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사람] 국내 옵저버 1호 김희제씨
'인간과 마우스가 결합된 신종 카메라를 아십니까.'
프로게임 방송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옵저버'다. 생생히 전달되는 게임화면은 모두 옵저버의 마우스 움직임에 따라 보여지는 것이다. 프로스포츠 중계에서 한눈에 경기장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방송 중계카메라 역할을 바로 이 옵저버 한명이 해낸다. 게임 화면을 직접 방송카메라로 촬영할 경우 화질이 떨어지는 데다 선수들의 화면 움직임 속도도 너무 빨라 방송용으로는 부적합하다.
이 때문에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는 PC 3대로 함께 치르게 된다. 두 선수와 옵저버가 함께 접속하는 것. 선수들은 서로 상대방의 진영을 볼 수 없지만 옵저버는 전체 화면으로 두 선수의 움직임을 모두 볼 수 있다. 즉 우리가 보는 게임화면은 옵저버의 화면을 방송용으로 따온 것. 현재 국내에서 옵저버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4∼6명. 온게임넷의 김희제씨(32)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4년째 옵저버로 활약하고 있다.
"우연히 나갔던 게임대회 도우미가 직업이 될 줄은 저도 몰랐어요." 곱살하고 예쁜 손을 가진 김씨가 활짝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3년 전 '한빛소프트배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이벤트 도우미로 참가한 것이 생업이 된 것. 전직 게임프로그래머로 슈팅게임을 개발하던 그는 게임이 좋고 팬들의 환호성이 좋아 옵저버가 됐다. 이로써 국내에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킨 주인공이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에 몰입하면 안된다는 사실이지요." 옵저버로서 김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자칫 경기에 빠지면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의 화면만 자꾸 보여줘 균형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를 중계하는 동안 김씨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다. 감정을 관리하면서 생겨난 직업적인 특성이라고 한다.
"1주일에 5∼6개 방송의 옵저버를 합니다. 옵저버 시간은 5∼6시간이지만 실제로 준비할 게 많기 때문에 하루종일 일하는 셈이지요." 김씨는 대회 일정이 밀릴 경우 한달 동안 하루도 못 쉬는 때가 많다. 수년 동안 사귀던 여자친구와도 그래서 헤어졌다. 김씨는 "이 정도면 회사에서 연봉 좀 올려줘야 하는데요"라며 멋쩍게 웃는다.
"한번도 옵저버라는 직업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어요. 제가 움직이는 손, 클릭하는 마우스 소리에 팬들의 환호성이 울리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그는 게임팬을 위해 사는 또 다른 게이머다.
황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