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질릴 때도 됐지만 저도 한 번... 아래 주유병 얘기도 나왔지만 편하게 군생활 한 걸로 면 저도 만만치 많을겁니다. 해군이어서 해상근무를 하다가 함선이 퇴역을 하게 돼서 육상근무를 하다가 특이하게 상병 3호봉쯤에 다른 부대로 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3개의 부대에서 근무한 이력도 일반적이진 않을겁니다. 아무튼 그 전까지는 저도 일반적인 군생활을 했는데 그 후는 달라졌죠.
그 부대에서 일종의 행정병(워드병)이었고 조그만 사무실 공간에 대령 한 명, 육해공 중령 각 세 명, 중사 한 명이랑 같이 근무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근무해 본 사병도 드물텐데 분위기도 편해서 할 일 없을 때는 스타크래프트를 하기도 했죠. 등 뒤에 영관급이 즐비한 공간에서 스타를 하고 있는 사병이 상상 가시나요. 마메 깔아서 오락실용 게임을 하기도 하고요. 나중엔 사무실에서 피씨통신이랑 인터넷도 했었죠. 아, 당시엔 싸지방 같은 건 있지도 않은 시절이랍니다. 인트라넷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은 거였죠.
더 간 큰 짓도 했었죠. 바로 옆사무실은 별 두개짜리 장군이 근무하는 사무실이었는데(건물의 그 층에만 별이 총 11개였음. 전역하긴 했지만 별 네 개짜리도 가끔씩 봤고요. 주변에 영관급과 별이 하도 많아서 별이 사무실로 들어올 때 경례를 안한 적도 있죠. 그래서 나중에 약간 욕들어 먹긴 했지만...) 그 장군이 퇴근하고 난 뒤 소파에 앉아 편히 비디오를 보곤 했습니다. 아마
건담윙을 거기서 처음 봤을겁니다.
아무리 일이 편해도 군대생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내무실 생활이 힘들면 말짱 꽝이죠. 대대에 파견병 내무실이 따로 있었고 거기서 생활했는데 내무실보다는 숙소가 더 올바른 표현일겁니다. 3군 병사들이 다 같이 모인 곳이었고 서로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같은 군 병사끼리도 계급만 지켰지, 서로 아무런 터치도 않했고요. 점호요? 당작사관실에는 근무할 거 있다고 말하고 빼먹으면 그만이었죠. 점호 때 총 인원의 반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그 시간에 사무실 가서 티비 보거나 게임하면서 놀았습니다. 점호를 해도 파견병 내무실이니 당직사관도 형식적으로만 하고 나갔고요.
나중엔 사무실이 부대 밖으로 이전을 해서 말그대로 출퇴근을 하며 지냈습니다. 짬밥 먹기 싫으면 밖에서 사먹기도 하고, 오락실에서 몇 판 하기도 하고... 뭐, 군인이라 돈이 부족한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죠. 참, 사제복을 입고 휴가 가거나 복귀를 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 중 하나였네요. 훈련은 하냐고요? 훈련이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