께
아.. 가계부.. 평소에도 잘 안쓴다고 구박당하는데 이제 GTA 할 때도 이걸 써야 합니다..
방금 내린 에쏘에서, 인생의 쓴 맛이 느껴집니다.
그래도 미워할 수 없기에, 알았다고 하고 다시 게임을 잡았습니다.
앞으로는 40$에 맞추어 행인을 강도질 해야 하는군요. GTA5의
난이도가 급 상승 하였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3일차 GTA 보고를 마칩니다. 불타는 금요일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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