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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7/04 23:17:40
Name sunnyway
Subject [유머] [펀글] 당나귀 콧구멍에 기름넣기
리더스 다이제스트 2003년 7월호

당나귀 콧구멍에 기름넣기
- 이언 레비슨

이제까지의 나의 직업중 최악의 것을 고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내가 거친 직업은 42개. 뭐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나의 원래 꿈에는 위대한 소설가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4만 달러짜리 영문학 학위를 가졌음에도, 나도 모르는 사이 뜨내기 노동자가 되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10대 최악의 실패 중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당나귀 사건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주에서 유조차 운전사로 일할 때였는데, 겨울이라 기름 배달이 많았다. 필라델피아 메인라인 고객들은 주로 으리으리한 저택에 번쩍번쩍한 스포츠카를 굴리는 부자들이었다. 배달을 다니면서 이런 사람들은 뭘 하는 사람들인지 늘 궁금했다. 로켓엔진이나 새로운 치료약을 개발해낸 천재들일까? 포스트잇 같은 기발한 상품을 만든 사람들일까? (옮긴이 주: 변호사가 아닐까.. 연구원이나 엔지니어는 큰 돈은 못 버는데..) 아니면 그저 부모로부터 군납용 발톱깎이 공장을 물려받은 사람들일까?
가장 힘든 점은 각 집마다 기름탱크(fill)의 위치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배달 통지서마다 작은 지도가 붙어 있었지만, 정작 기름탱크는 지름 약 13cm의 금속 파이프여서, 나무 뒤나 바위 밑, 심지어 눈속에 완전히 파묻혀 있는 경우도 허다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바로 그날, 문제의 집은 지도 대신 "당나귀 코에 채울 것(Fill at the donkey's nose)"이라는 간단한 메모가 있었다.

차고 앞에 차를 세워 놓고 보니 앞마당에 커다란 당나귀 조각상이 있었다. 가까이 가서 코를 살펴봤다. 그 당나귀는 난방용 기름탱크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시멘트 콧구멍은 주유 호스가 충분히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펌프를 당나귀 콧구멍에 최대한 깊숙이 밀어 넣고 기름 분출량을 최대로 틀었다. 순간, 당나귀 머리가 펑 터져버렸다. 나는 기름과 콘크리트를 온몸에 뒤집어썼다. 더듬더듬 호스를 찾았는데 호스는 간질 발작을 일으킨 아나콘다처럼 이리저리 춤을 추며 깔끔한 마당 여기저기에 기름을 뿜어대고 있었다. 얼굴에 분당 284리터의 펀치를 세 번이상 맞고 나서야 간신히 호스를 땅바닥에 깔고 앉아 잠갔다. 역겨운 기름을 한 컵은 마셨을 것이다. 숨통이 막히고 몸은 기름에 흠뻑 젖은 채, 절뚝거리며 트럭으로 돌아가 상사에게 무전 연락을 했다.
"예, 체스터스프링스 1105번지에 있는데, 좀 전에 이 집 연료탱크가 부서졌어요."
"부서졌다니 무슨 말이야? 당나귀 옆에 있는 거 말야?" 찰리는 15년간 배차원으로 일해서 배달 가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당나귀 옆이라고? 뭔 소리야? "예~."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나가서 사람 좀 데려올게요."
무전기를 내려놓고 머리통이 날아가버린, 기름에 흠뻑 젖은 당나귀한테로 달려갔다. 당나귀 코가 있던 자리 바로 아래의 땅을 미친 듯 쓸어내니 쌓인 눈 아래로 어떤 금속물체가 닿았다. 기름탱크가 나를 보며 비웃고 있었다.
"'Fill'은 '기름탱크'라는 뜻도 있지만 '채워 넣으라'는 뜻도 있잖아요. '당나귀코에 기름탱크 있음(Fill at the donkey's nose)'이라는 말은 애매모호하다고요." 나는 찰리의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찰리가 나더러 나가란다. 모두들 내가 나가길 바랐다. 사람들이 내 몸에서 나는 기름 냄새 때문에 질식할 지경이었으니까.
경험이 많은 사람인 찰리는 나를 해고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찰리는 이전에도 비슷한 경우를 보았고, 내가 친 사고가 그날의 최대 사고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신참이 1900리터들이 정화조에 기름을 들이붓는 바람에 100만 달러짜리 저택의 변기들과 욕실들이 기름 범벅이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차고 앞에서 후진하다가 기둥을 들이받아 전기까지 나가버렸다. 그 바람에 그 저택에 사는 사람들은 기름에 전 동굴에 살아야 했고, 찰리는 머리통이 날아간 당나귀보다 더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찰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얼른 꺼져. 내일 8시에 보자구."


몸에 묻은 기름을 어떻게 씻어냈을까?  거기다 먹은 것은.. -_-

무엇이던지 처음 접하는 분야에서는 뭘 몰라서 실수를 많이 하죠, 그러면서 알아가는 거니까..  가끔 주윗분들은 예전의 제 실수담을 꺼내어서 악의없이 놀릴 때마다, 타오르는 얼굴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    
하지만 의도적으로 다 지난 간 일을 꺼내어 되새겨 주시며 제 마음에 비수를 꼽는 분도 있죠,  혹시 저도 남한테 그럴지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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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marion
03/07/05 00:00
수정 아이콘
그렇죠^^
익숙해지면 별것아니고 간단해 보이는 일들도 처음에 그 일을 배우려 할때는 막막하기만 하였으니까요.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 열심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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