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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7/25 09:07:11
Name 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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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유머] [단편호러]생명체 이론 written by cennyjang


제임스 커셀 교수는 강단에 섰다.
수많은 눈동자가 그를 바라본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학생들
은 가르침에 언제나 수긍했으나, 앞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이론에 반박하려는 사람들뿐이
다. 조명은 교수를 비추고, 다른 사람들은 약간의 웅성거림으로만 남는다.
최근에 그의 분산지능에 대한 이론은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논리가 조금 부족하
다고는 생각했지만, 교수는 사람들이 충분히 수긍을 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냉담한 반
응은 그의 개인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통해 전해졌다. 교수는 사람들의 비판적인 질문에 일
일이 답을 해주었지만 그들의 생각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었다. 조금 더 연구를 한 후에 발
표를 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마음에 자리 잡았다.
그런데, 오늘 발표할 주제도 커다란 틀만 잡아 놓은 것이지, 자세한 연구가 뒷받침 되지 않
았다. 교수는 약간의 불안감에 메마른 얇은 입술을 침으로 적셨다.
조교는 허리를 수그린 자세로 다가와 교수의 넥타이에 달린 마이크의 위치를 고친다.

“교수님, 그 발표는 조금 미루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하루 전, 조교인 벤 힐의 말이 떠올랐다.
“저는 교수님의 이론에 동감합니다만, 사람들은 건설적인 이론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런 진실은 건설적이지가 못해요. 숨겨져야 하는 진실은 모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어린 걱정이 배어 있었다.
“자네 말도 맞아. 이런 발표는 저항만 만들 뿐이지. 하지만, 자네도 알잖아. 내가 어떤 것
을 싫어하는지.”
“진실을 피하는 행위 말하시는 겁니까?”
“맞아. 인간은 이성이 특징인 동물이야. 그런데, 감정에 억눌려 진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인간의 최후에 남는 과제는 진실을 찾는 일인데 말이야. 종교가 특히 그렇지.
뿌리까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과연 나무와 숲을 함께 보는 사람
이 몇 명이나 되느냔 말이지.”
“교수님의 발표는 종교계에서도 반발을 할 것 같은데요.” “할 수 없어. 나는 지금까지 그
런 것 따위 두려워 한 적이 없어. 사람들이 내게서 아무런 것을 얻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인간 생명체로서 의무를 다 한 거야.”

스피커에서 마이크가 넥타이에 긁히는 소리가 난다. 교수의 낮고 굵은 기침 소리가 여분
의 웅성거림까지 흡수한다.
“세 번째 연사를 맡은 제임스 커셀입니다. 조금 떨리는 군요. 이렇게 훌륭한 분들 앞에서
발표를 하려니까요. 오늘 제가 발표할 주제는, 사실 이론의 제목을 정하지는 못했습니다.
무슨 이론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여러분 팸플릿에 보면 ‘유기체와 무기체의 교
류’라고 되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저의 조교가 정한 제목일 뿐, 아직 확정된 것이 아
닙니다. 제가 오늘 말하려고 하는 것은 과학과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여러
분야가 겹쳐진 그런 논문이죠. 이것을 연구할 때는 별로 어렵진 않았습니다. 아인슈타인
에 비교하는 것은 조금 뭣하지만, 그가 상대성이론을 발견할 때도 그냥 생각을 메모한 형
식으로 찾아냈다고 그러더군요. 맞습니까? 저도 실험이 아니라 그냥 생각만으로 이 논문
을 만들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어떤 궁금증이 밀려들더군요. 왜 인간은 이렇게 자
기중심적인가? 그리고 왜 유명한 사람들, 특히 철학자나 소설가들 중에는 자살한 사람들
이 많나.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물음이 별로 관련이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어느 정도의 관련성을 찾아냈습니다. 논문 발표 내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서론은 중요합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니체가 권총 자살한 것은 여러분도 아실 테고,
로맹 가리도 자살했다는 것은 아시는 분이.........로맹가리가 학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사람이지만, 유명한 소설가입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이 사람의 글에 심취했었죠. 그런데
자살했단 말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뭔가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까 삶을 그렇게 마감해야
하겠다는 그런 깨달음 같은 것이 생긴 것이 아닐까요? 반박이 많은 말이란 것은 잘 알지
만, 오늘 세 번째 연설은 제가 주인공인 만큼 저의 맘대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자살한 사람
들. 다른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그런 사람들. 어떤 생각을 했을 까요? 인간의 삶에
대한 회의 같은 것 아닐까요?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 그것은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
력입니다. 그런 사회가 살아남기 위해 진실을 왜곡시키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이상한 질
문으로부터 생각은 발전한다고 봅니다만. 사회라는 것은 대체 무엇이기에 진실을 왜곡시
킬 수 있는 것인가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당연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상하
다고 생각한 사람들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해 생각했고, 다시 말씀드리자
면 실험한 것은 없습니다. 저는 이론만 낼 테니 관심 있는 젊은 과학자들은 참여해 주십시
오. 사회학자들도 같이 참여해야 되겠네요. 허허. 제 얘기는 획기적으로 볼 수도 있고 아
닐 수도 있으며,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게 만든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자 본
론으로 들어가서 생명체 단위에 대해 말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하나의 생명체입니까?
정말 그렇다고 믿습니까? 저의 주장은 인간은 여러 개의 생명체의 조합일 뿐이라는 겁니
다. 자, 세포 하나하나로 들어가 보죠. 동그란 세포가 있습니다. 이건 여러분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그런 물질입니다. 뭐로 통제가 되죠? 인풋과 아웃풋으로만 조절이 됩니다. 여러
분의 의지와는 별로 상관이 없죠. 그들은 영양소가 들어오는 자리에 적절히 박혀 있다가
지나가는 영양소를 잡아들이고, 노폐물을 배출합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수명이 있죠. 생
각이 있을까요? 세포 하나같이 작은 단위에? 여기에 고정관념이 작용합니다. 생각 따위도
못하는 것이 무슨 생물이냐고. 하지만, 생각은 방어 기전 중 하나일 뿐이란 것을 말씀드리
고 싶습니다.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생각이란 것이 만들어진 것이지, 생각이 생명을 만들
어낸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 생각은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면 되겠네
요. 작은 세포 하나하나는 생각이 필요할까요? 물론 필요 없습니다. 그것 없이도 수명을
다할 수 있고, 자신의 정보를 남길 수 있습니다. 그 세포 안에 또 다른 생명체들이 모여 있
는 지도 모르죠. 아마 그럴 겁니다. 그렇게 생명체들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뭔가를 하
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그 생명체들이 모인 집단의 생존에 도움을 줍니다. 집단과 개체는
공생을 하는 격이죠. 수많은 생명체들이 모인 인간이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오만하죠. 수
많은 신경세포들로 이루어진 뇌라는 기관이 있기 때문이죠. 이것으로 신까지 만들어냈습
니다. 하나도 모르면서 잘 아는 척하며, 수많은 세포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나가면서도 혼
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죠. 인간이 뇌가 발달한 이유는 단지 그것이 인간의 생
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사회라는 복잡한 곳에서 사회라는 생명체에 도움을
주고, 다시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죠. 세포하나하나가 사는 모습이랑 다
를 바가 없습니다. 세포 하나하나는 영양소를 받고, 배설물을 배출합니다. 인간은 음식이
란 영양분을 먹고, 배설은 당연한 것이겠죠. 사회란 것은 어떨까요? 사회도 나름대로 복잡
한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작은 요소들의 엉키고 설 켜진 관련성을 완벽히 파악하기
는 힘들죠. 인체의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작용처럼요. 사회도 무언가를 먹어야 존재하겠
죠? 사회가 생명체냐고요? 그렇습니다. 하나의 생명체며 생명 유지의 의지를 가지고 있습
니다. 사회는 커다란 포크레인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자연에서 사회의 입 속으로 밀어 넣
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자원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죠. 그러면 인간이라는 효소에 의해 사회
에 쓸모 있는 것으로 바뀝니다. 참 신기하죠? 건물이 들어서고,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갈
수 있는 음식도 만들어 줍니다. 수많은 음식점들이 그런 역할을 하기도 하죠. 그럼 음식점
하나와 세포 하나를 비교해 볼까요? 세포는 영양분이라고 불리는 분자들을 끌어당겨 그것
으로 복제와 유지의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리고 찌꺼기를 내보내죠. 세포 하나하나는 인
체 전체에 관해선 무감합니다. 단지 자신의 몸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반응할 뿐이죠. 식당
하나는 어떨까요? 사회 전체와 관여하나요? 아닙니다. 그냥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만 반응
하죠. 들어오는 것은 돈이며, 운반체는 인간입니다. 음식 재료들도 그곳으로 들어오죠. 식
당 안의 음식들이 생산되어 식당이 유지되며 후에 그것은 복제에 관여되기도 합니다. 배설
하는 것은 돈이기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일 수도 있죠. 이렇게 단순한 원리에 움직이는 것
들이 모이니까 사회라는 커다란 개체가 만들어졌고, 복잡하고 커다래질수록 그것을 유지
하기 위한 특별한 기관들이 저절로 생겨납니다. 국가, 정부가 그런 것이고, 인간에서는 뇌
라는 것이 있죠. 단지 복잡해진 것을 통제하기 위해 존재할 뿐 더 중요한 의미는 찾기가 힘
듭니다. 우선 사회 얘기는 잠시 미루고, 지구 얘기를 해보죠. 누군가 가이아 이론을 말했다
는 것은 여러분들도 잘 알겁니다. 지구는 유기체고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환경을 조절해
나간다는 이론입니다. 이것도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것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지구는 우
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기, 흙, 나무, 물. 이
런 것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간도 그 요소 중의 하나이고, 인간이 만든 사회도 그에 속
합니다. 곤충, 동물들의 삶의 의지도 지구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저도 갈등을
한 부분이긴 합니다만. 이건 확신은 아닙니다. 과거에 운석이 지구에 떨어졌습니다. 이것
은 지구의 생존에 커다란 위협을 주었죠. 지구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생각했
을 겁니다. 제가 말하는 생각은 일반적인 의미와는 다른 의미란 것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
네요. 삶의 의지와 변화를 위한 계획 따위로 생각하시면 편하겠습니다. 어쨌든 지구는 살
아남기 위해 운석이라는 상해를 어떻게든 막아야겠죠. 그래서 도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인간세포입니다. 인간이 어떻게 운석을 막을 수 있을까요? 영화 많이 보셨으니까 아시겠
지만, 딥임팩트나 아마겟돈 같은 곳에서 인간이 운석을 파괴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겁니
다.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미래에는 가능할 겁니다. 지구는 이런 필요에 의해서 인간
세포를 만들었고, 인간세포 하나하나가 살기 위한 의지가 결국 지구 생명체를 보존하는 결
과를 낳게 되는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인간은 혈액에 당을 올리기 위한 호르몬은 네 가지
이고 낮추는 호르몬은 인슐린 하나뿐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인간도 새로운 풍족한 삶에
서 살아남기 위해 당을 낮추는 새로운 호르몬이 몸에서 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어쨌든 인
간은 지구에게 그런 효용성 말고도 많은 기여를 합니다. 지구도 그에 보답하여 많은 것을
주죠. 우선 환경을 제공해주고, 공기, 물. 이렇게 지구 생명체와 인간세포는 공존하는 것입
니다. 지구가 생명체이면 당연히 다른 것처럼 인풋과 아웃풋이 있어야 하겠죠? 태양이 보
내주는 빛이 인풋이며, 우주 공간으로 잃는 열이 아웃풋입니다. 우주 먼지들도 지구에 흡
수되어 재료가 됩니다. 지구가 처음부터 이렇게 커다랗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을 줄로 압
니다. 우주 공간에서 재료를 먹었기 때문에 이런 모양이 된 것이죠. 그럼 태양계는 어떤 생
명의 의지를 가지고 있을까요? 우주 전공이 아니라 거기까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같은 원
리가 적용되고 있을 것이라 봅니다. 그렇다면 태양이 지구나 목성, 화성 등에 에너지만 제
공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받는다고도 말할 수 있겠죠. 언젠가 밝혀지겠지만, 태양의 유
지에는 그 주위를 도는 행성의 역할이 중요할 것입니다. 아니면, 태양계라는 생명체에 미
토콘드리아(세포내의 에너지생성장소)는 태양이고, 라이소좀(세포내의 단백질합성장소)
은 행성들일 지도 모르죠. 제가 이론을 내 놓았으니 연구하는 것은 여러분 몫이겠죠. 다른
얘기로 넘어가서, 여러분, 분산지능이란 것을 들어보셨습니까? 작은 지능을 가진 개체가
모이면 높은 지능을 가져야 할 수 있는 일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죠. 흙개미 집을 예로
들을 수 있겠습니다. 흙개미 하나를 바닥에 놓아두면 그렇게 훌륭한 기둥 집을 지을 수 있
을까요? 인간이 흉내도 잘 못내는 멋진 환풍 시스템은 한 마리의 지능에서 나온 것일까
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지능이 낮은 개미가 수만 마리, 수천 만 마리 모이니까 분산지능
이 생기고, 그것으로 멋진 집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작은 세포 하나하나가 모이는
게 어떤 것인지 조금은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우리 몸의 세포 개수를 생각해
보셨습니까?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우리 몸에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그렇게 수
십억 마리의 생명체가 모인 우리 몸에 분산지능이 생기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고등동물로서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신을 만들어 내는 오만함도 갖출 수
있고 말입니다. 종교 생명체라는 것도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죠. 신도세포와 그 외의 많은
요소들로 이루어진 종교 생명체는 사회와 떨어져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종
교 생명체도 사회 생명체의 세포일 뿐이죠.종교 생명체의 역할이 사회의 존속에 도움이
될 경우에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주위 종교의 교리는 잘 살펴보면 사회의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들뿐입니다. 자살을 이념으로 삼는 종교는 사회 생명체의 세포 수
를 줄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론 호르몬 분비와 경찰 세포의 출동으로 말살됩니다. 절
대적 가치. 그것도 역시 사회와 떨어져 살 수 없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악이다. 모두
가 공감하는 말일 겁니다. 하지만, 사회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회 생명체와 전쟁
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셨습니까? 많이 죽일수록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덕이나 애
국심 따위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겁니다. 세상의 모든 원리
는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 존재한다.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이 이론에 따라 재밌는 질문을
하나 던지겠습니다. 커다란 바위산이 있습니다. 이것은 생명체일까요? 졸지 않으신 분들
은 답이 생명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인풋과 아웃풋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
고, 그 속에는 복잡한 메커니즘이 숨어 있습니다. 손톱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
까. 지구의 손톱이요. 인간이 가진 손톱도 죽은 세포로 되어 있지만, 유기체에 속하지 않습
니까. 관점을 달리하면 이렇게 죽은 바위도 살아나는 거지요. 그런데, 니체와 로맹가리는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요? 원래 진실은 잔혹한 것입니다. 인간은 지구 생명체의 일부이며,
그것자체도 수많은 생명체의 조합일 뿐이라는 것 말입니다. 신도 없으며, 죽은 후의 영생
도 없고, 숭고한 이성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인간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
라는 것. 니체와 로맹가리는 어떤 방식에서든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고,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쉬워졌을 겁니다. 제 이론은 사회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 사랑하는 것. 이런 모든 감
정이 사실은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사실. 이런 것을 밝히는 것 자체가 사실은 사회
생명체에 독소를 주입하는 것이 되겠네요. 저 같은 미천한 세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
만은요. 말하다 보니 시간이 지체가 되었군요. 짧게 마무리 하겠습니다. 모든 것은 생명체
의 일부이고 생명체는 또 다른 생명체의 일부이다.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생명체
와 교류한다. 이 원리의 이름은 지금 발표하면서 생각한건데, 생명체 이론이라고 간단히
지어봤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는 인사를 하고 강단에서 내려왔다. 박수 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교수는 실망하지 않았
다. 어차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인정 자체가 사회 생명체의 존속에 위
협을 주는 것이니까. 교수는 아내가 30주년 결혼기념일 선물로 준 구두가 불편했다. 구두
안쪽 벽이 엄지발가락을 눌렀다. 발가락에 힘을 주며 빨리 집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
을 했다. 네 번째 연사가 강단을 오르자 어두운 좌석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교수는
그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야유하는 것처럼 느껴져 등이 따가웠다. 학회가 끝나고 저녁 약
속이 있었지만, 왠지 모를 불쾌함에 서둘러 대기실을 통해 빠져 나왔다.
사회 생명체는 신문 호르몬을 방출하고 있다. 인간 세포는 신문 호르몬의 신호를 받아들이
고 있다. 그것에 따라 행동 방침이 조금씩 변한다. 하지만, 제임스 커셀 교수의 살해 소식
은 인간 세포들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한 듯 했다. 기사를 보는 사람들중 비통한 표정을 짓
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식사 시간의 한 토막을 차지하는 이야깃거리 밖에는 되지 않았
다.
비록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지만, 교수는 자신이 말했던 이론에서 사회생명체에 대
한 암적인 세포의 역할을 맡았고,  면역 기관들은 교수 세포를 쉽게 파괴하고 배설하였다.

-the end

출처 : www.adultoby.com
재밌게보세요. 오늘것은 조금 심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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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무지개를 넘어
05/07/25 10:57
수정 아이콘
항상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05/07/25 11:03
수정 아이콘
이번 이야기 컨셉인가요. 읽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05/07/25 11:44
수정 아이콘
줄띄우면 집중이 잘 안될것 같아 따로 띄우지는 않았습니다.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무지개를 넘어님.^^
헤이주드
05/07/25 15:28
수정 아이콘
이번편은 호러라기 보다는 인간과 지구에 관한 깊은 고찰이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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