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재미에 빠져 게임 ‘외면’
“제 어릴 적 사진은 90% 이상이 유치원에서 찍어 준 사진이에요. 부모님이 밤낮 생업전선에서 고생하셨기에 가족들끼리 놀러 다니며 기념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었거든요. 심지어 돌, 백일 사진도 없는걸요.
“어릴 땐 축구선수가 꿈이었어요. 그땐 게임보다 축구가 더 좋았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땐 오락실 귀신이라 불릴 만큼 게임을 좋아했다. 형에게 엄청 두들겨 맞고도 뒤돌아서면 또다시 동네 오락실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으니 말이다.
그런 민이가 5학년이 되자 오락실과의 인연을 뚝 끊어버렸다. 이유인 즉,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축구에 심취했기 때문. 수업이 끝나도 해지기 전에 집에 들어가는 법이 없었다. 온 몸이 땀 범벅이 되도록 공을 차며 놀다가 운동장이 깜깜해질 무렵 집으로 향했다.
그저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는 탁월한 운동신경을 자랑했다. 모든 포지션을 다 소화해 냈지만 주로 공격수로 활동했다. 매주 다른 학교와 축구시합을 벌이기도 했다. 집안이 넉넉지 못해 변변한 축구화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친구들에서 축구화를 빌려도 공을 차며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이다.
“공부요? 공부는 못했던 것 같은데... 운동하고 뛰어 놀기에 바빠서 공부할 시간은 없었죠.(웃음) 워낙 공부를 못해 언젠가 받아쓰기 70점 받았다고 칭찬을 받은 적도 있어요.”
부모님은 성적에 대한 기대보다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바라셨다. 그래서인지 초등학교 6년 내내 받은 상이라곤 개근상과 달리기상이 고작이다. 5학년 땐 모든 일에 주범으로 낙인 찍힐 정도로 장난꾸러기였다.
“수업 중에 친구들을 이끌고 학교 앞 분식점으로 떡 꼬치를 먹으러 갔다가 선생님께 무지 혼난 적이 있어요. 전 모든 사건의 주범이었죠.” 하지만 민이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부리나케 달려가 도와주는 등의 착한 일에도 주범이었다.
담임선생님에게 가장 많이 혼나는 학생도 , 가장 많이 칭찬을 받는 학생도 다름 아닌 민이였다. 그래서인지 5학년 때의 담임선생님과는 미운 정, 고운 정이 듬뿍 들었다.
“초등학교 6년 중 제가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선생님이세요. 주말이면 선생님 댁에 놀러가 간식도 먹고 드림랜드에 놀러가서 눈썰매도 타고 그랬는데...” 그렇게 게임과 축구를 좋아하던 사고뭉치 민이의 유년시절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사진 설명>
"제 어릴 적 사진은 90% 이상이 유치원에서 찍어준 사진이에요. 부모님이 밤낮 생업전선에서 고생하셨기에 가족들끼리 놀러 다니며 기념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었거든요. 심지어 돌, 백일 사진도 없는걸요."
[1] 이건 소풍갔을 때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에요. 다들 사진기를 바라보며 이쁜 척 하는데 저만 사진 찍는 데엔 통 관심이 없고 먼 산만 바라보고 있네요.
[2] 요건 유치원 공작시간에 수수깡 붙이기를 하는 모습인데 입이 뾰루퉁 나와서는 열심히 만들기하고 있는 게 저랍니다. 볼이 발그스레하니까 금새 알아보시겠죠?
[3] 이건 유치원 재롱잔치 때 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할머니는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답니다.
정리=김수연 기자 < jagiya@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