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흩어진다.

질리도록 봐왔던 풍경이건만 이것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못내 아쉬웠다.

한 대 더 태울려고 호주머니를 들여다보니, 때마침 돛대가 남아 있었다.

어쩌면 이리도 상황과 들어맞을까.

숙소에서의 마지막 날인 오늘을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돛대였다.

건웅은 한숨 대신 연기만 연거푸 하늘을 향해 내뱉어냈다.

미련은 없건만 왜 이리도 마음은 착잡한지 알 수가 없었다.

굳이 이유를 댄다면 녀석 때문일 것이다.

프로스트에서 자신보다 먼저 떠난 녀석이,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은퇴 소식을 듣고 혹여나 찾아오지는 않을련지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그런 일이 없을 거란 걸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건웅은 자신이 프로스트의 돛대가 되기를 바랬다.

더 이상 떠나보낼 이가 없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도 상처받을 이가 있었기에.

때마침 옥상 문의 낡은 경첩이 소리를 내자 건웅은 뒤를 돌아보았다.

이 공간이 건웅의 또 다른 숙소나 다름 없다는 걸 아는 멤버들인데,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찾아온다면 딱 한 명 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의 그 표정 없는 표정으로 그가 서 있었다.

"민기야."

민기는 언제나 그랬지만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민기가 눈물을, 그것도 조금이나마 보이는 경우라면 우승컵을 쥐었을 때 정도 말고는 없었다.

하지만 건웅은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이 얼마나 순진무구하며, 여린지를.

그렇기에 지금 민기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표정이란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정말 갈 거야?"

내심을 숨긴 무뚝뚝한 말투에 건웅은 저도 모르게 실소했다.

역시 저 정도는 되어야 프로스트의 서포터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내 성격 알잖아. 감독님이랑도 다 이야기 끝났고...."

"감독님이 취소하자면 할 거야?"

평소의 민기와 다르게 어린아이마냥 투정스런 말투에 건웅은 내심 기뻤다.

그만큼 녀석도 복잡한 심정일 것이다.

"그게 그런다고 되겠냐.... 감독님 성격 알잖아."

민기는 단호한 건웅의 말에 묵묵히 땅바닥만 바라보았다.

"헤르메스."

"헤르메스?"

"형 대신에 감독님이 급하게 넣은 새 원딜러야."

"잘 됐네. 대회 펑크는 안 나겠다."

"웅이 형."

민기의 힘이 실린 부름에 건웅은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연기를 뿜어댔다.

그렇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별들인데, 건웅의 연기에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민기야. 너는 파트너가 바뀌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파트너라는 단어에 순간 민기의 얼굴이 굳었다.

"내가 나가고 나서, 어쩌면 사람들은 너를 욕할지도 모른다. 이상하게 사람들은 누군가 떠나가면 배웅해주기 보다는 누구에게 잘못이 있어서 떠나는 건지 더 관심이 많더라. 그런 거 신경쓰지 마라. 모든 게 내 잘못이니까. 너도 알잖아. 나 막되먹은 놈인 거."

민기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악역이라 칭하는 건웅의 태도에 화가 났을지도 몰랐다.

붙잡아두려 건네는 말들을 단호하게 쳐내는 것이 섭섭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단호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걸.

"근데 감독님이 용케 시간 내줬나보네. 안 들어가도 괜찮냐? 연습시간인데."

건웅은 속마음과 다른 말들을, 헛소리들을 지껄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이 이기적이라 생각할 정도로 민기가 눈물로 배웅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오늘만은, 그가 통곡하지 않더라도 조금의 눈물로 자신을 보내주길 바랬다.

하지만 민기는 그대로 뒤돌아 숙소로 내려가버렸다.

건웅은 피식 웃으며 담배꽁초를 털어냈다.

그리고 그도 따라 방으로 돌아가려던 찰나에 무언가를 발견했다.

민기가 서있던 자리 아래에 물방울 몇 개가 떨어진 듯한 흔적이 그에게 보였다.

아까는 하늘을 보고 있었기에 미처 보지 못했던 자국들이었다.

이게 홍민기의 이별 방식인가보다.

건웅은 그렇게 생각했다.

한참 동안이나 그 자리에 서 있던 그는 소맷자락으로 계속 눈가를 비비더니 어깨를 작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민기가 흘렸을 그 자리에 또 다른 물방울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어쩌면, 윤섭이가 떠났을 때도 이 곳, 이 자리에서 똑같은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을지도 모른다.

"민기야, 비가 오려나보다. 봄비가...."

건웅의 담배 연기로 자욱해 흐리던 밤하늘은 어느새 맑게 개어 있었다.

하지만 항상 빛나던 별은 보이지 않았다.

건웅의 말대로 비구름이 끼어서 그런 건지도 몰랐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건웅도 없어진 옥상에는 젖은 담배 꽁초가 땅바닥에서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 담배 꽁초는 숙소가 무너지지 않는 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옥상에 올라오더라도 그 누군가가 그대로 놔둘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건웅이 숙소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다.








다음날, 우습게도 정말 비가 내렸다.

우중충한 날씨에 숙소 앞 길거리에 사람은 없다시피 했고 간간이 지나가는 행인 몇몇이 전부였다.

그 날 우연히 프로스트 숙소 앞을 지나가던 행인은 건웅을 보았다고 했다.

싸인이라도 받고자 다가가려 했으나 건웅의 표정이 좋지 않아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행인은 건웅을 계속 지켜보았고 그가 한참 동안이나 숙소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떠나간 후 매드라이프, 홍민기가 뛰쳐나와 건웅이 사라진 방향을 역시나 한참 동안 주시하고 있었다는 것도.

그는 건웅이 서 있던 시간보다 몇 배는 더 서 있다가 숙소로 들어갔다고 했다.

하지만 홍민기의 표정을 묻는 질문에 행인은 그냥 항상 그런, 표정 없는 표정이었다고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누군가에게는 다르게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악역이었다.

아니, 악역이라기 보다는 그냥 나쁘고 멍청한 놈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언제부터 내가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

철없이 욕하고, 미숙했던 행동들이 어쩌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만이 그러기를 바랬다.

네 마리의 백조들과 한 마리의 까마귀가 만나고 어울리기로 했을 때, 까마귀는 검게 물드는 일들을 모두 자신이 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다섯 마리 모두가 까마귀가 되어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할 바에는 한 마리가 희생하는 편이 나으니까.

하지만 까마귀도 언젠가는 지쳤으리라.

지치고 고되어 언젠가는 하늘이 아닌 땅으로 내려가자고, 그리 생각했을 것이리라.

네 마리의 백조도 까마귀가 그러기를 바란다면 그랬을 것이리라....

하지만

한 마리 정도는 까마귀가 그립지 않을까.

한 마리 정도는, 까마귀를 붙잡으려 하고, 까마귀를 위해 울어주지 않았을까.

그러기를 바란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악역은 익숙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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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롤갤문학은 유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