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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7/19 17:25:50
Name 희주
Subject [유머] [단편호러]바다 written by cennyjang
바다


어릴 적 tv에서 어떤 두꺼비를 본 적이 있다. 동남아시아 쪽에 사는 독 두꺼비다. 색은 어

두운 갈색이고 조금 큰 편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두꺼비의 등에서 ㅅ끼가 나오

는 모습이다. ㅅ끼를 낳을 때가 되면 두꺼비의 등에 조그만 구멍이 생겨난다. 바늘로 두꺼

비의 등을 촘촘히 찔러 놓은 듯한 모습이다. 그 작은 구멍에서 수많은 ㅅ끼가 튀어나온다.

꼭 다른 몸에 기생하는 벌레가 이동하는 것 같다. ㅅ끼들은 어미의 몸을 빼 닮았다. 다만

몸집이 작을 뿐이다.

내 등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어쨌든 구멍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다리에 조그

맣게 생기더니 내 몸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다. 하나 하나가 바늘이 들어갈 정도로 컸다. 이

젠 얼굴까지 퍼졌다. 세수도 못한다. 물이 그 속으로 들어가면 뭔가에 댄 듯한 느낌이 들었

다.

믿진 않았지만 병원에 가 보았다. 역시 그쪽도 이 병의 치료법을 몰랐다. 입원을 권했지만

나는 실험용 쥐가 되고 싶지는 않다. 병원의 긴 복도를 지나면서 얼굴에 구멍이 생기고 있

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어떤 장난을 하면서 시간을 때운다. 이쑤시개를 얼굴의 구멍구멍에 꽂아 놓는 것이

다. 약간 따끔하지만 재미있다. 꼭 고슴도치 같다. 나는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

에 올렸다. 아마 무서운 그림을 소개하는 사이트에서 좋아할 것이다.

창문으로 바닷바람이 들어왔다.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요즘은 내가 악마가 되는 꿈을

꾼다. 바다의 모든 생물을 이끌고 육지를 정복하는 꿈이다. 왜 바다를 떠올리게 되느냐하

면 내 병이 원인이 바다에 있기 때문이다.


일년전 아직 피서 철이 되지 않아 바다는 조용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바다가 아직 찰 때

도 바다에 들어간다. 나도 마찬가지다. 커다란 수경을 쓰고 바다 속을 엿보고 다니는 것은

크나 큰 행복이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수경을 쓰고 바다로 들어갔다. 해초들이 바닷물결에 따라 춤추고 있었

다. 그 길을 따라 등대가 있는 곳까지 갔다. 그 아래는 방파제가 깔려 있고 방파제를 집으

로 삼는 물고기들과 조개들이 있다. 그러나 깊은 곳까지는 가 본 적이 없다. 아직 4미터만

내려가면 귀가 맹맹해진다. 5미터 이상 내려가는 어른들도 있었다.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바닷가에 산 사람들이다.

나는 좀더 깊은 곳에 내려가 보기로 했다. 아직 바닥이 보이지 않지만 3미터만 내려가면

바닥이 보일 것 같았다. 어두운 바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고기들도 보이지 않았다. 귀마

개를 했기 때문에 더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닥에 있는 돌을 주워다 친구들에게 자랑

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였다.

몸이 저렸지만 바닥에 손을 댔다. 고운 모래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어두웠다. 돌을 찾기

는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숨도 막혔다. 그 때 이상한 빛을 봤다. 내 앞쪽으로 빛을 발하

는 생물이 다가오고 있었다.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숨이 막혀서 위로 올라갔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물도 조금 차가워진 듯 했다. 나는 그 생물을 보고 싶었다. 어떤 생

물인지 알아서 친구들에게 깊은 곳에 갔다왔다는 증거로 삼고 싶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물 속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저 밑에서 빛이 보였다. 꼭 몸에 형광

을 발라 놓은 듯 했다. 크기도 컸다. 커다란 문어 같다는 생각을 했다. 더 가까이 내려갔

다. 1미터 앞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것은 알몸의 여자였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한 촉수 같

은 것이 나 있었고 몸도 이상하게 움직였다.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그리고 머리 쪽으로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뒤로 헤엄치고 있었다.

새로운 것은 신기하기도 하지만 위험할 때가 많다. 갑자기 그것이 내게 덥쳐왔다. 나는 숨

을 놓쳤다. 입 있던 공기가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갔다. 그 때 촉수 같은 것이 내 입 속으

로 들어왔다. 놀랍게도 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촉수들은 나를 감고 있었다. 그리고 여

자의 머리가 내 정면으로 왔다.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창백한 얼굴은 이미 이 세상 사람

이 아닌 것 같았다. 여자의 긴 머리카락은 눈 주의에서 흘러 다녔다.

약 한시간 동안 그렇게 나는 잡혀 있었다. 여자의 촉수로 내 몸에 무언가가 들어오고 있다

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나는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생기기 시작한 것이 이 구멍들이다. 그 생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인간은 아니었다.

이제는 밥도 어머니가 방으로 가져다준다. 나를 편하게 해준다는 핑계지만 내가 생각해도

나 같은 놈과 같이 밥을 먹으면 밥맛이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지금은 비관하거

나 고민하거나 하지 않는다. 이젠 그런 생각들도 지겹다 고나 할까? 다만 나중에 내가 어

떤 괴물이 될지 궁금할 뿐이다. 어쩌면 바다 속의 그녀처럼 되어 바다의 한 부분으로 떠다

닐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몸이 근질거린다. 하지만 긁을 수는 없다. 쉽게 상처가 나 피가 나기 때문이다. 옆에 밥그

릇이 보였다. 요즘은 식욕이 너무 좋아 세 공기는 기본으로 먹는다. 하지만 몸은 그렇게 불

지 않는다.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구멍이 모두 사라졌다. 아직 조그맣게 자국이 나 있으나 눈에 띠는 정

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걱정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병이 옮았다가 난 것도 아니고

그 생물의 의도에 의해서 몸이 변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그 생물의 목적이 이루어진 것

은 아닌 것 같았다.

다시 원래의 생활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적응해갔다. 학교도 나가고

예전의 친구들을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벌써 한 학년이 올라가서 반이 바뀌어 있었다. 모

두들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그런 시선들도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 후로 한 달 정도 지났을까? 어머니가 실종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어머니를 찾으러 간다

던 아버지도 없어졌고 내 여동생도 사라졌다. 경찰도 오고 조사도 있었지만 집단 가출로

결론 짓고 철수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반 친구들도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

다. 무슨 일일까? 내가 원인일까? 실종 사건은 우리 집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 내가 관련

된 것이 틀림없었다.

담임 선생님이 나를 호출했다. 교무실로 가는 길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실종 사건

이 계속 일어나자 내가 다 잡아먹었다는 소문까지 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나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내 몸에 확신이 없다. 내가 사람들을 데리고 바다 속으로 들

어가는 꿈까지 꾸었다. 어쩌면 실제였는지 모른다.

담임 선생님은 내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아 주셨다. 나는 내

손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그것을 본 것은 순간이었다. 내 엄지손가락 부분에 작은

구멍이 생기더니 뭔가가 나와 선생님의 손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사라졌다. 선생님은 눈치

를 못 채셨는지 얘기를 끊지 않고 계속하셨다. 부모님이 안 계셔도 열심히 살라는...

선생님의 몸으로 옮겨간 것이 실종 사건의 원인이 틀림없었다. 그 후로 선생님을 따라 다

녔다. 뭔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달간 선생님은 변화가 없었다.

나는 선생님 집에서 자면서까지 선생님을 감시했다.

그날은 선생님이 이상했다. 기분 좋은 일이 있는지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밤이

되자 선생님은 바다로 나가셨다. 몰래 따라가면서 이것이 선생님을 보는 마지막일 것이라

는 생각과 이제야 모든 것이 풀린다는 생각이 복잡하게 교차했다. 피서객을 위한 상점들

은 모두 문을 닫고 빨간 색과 파란색이 교차하는 네온사인만이 어지럽게 반짝였다. 선생님

은 모래 위에서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신발을 들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파도 속으

로 사라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선생님이 들어간 바다 속에서 나타난 희미한 빛이

다. 그것도 어둠 속에 자취를 감추었다.

그 후로 사람들과 자주 접촉을 했다.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면 고립된 생활을 해야하겠지만

내 본능은 사람들과 접촉을 원했다. 마을 사람 전체와 접촉을 했다. 심지어는 고양이나 개

도 만졌다. 그럴수록 내 몸이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아기를 낳고 난 기분이 이런 기분일

까?

많은 사람이 실종되었고 많은 사람이 나와 접촉하였다. 마을은 점점 조용해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저주받은 마을이라고 말하며 떠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그리고 바

다로 들어갔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몸에서 그것들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

러나 그때부터 바다에서 보았던 그 여자를 다시 보고 싶었다.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

을 본능 적으로 느꼈다.

저녁 노을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바닷가로 나갔다. 모래 사이로 딱딱한 조개 껍질이 느껴졌

다. 천천히 모래사장을 지나왔다. 조용한 도시의 바닷가는 파도도 잔잔했다. 물에 들어가

지 않고 무언가를 기다렸다. 무언가가 온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구름 때문에 달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초승달이 떠 있을 것이다.

몸이 간지러웠다. 몸에서 뭔가가 돋아 나오고 있었다. 나는 빠르게 옷을 벗었다. 이제 그

때가 온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기 때문이다. 옷을 다 벗고 고개를 든 순간, 바다 전체가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을 사람들은 내가 보았던 여자처럼 모두 변해서 물위에 떠 있

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사랑스러웠다.

바닷가를 가득 메운 생물체들은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부르는 소리였다. 나는

내 팔에 돋아난 촉수를 흔들어대며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가 탄생시킨 생물체들

과 함께 깊은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출처 : www.adultoby.com

재밌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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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19 17:41
수정 아이콘
몇개 읽으면서 생각난 건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마지막의 한마디로 무섭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토준지식의 기괴한 이야기 같습니다.
05/07/19 19:08
수정 아이콘
siderun님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처음올릴때 제목을 엽기호러로 바꾸려고 했는데요 생각해보니 글쓰신분에 대한 예의가 아닌것 같아 그냥 똑같이 올리고 있어요.
묵향짱이얌
05/07/20 08:19
수정 아이콘
몸 간지러워 죽겠넹..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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