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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슈팅 - 실점 = 선방
카시야스의, 카시야스를 위한, 카시야스에 의한
레알 마드리드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고질적인 수비불안이다. 지난 04/05 시즌, 레알은 바르샤의 뒤를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은 실점을 기록했고, 이러한 통계적 자료는 그 동안 레알이 겪어왔던 수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살펴봤을 때, 레알의 수비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알아채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레알 마드리드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의 슈팅을 허용한다는 점이다. 지난 04/05 시즌, 바르셀로나는 38라운드 동안 총 331회의 슈팅을 허용했고, 이 중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슈팅은 총 173회였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의 기록을 훨씬 상회하는 583회의 슈팅 및 348회의 유효슈팅을 허용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583회 슈팅 허용은 세군다 리가로 강등된 누만시아(19위)와 알바세테(20위)의 기록을 넘어서는 놀라운 수치다.
▲ 04/05 시즌 라 리가 상위권 3팀의 슈팅 허용숫자 비교.
1위 바르셀로나: 총 331회 슈팅 허용, 173회 유효슈팅 허용, 실점 29.
2위 레알 마드리드: 총 583회 슈팅 허용, 348회 유효슈팅 허용, 실점 31.
3위 비야레알: 총 421회 슈팅 허용, 229회 유효슈팅 허용, 실점 37.
▲ 04/05 시즌 사모라상 순위. (출전횟수-실점으로 집계)
1위 빅토르 발데스(바르셀로나): 35경기 출전, 25실점, -10.
2위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 37경기 출전, 30실점, -7.
3위 레오 프랑코(아틀레티코): 37경기 출전, 32실점, -5.
무려 두 배에 가까운 슈팅 허용숫자(유효슈팅은 두 배를 넘는)에도 불구,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실점은 고작 2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러한 통계적인 자료는 지난 시즌 압도적인 수치로 최다 세이브 1위에 랭크되었음에도 불구, 사모라상 부문에서는 2위에 머물러야 했던 '불운의 사나이' 이케르 카시야스가 위기 때마다 레알을 여러 차례 구해냈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카시야스의 믿을 수 없는 활약을 증명해주는 또 다른 통계적인 자료도 있다. 우선 레알 마드리드가 38라운드를 통틀어 가장 많은 슈팅을 허용했던 10경기를 손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세비야 원정경기(25회), 아틀레티코 원정경기(24회), 베티스 원정경기(24회), 바르셀로나 홈경기(24회), 베티스 홈경기(23회), 사라고사 원정경기(23회), 마요르카 원정경기(21회), 오사수나 원정경기(20회), 헤타페 원정경기(20회), 레반테 원정경기(18회).
레알 마드리드가 위 10경기 동안 허용한 총 슈팅숫자는 무려 222회. 유효슈팅 또한 무려 137회로서 그야말로 '맹폭'을 당했다. 그러나 레알은 상대팀 공격수들에게 폭격을 당하면서도 고작 8실점밖에 기록하지 않았고, 10전 8승 2무라는 믿기 어려운 전과를 올렸다. 흔히 일류 골키퍼는 승점 10점 이상을 보장해준다고 말하지만, 카시야스는 사실상 혼자의 힘으로 레알에게 승점 26점을 선물한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드리드 더비'에서 카시야스를 상대로 득점할 수 없었던 토레스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생생히 기억한다.)
유효 슈팅 허용이 137회인데 8실점이면, 129개의 슈팅은 막아냈단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