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범 '33한 스타덤'
숫자 3과 묘한 인연…
데뷔한지 6년이나 된 게이머가 갑작스럽게 최고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칸의 에이스 최수범(20).
지난 99년 프로게임계에 첫 발에 발을 내디딘 최수범은 최근 스타리그 2회연속 진출한 것 말고는 특별한 인기요소가 없었다. 수더분한 생김새와 특유의 성실성으로 '꾸준한 게이머'라는 인상을 줬을 뿐. 그러나 이달초 난데없이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kr)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에 등장하더니, 어느샌가 프로게이머 중 최고 인기인이 됐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된 셈.
가스 3곳-팩토리 3개로 시작
33번째 경기 유닛 모두 3개 다승 33위 겹쳐 팬들 열광
◇ 디시인사이드에 오른 최수범의 갖가지 패러디 사진들.
처음 네티즌 사이에서 거론된 것도 엽기적인 이유에서였다. 최수범은 지난달 25일 듀얼토너먼트에서 가스를 3곳이나 확보했으면서도 팩토리를 3개만 건설, 소수 물량으로 조정현(헥사트론)이나 김성제(SK텔레콤) 등을 잡아냈다. 최수범이 '삼(3) 테란'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여기부터다. 요즘 유행하는 물량전의 법칙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것.
이후 그의 행보에는 꼭 '3'자가 따라 붙었다. 머린이나 파이어뱃, 드롭십, 탱크 등 그가 생산해낸 유닛수는 공교롭게 3기였다. 그리고 지난 15일 질레트 스타리그 프리매치에서 결정타를 날렸다. 이날 경기는 그의 온게임넷 통산 33번째 경기. 더우기 다승 33위(14승)를 기록하던 중이었다.
이같은 우연이 겹치자 팬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2000여명선에 불과하던 팬 카페(cafe.daum.net/nagnedoggi)가 이제는 2700여명까지 늘어났다. 매일 100명씩 가입하는 셈. 지난 5년 동안 스포트라이트 한번 못 받았던 최수범은 처음에는 당황했다. "요즘에는 초반 러시할 때 머린의 숫자가 3기인지도 신경쓰일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팬들의 응원에 힘을 얻은 것인지 최수범은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이든지 자꾸 이기는 데다 팬들의 관심을 받게 돼 기쁘다. 이제는 진짜 실력으로 스타덤에 오르겠다."
'효자 테란' 베르트랑(헥사트론)에 이어 게임팬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2호 스타'. 최수범이 출전하는 질레트 스타리그 조지명식은 23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스튜디오에서 열린다. 팬들로부터 최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최수범을 누가 '겁없이' 지명할지 관심이다.
한편 질레트 스타리그에 사용될 신규 맵은 '머큐리'와 '레퀴엠'으로 결정됐다. < 전동희 기자 te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