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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27 13:34:38
Name 희주
File #1 fetus.jpg (64.7 KB), Download : 29
Subject [유머] [단편호러]da Vinci from the hell written by cennyjang


da Vinci from the hell

어떤 특별한 날도 아니었다. 구름이 끼고, 비가 오는 날도 아니었고, 누구의 생일이나, 기
념일도 아니었다. 부모님은 언제나처럼 밤 12시가 되기 전에 잠이 들었고, 나도 언제나처
럼 컴퓨터에 앉아 이런 저런 사이트를 돌아다녔다. 목적도 없는 그런 사이트 쇼핑을 했고,
그것도 언제나 할 일 없을 때의 시간 보내는 방법이었다. 형은 당직인 날이 많았으니, 오늘
처럼 형이 없는 날은 특별할 수 없으며, 여느 토요일처럼 하루 종일 텔레비전과 인터넷 앞
을 오갔으니, 역시 특별할 수 없었다.

그러다 사이트 하나를 발견했다. 어떤 검색어였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떠오르는 것
이 없는 것으로 봐서 그것 또한 특별한 단어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이트 제목도 ‘da
Vinci from the hell'로, 여느 공포 사이트처럼 조금 유치하였다. 무의식적으로 클릭을 하
면서도 내가 왜 이 사이트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궁금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공포를 찾
던 것도 아니었고, 다시 말하지만, 특별한 뭔가를 찾으려던 시도도 없었다.

어쨌든 ‘da Vinci from the hell'이라는 글자로 된 대문 아래 'come in'이라고 된 그림 문
자를 눌렀다. 닷컴으로 된 주소여서 외국 사이트라고 생각했지만, 메인 페이지는 모두 한
글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상한 것은 정렬된 메뉴가 아니었고, 화면 이곳저곳에 글자가 흩뜨려져 있었다. 조금은
거친 나무판에 조각칼로 작은 글자를 새겨놓은, 흩뜨려져 있지만 정교한 작업처럼 느껴지
는 그런 화면이었다. ‘바이버’, ‘새기날’ 같은 이해 못할 단어들이 화면에 묻어 있고(이 단
어들은 정말로 화면에 묻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손으로 모니터를 문질러 보았
다.) 클릭할 수 있는 글자는 ‘원하는 부위’, ‘레오나르도 다빈치’같은 문자였다.

글자 위로 화살표를 가져가자 글자는 빨간색으로 변하면서 녹아드는 모양이 된다. 그리고
화면 전체가 좌우로 조금씩 움직이며, 바탕의 모양도 바뀐다. 검은색에서 투명한 검은색,
그리고 옅은 빨간색......... 클릭하기를 두렵게 만드는 그런 글자다.

클릭하기 전에 나는 주방으로 갔다. 그 사이트 때문은 아니고 단순히 목이 말랐던 것 같
다. 주방은 어두웠으나, 냉장실 불빛에 의지해 콜라를 찾았고, 다시 어둠 속에서 주방을 빠
져나왔다. 한 손에 콜라를 든 채 사이트를 생각했다. 그리고 콜라 주둥이를 입술로 감싸며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먼저 살펴봐야겠다고 결정했다.

아무래도 익숙한 쪽이 더 끌리는 법이다. 인간은 불확실성 사이에 놓일 때, 가장 익숙한 것
에 의지하는 법이니까. 어떤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확실한 명령들이 떨어진다면, 그리고
그 불확실한 명령들 사이에 ‘죽여라.’와 같은 확실한 명령 하나를 발견한다면, 인간은 그
확실한 명령하나를 따르게 된다. 익숙한 것이 안정감을 주니까.

다시 컴퓨터 팬 소리와 벽시계 소리가 나는 작은 방으로 돌아왔다. 콜라를 모니터 옆에 두
고 다시 모니터를 본다. 조금 변한 것 같다.

플레쉬로 디자인했나?

우클릭을 해보지만, 정보는 나타나지 않는다. 발끝이 차가웠다. 그 시간 정도 되면 보통 방
에 달린 커다란 창문으로 한기가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래도 언제나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 레오나르도 다빈치.........

클릭을 하자, 화면이 녹아든다. 화면 밖으로 빠져나올 것 같은 선명감. 나는 약간 몸을 뒤
로 빼야 했다. 조금만 닿아도 같이 녹아버릴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니터에 곧 몇 개의 문장들이 나열되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천천히 나타나는데, 그
순서대로 읽으면,

‘복숭아나무가 그 씨에서 탄생하듯’

‘심장은 정맥의 나무를 만들어내는 씨!’

무슨 의미일까? 약간의 졸음은 의미 없는 말들의 나열이라고 이성에 외쳐댔다. 다시 글자
들이 사라지고 다른 문장들이 나타난다. 섬뜩함이 졸음을 몰아낸다. 누군가 모니터에 손으
로 쓰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글자는 쓰여지면서 소리를 냈고, 소리는 스피커가
아니라 화면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정맥은 길게 전개되며 뱀처럼 꼬여있다.’

‘간은 말라서 색깔이나 본질이 언 것처럼 보인다.’

‘톱밥처럼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이번에도 글자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여지고, 조금씩 흔들거린다. 문장을 두 번 정
도 읽었을 때 글자들이 사라지면서 어떤 이미지가 살짝 보였으나 금방 없어지고 또 다른
글자들이 쓰인다. 방식은 처음과 같았다.

‘늙어감에 따라 껍질이 두꺼워지고 과육이 쭈그러진다.’

‘몸의 부위는 사마귀처럼 나눠진다.’

사이트를 빨리 떠나고 싶어졌다. 하지만, 익스플로어 창을 닫는 대신 콜라를 들었다. 탄산
이 몸속으로 들어가는 중에 글자들이 바뀌었다.

‘앞의 뇌는 사는 만지는 손이며, 뒤의 뇌는 죽은 자를 만지는 손이다.’

‘보는 것은 사는 자는 시선이며, 보임을 느끼는 것은 죽은 자의 시선이다.’

방에 들리는 소리는 컴퓨터 팬 소리, 시계 소리, 그리고 내 숨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다. 뒷골에 답답함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방에는 나 혼자밖에 없다.

죽은 자의 시선……. 어쩐지 익숙하게 다가오는 글자였다.

‘비례는 수, 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리, 무게, 시간, 위치, 존재하는 어떤 힘 속에도
있다.’

다음의 문장은 아주 거칠게 쓰였다. 화난 것 같은 필채로 화면을 날카로운 펜으로 찍어 누
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긴장한 둔부의 근육이 수축한다.  

‘자연은 다채로우며 그것을 모방하는 자는 누구든지 비난받을 수 없다.’

내 숨소리는 조금 더 커졌다. 그리고 뒤로 가는 표시를 눌렀다. 다시 메인 화면으로 돌아오
고, 흩트려진 글자들이 나타나고, 숨소리는 시계소리보다 작아진다. 디시 뒤를 돌아보지
만, 초점은 창문 옆 커튼에 잠깐 멈췄다가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뒤, 화면으로 돌아왔다.

원하는 부위…….

화살표는 ‘원하는 부위’라는 글자를 눌렀다. 녹아들어가는 화면, 글자의 뭉그러짐, 나무판
을 긁는 소리, 내 방의 시계소리, 컴퓨터의 환기팬 소리, 허파에서 쏟아져 나오는 숨소리.

그 뒤에 나타난 것은 의외로 우스꽝스러운 노란색 병아리 캐릭터였다. 그 아래로 정상적으
로 보이는 글들이 보였다.

‘이 사이트의 한글화 작업을 맡은 이준기입니다. 어느 날, 사이트의 한글화를 부탁한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스펨 메일 같은 주소에, 스펨 메일 같은 영어 글자들로 가득 찬 그런
메시지였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저는 그 빽빽한 글을 다 읽었습니다. 내용은 사이트의 한
글화를 부탁한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원하는 것<what you want>을 주겠다고 제의해 왔
습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저는 수락했습니다. 그 메일의 글들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어딘
가 설득력이 있었죠. 한글화 작업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저는 원하는 것을 얻었습니
다. 이 글을 보시는 분도 원하는 것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원하는 것이라…….

화면의 글은 사라지고 ‘원하는 부위’라는 글자가 왼쪽 위 모서리에 붙더니, 그 아래 메뉴
가 나온다. 그 문장들을 보다가 소리 하나를 더 찾아낸다. 마우스의 버튼을 누를 때 나는
소리.

‘자연은 다채로우며 그것을 가져오는 자'

깜박거림.

‘누구든지 비난받을 수 없다.’

그 아래 쓰이는 글자.

‘원하는 부위는?’

메뉴는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화면의 반을 메우고 있다. 오른손 엄지, 오른손 검지1/3,오
른손 검지2/3,오른손 검지3/3,오른손 중지1/3,........ . 이렇게 신체의 모든 부위가 적혀 있
었다. 손톱이나 머리카락까지, 그리고 차마 말하기 뭣한 그런 부분까지 쓰여 있었다.

이준기라는 사람이 원했던 것도 ‘원하는 부위’안에 있었을까?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그럴싸한 장난. 어떤 재치 있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장난감에 불과
하다고 생각했다.

오른팔 전체 앞에 있는 동그라미에 체크를 했다. 다른 부분에 더 체크를 할까 하다가 그냥
가장 아랫부분에 있는 ‘다음’이라는 글자를 눌렀다.

다시 녹는 것 같은 화면이 나타났다.

‘이름은?’

화면 가운데 조그만 글자 하나가 보이고, 그 아래 이름 쓰는 칸이 있었다. 잠시 고민하다
가 ‘유민희’라는 이름을 적어 넣는다. 과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여자다.

그럼 내가 정말 유민희의 오른팔을 원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오른팔을 선택할 때는 별
생각 없었지만, 막상 이름까지 쓰고 나니, 그녀의 하얀 팔을 만지고 싶어 했다는 기억이 떠
올랐고, 그런 기분이 다시 의식의 영역으로 올라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잘려진 팔을 상
상하진 않았다.

화면 아래 있는 ‘다음’이란 글자를 누른다. 잠깐 스치듯이 민희의 얼굴이 보인 듯했다. 뭔
가 커다란 실수를 저지른 기분.

갈겨쓰는 듯한 글자.

‘쾌락을 억제하지 않는 자는 짐승과 같다.’

글자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글자.

‘가장 차가운 곳에 그것이 전달되었습니다.’

역시 애매한 말로 어설프게 끝을 맺는다. 어디까지나 유치한 장난. 결론을 애매하게 설정
해버리면 책임 따위는 벗어날 수 있다. 애매한 결론으로 애매한 과정을 비판할 수 없으니
까. 어설픈 소설가들이 많이 쓰는 마지막 부분.

차라리 코미디로 변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미쳤냐?’라든가, ‘니 팔 간수나 잘해라.’같
은 단어가 뜨는 것처럼 말이다. 차라리 그것이 결론도 명확하고 사이트를 보는 사람이 웃
으면 성공, 그렇지 않으면 실패라고도 쉽게 말할 수 있다. 사이트를 만든 사람의 의도도
알 수 있게 된다.

콜라병 옆으로 물방울이 고여 책상 위로 떨어졌다. 콜라병을 들자 동그란 물 자국이 생긴
다. 탄산수를 식도로 흘리고,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은 여전히 어두웠고, 내방의 것과는 다
른 벽시계가 똑같은 소리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어둠 속을 울리는 소리는 기분이 나쁘
다.

냉장실이 열리고, 냉장실의 불이 켜지고, 음료수들 사이로 콜라 페트병이 들어간다.

가장 차가운 곳이라.......

냉동실을 연다. 팔 하나가 뚝 떨어졌다. 놀란 신경들이 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호흡을 막는
다. 냉장실의 불이 비추는 것은 분명히 사람의 팔이었다. 냉장실 문은 저절로 닫히고, 어둠
이라는 공간이 팔 하나와 내 피부 사이를 더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내 후각 신경은 더
욱 예민해져 다른 사람의 피부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청신경은 호흡 소리와 심장 뛰는 소
리에 혼란을 느꼈다.

정말........ 온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부모님이나 형이 범인일 것이라 생각했다. 사이트는 어디까지나 우연이고, 이 팔은 어떤
범행에 의한 것이라고.

거기까지 생각하니, 냉동실 안에 더 많은 신체의 부위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주방의 끝에 붙어 있는 스위치를 올렸다. 내가 본 것이 헛것이기를 바
라는 마음은 선명한 팔을 보는 순간, 순식간에 날아갔다.

쪼그리고 앉아 자세히 살펴보니, 퍼렇게 피가 빠져간 모양이었고, 절단면에는 응고된 핏덩
이가 보였다. 손가락에는 반지도 끼워져 있었다.

냉동실 문을 열어 안의 내용물을 살펴본다. 돌처럼 얼은 돼지고기, 얼음 덩어리, 생선, 버
섯.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인체의 부분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팔 옆에 어지럽게 펼쳐
놓은 냉동실의 잔해들을 다시 그 속에 넣는다.

정말 민희의 팔일까?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보니 문득 그런 의심이 솟아났다. 팔목 부분을 잡아든다. 손가락
들이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해부학 시간에 처음으로 시체를 만지는 느낌. 다시는 떠올리
기도 싫은 기억들이 손바닥의 느낌으로 되살아났다.

손을 들고 작은 방으로 돌아와 콜라를 놓았던 그 자리에 팔을 놓는다. 절단면이 나를 보
고, 손은 컴퓨터 책상 밖으로 삐져 나갔다. 손바닥을 잠시 보다가 내 손과 비교해본다.  

오른손.

점점 민희의 팔일 것이라는 확신이 커져갔다. 화면에는 이해 못할 문자들이 떠다녔다. 그
중에 몇 단어는 읽을 수 있었다.

만족........ 쾌락.......... 공포는 생명을 연장시켜..........

파도처럼 어둠 속에서 글자는 나타났고, 조각배처럼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가 이내 잠겨
버리는 것 같았다. 마우스를 잡자, 이상한 문자들이 다 사라지고 다시 처음의 글자가 나타
난다.

‘원하는 부위는?’

시체냄새가 뇌를 찔러대는 것 같았다.

이 사이트가 정말로 팔을 가져온 것인가?

그렇다면, 확인이 필요하다. 만약 한 번 더 해서 그것이 이곳으로 온다면, 모든 것이 사실
이 된다. 두려움이 몸 근육 전체를 미약하게나마 수축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두려움 사이에 뭔가 즐기는 기분이 섞여 있었다.

  ‘머리 전체-갑상선 포함’

그 글자를 바라보다가 잔인한 미소로 동그라미에 체크했다. 손가락 같은 것을 할까도 생각
했는데, 그런 작은 종류는 냉동실 속에서 찾기 힘들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얼굴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름은?’

내가 써넣은 글자는 ‘나유미’. 예전에 그녀에게 퇴짜를 맞은 이후로, 내게는 약간의 여자
기피증이 생겼다. 좋은 감정과 싫은 감정이 동시에 나타나게 하는 종류의 여자다.

‘다음’이라는 글자를 누른다. 이상한 문자들이 나타나고, 기분 나쁜 소리들. 모니터에서 나
는 소리 같기도 하고,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 같기도 하다. 어쩌면 뒤에서 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방 뒤에 존재하는 것은 쪼그려 앉아 나를 바라보는 불안감뿐이었다. 다시 숨소리,
시계소리, 컴퓨터 팬 소리.

모니터 화면 전체에 커다랗게 눈이 나타나 있었다. 백배로 확대된 눈은 핏줄 까지 선명하
게 비명을 질러대는 것 같다. 내 놀란 심장까지 비명을 질러댔다. 눈은 분명히 나를 보고
있었다. 어찌 보면 도와달라는 것 같기도 하고, 나를 원망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곧 검은 안개가 눈을 덮는다. 그리고 글자가 뜬다.

‘당신을 움직이는 것 아래 그것을 놓았습니다.’

이건 또 뭐야?

차가운 곳이란 말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던 차에 다른 말이 나오자 조금 당황했다. 다
시 파도처럼 떠다니는 문자들이 나타났다. 그 문자들을 보면서 생각은 ‘나를 움직이는 것’
에 집중했다.

자동차? 심장?

나를 움직이는 것이란 말을 혼잣말로 되뇌다가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모니터 옆에 놓인
오른팔에서 나는 냄새보다 더 지독했다. 내 이성은 그 냄새에 더 자극 받았고, 집중력은 극
도로 높아졌다. 그리고 해답을 찾아냈다.

다리.

천천히 고개를 아래쪽으로 내렸다. 내 다리 사이, 그러니까 컴퓨터 책상 아래, 오른쪽, 왼
쪽 엄지발가락 사이에, 비명을 지르는 듯한 얼굴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발끝부터 신경이 오
그라들어 나는 의자 뒤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놀란 신경이 근육을 조이고, 근육에 쥐가
나려는 것 같았다.

놀란 마음과 뒤로 넘어지면서 의자에 눌린 손가락을 진정시키고, 방에서 가장 어두운 부
분 중에 하나인 컴퓨터 책상 밑을 봤다. 비명을 지르다 굳어버린 듯한 얼굴이 책상 그늘 아
래 숨어있다.

나유미.

그녀였다. 이렇게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그녀가 확실했다. 그
녀 목에서 나오는 피는 바닥을 적시고, 좁은 방에 냄새를 뿌렸다. 머리카락의 끝을 타고 피
가 역류하고 있다.

무엇을 봤기에 저런 괴상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오른팔 옆에 놓았다. 피가 아직도 떨어지고 있다. 욕실에서 수건을 가
져와 피를 닦아낸다. 바닥에 흥건한 피 역시 수건을 물들였다. 절단면의 피를 닦아내자 지
방덩어리 같은 조직이 보였다. 이것이 아마 갑상선일 것이다.

커다랗게 뜬 눈은 조금 전 모니터에서 봤던 눈을 닮았다. 같은 것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
다. 이미 사이트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증명됐으니까.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 얼굴을 돌려놓을까 하다가 눈꺼풀을 아래로 당겨본다. 단단하게 굳
어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 끝에 묻은 유미의 속눈썹을 불어내고 머리카락을 잡
아 방문 쪽으로 돌려놓았다. 그래도 기분이 나쁜 것이, 뒤 머리카락 속에 눈이 숨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확인 차 뒤 머리카락을 갈라 보았으나 그런 눈은 없었다.

모니터에 글자가 떠올랐다.

‘원하는 부위는?’



그 후에 내가 생각해낸 것은 장기 판매였다. 내 친구들의 장기를 뜯어 인터넷으로 거래했
다. 친구들은 하나 둘씩 학교를 안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못 나왔다. 장기가 떨어져 나갔
는데, 살아남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어쨌든 판매는 순조로웠고, 돈도 많이 모았다.
아........ 그리고 나유미와 유민희는 내가 사이트를 만난 다음날부터 학교를 나오지 않았
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소문만 무성했지만, 진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나도 진실을 안다고는 할 수가 없다. 왜냐면, 나는 글자만 적어 넣는 역할만을 할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에 사이트의 모든 것이 사실로 증명이 되었지
만, 아직 사이트 만든 사람의 의도는 파악이 안 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사이트를 찾아낸
것인지, 아니면 사이트가 나를 찾아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유미가 왜 그런 얼굴을 했는지
도 궁금하다.

뭔가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사이트 한글화를 했다는 이준기라는 사람. 그 사람도 원하
는 부위를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와 다른 점은 뭔가 사이트에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give and take. 나는 아직 사이트에 뭔가를 해준 것이 없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한 책을 읽었으나, 사이트에 나오는 글자의 의미는 더 어렵고 복
잡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역사나 암호학 같은 것을 적용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풀 수 없는 문제 같아 더 이상의 접근을 삼갔다. 그와 나의 공통점이라고는 해부를 해봤다
는 것 빼고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해답을 찾아보려 한다. 아마, 답은 이 글에 쓰이지 않을 것이다.

화면에 체크를 한다. ‘얼굴전체’

이름에는............ 내 이름을 넣는다.

그리고 ‘다음’을 눌렀다. 초조하다. 유미가 본 것이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그리고 내게 어
떤 해답을 던져줄 것인가?

-the end

-------------------------------------------------------------------------------
출처 : www.adultoby.com
작가분이 동명이인을 생각못했다며 '주민등록번호도 넣을까?'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생각하고 재밌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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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아☆
05/08/27 13:50
수정 아이콘
매번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재밌게 보고있어요.^^

흐흐.. 요번껀 여운이 제대로 남네요...
이디어트
05/08/27 14:03
수정 아이콘
아... 제가 묻고싶었던 질문이 마지막에 나와버리다니...결국 답은-_-;;
05/08/27 15:42
수정 아이콘
희주님~언제나 넘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이젠 다음엔 어떤 소설일까 기대도 되는군요;;
이승훈
05/08/27 18:03
수정 아이콘
adultboy 가 아니었군요 ... -_-;; 윽 내누운 ㅠ
이승훈
05/08/27 18:09
수정 아이콘
아 .사이트 가보진 마세요 .. 눈버립니다 ㅠ;
PurifY/다빈♡
05/08/27 19:58
수정 아이콘
이승훈// 다빈치 프롬 더 헬 주소 말씀하시는줄 알았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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