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계의 스타팀, 4U의 주훈 감독을 만나다
주훈 감독이 프로게임단 감독이 되기까지
2004년 01월 18일 김민수 고건혁
[이 인터뷰는 9월 중순 경에 이루어진 것으로 현재 4U(구 동양)팀의 사정과는 다른 내용이 있습니다. 이 점 양해하셔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 란 단어가 PC방을 넘어서 대학 사회내에 정착한지도 상당히 오래됐다. 강의를 듣고 난 뒤 친구나 선후배와 함께 PC방에서 같이 스타를 하는 것이 일상적인 놀이 가 됐고, 과방이나 라운지에서 스타리그 우승자를 예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광경이 됐다.
▲2004년 현재까지 스타크래프트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
'스타'의 인기가 늘어남과 동시에 팬문화도 발전하였으며 스타리그 자체도 규모가 커지게 됐다.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기업들이 각종 스타대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광고효과를 노린 스폰서 시스템이 스타대회에 자리잡게 된다.
기업 스폰서가 하나둘씩 생겨남에 따라, 새로운 형식의 스타대회도 차츰차츰 생겨나기 시작했다. 스폰서를 서는 기업의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몇몇 인기있는 선수가 아닌 게이머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 팀리그가 탄생한 것이다.
팀리그의 인기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스타를 발견하게 된다. 상대팀에서 어떤 선수가 나올지 예측하고 그에 맞는 선수를 내보내는 것이 승패를 가늠하게 되면서, 감독의 역할이 팀리그에서 무척 중요해졌고 자연스럽게 관중들의 시선이 감독에 쏠리게 됐다.
▲기업 스폰서 시스템은 새로운 리그, 새로운 선수들을 만들었으며 그에 따라 감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쪘다 © www.mbcgame.com
그런 분위기에서 특별하게 게임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감독이 있으니, 그가 바로 4U팀(구 동양)의 주훈 감독이다. 팬들은 스탑워치를 들며 선수들의 플레이를 계산하는 그의 치밀함에 놀랐으며 기가막힌 용병술에 감탄했다.
결국 그는 신생팀인 동양(우승 당시 팀명)을 온게임넷 초대 프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명장이라는 칭호를 얻게됐다. 스누나우에서는 주훈 감독에 대한 스타팬들의 열기를 감지, 주훈 감독의 프로게임단 감독 생활 및 감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보았다.
1. 대학원생에서 프로게임단 감독이 되기까지
주훈 감독은 스타 열풍이 한창 일어날 때에도 '스타크래프트' 란 게임을 전혀 몰랐었다. 피씨방에서 사람들이 스타크래프트 삼매경에 빠졌을 때 주훈 감독은 체육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스타 크래프트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스타 열풍이 불던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유학 차 간 미국에서 주변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스타'를 시작했던 것이다.
▲숙소에서 감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주훈 감독. ©
'전략, 전술을 제외하더라도, 매뉴얼이 다 영어로 되어 있어서 기본 유닛과 생산 건물을 익히는데도 시간이 너무 걸리더라구요. 그래서 한국 사이트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쳐보니 장난 아니게 많이 뜨는거에요. 거기서 빌드오더라는 걸 처음 배웠죠. 4드론,6드론, 배럭 입구 막기 등. '
이제는 아득한 옛날 이야기가 되버린 4드론, 6드론을 미국에서 주훈 감독이 익힐 무렵, 임요환 선수와의 인연(?)도 싹트기 시작했다.
'저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 왔다보니 사람들이(미국) 대뜸 SLayerS_`BoxeR'(임요한 선수 베틀넷 아이디) 아냐고 묻는 거에요. 저는 그때 당시는 스타란 게임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당연히 모른다고 했죠. 그러니 이 친구들이 어떻게 한국에서 왔는데 SLayerS_`BoxeR' 를 모르냐고 의아해 하더군요. 그 때 부터 임요환 선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지요'
그가 주로 테란으로 게임을 한 것도 임요환 선수와의 끈을 이어주었다.
'보통 스타 처음하면 테란으로 시작하잖아요. 저두 테란으로 시작했었구. 테란 플레이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러다가 VOD란게 있다는 걸 알았고, 온게임넷, 게임큐, 펜카페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테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테란과 관련된 VOD를 많이 찾아보게되더군요. 그 때 임요환 김정민 정말 잘한다고 느꼈어요. 바로 임요환선수의 팬이 됐지요'
이렇게 스타 역사에 남을 만한 선수와 감독의 만남이 알게 모르게 이루어지고 있던 것이다.
'1회 월드사이버즈 게임대회 때 인터넷으로 임요환 선수 경기를 봤었어요. 시차 차이가 나서 날을 새면서 까지 기다렸다가 보기도 했지요. 우승 당시에 무척 기뻐했더랍니다. 그리고 난 뒤, 한국에 돌아왔는데 그 때가 한참 온게임넷 네이트배 경기가 시작할 때였어요. 임요환 선수가 온게임넷 왕중왕전 떨어지고 주위에서 평가하기를 슬럼프라 말하던 때죠'
▲월드사이버게임즈 우승 당시 임요환 선수. 당시 그의 플레이를 보는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
'제가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습니까. 심리 기술 훈련 파트에서 자신감 훈련 프로그램이 있는데 제가 관심을 가졌던 분야가 자신감 파트였고 저희 지도교수 선생님께서 심리기술훈련 최고 권위자이시기 때문에 그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죠. 기본적으로 심리기술 훈련을 잘 알고, 양궁선수나 스포츠 선수 심리 교정과 관련해서 치료할 때 옆에서 많이 지켜봐서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해야될지 알았었죠.'
'게임도 그런 측면이 유사하기 때문에 (직접 게임을 해보니 느껴지더군요) 심리 치료를 하면 선수들한테 분명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귀국해서 아이에스 기획실장을 찾아갔어요. 이런 걸 전공한 사람인데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 보수를 바라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 팬의 입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요. 작년 3월(02)에 아이에스와 컨택을 해서 매주 3번이상 들려 선수들과 상담을 하고 심리 기술 치료를 했죠. 물론 임요환 선수를 포함해서 말이에요'
당시 임요환 선수는 온게임넷 네이트배 대회에서 3연패를 하며 16강에서 탈락한다. 탈락 후, 자신감 회복을 위해 주훈 감독(당시엔 선생님)과 상담을 했으며 둘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져 간다. 그 때의 시련이 지금의 주훈 감독과의 관계에 밑거름이 된 것이다.
'생각보다는 심리 치료의 효과를 보지 못했어요. 지속적으로 해야 효과를 보는데 요환이 쪽도 스케줄이 바쁘고 저도 학생이니 바쁘고, 체계적으로 치료를 하지 못했죠. 그 타임에 박정석 선수와 결승전을 치뤘고 임요환 선수와 아이에스가 결별을 하게 되죠'
임요환 선수와 아이에스(임요한 선수의 소속팀)와의 결별은 발표 이전에 많은 게임 팬들이 알았던 사실. 이 때부터 대기업 스폰서 문화가 정착되고 억대 연봉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게임판 자체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으며, 요환 선수와 주훈 감독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겨야 했다. 임요환 선수는 이제 아이에스 소속이 아니고 주훈 감독은 아이에스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공부냐 스타냐의 기로에서, 그의 심경은 스타크래프트 전장만큼이나 혼란스러웠다 ©
'그 때 요환선수가 좋았기 했지만 하나의 선생님 관계. 쉽게 이야기하면 그냥 지인이었죠. 아이에스 나가도 서로 연락을 하자 그랬고, 결별 이후에도 자주 만났어요. 요환이도 종종 잘 모르는 거 있으면 저한테 연락해서 도와달라 부탁하기도 했고. 도움줄 수 있는 일은 도와주고. 그러면서 요환이 집을 자주 갔었는데 요환이 아버님께서 요환이를 맡아주시면 안되겠느냐고 말하셨죠. 매니저역할말이에요. 저도 학생이고 공부도 준비해야되고, 저도 그 때 상당히 갈등을 했었습니다'
그가 갈등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모기업과 억대 연봉 계약을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지만 임요환 선수는 당시까지만 해도 스폰서가 없었고 설사 스폰서가 생긴다고 해도 요환 선수와 계약을 하는 것이지 주훈 감독과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회 월드사이버게임즈 대회가 열렸죠. 그 때 요환이 아버님이 매니저 역할을 하셨었어요. 요환이도 볼겸 대회장에 가서 지켜보니까 아버님이 요환이를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어 보였어요. 그 때 요환이한테 매니저나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겠구나 생각이 들었고, 어느 정도의 결심을 하게 됐죠'
월드사이버게임즈 우승에 도움을 주면서 임요환 선수 부모님은 주훈 감독이 매니저를 맡아줄 것을 더 간곡히 부탁하였다. 그러나 주훈 감독도 공부를 계속해야 됐고 아직 개척되지 않은 길(그게 게이머 매니저든 감독이든)을 학업을 포기하면서 까지 선택하기란 여간 쉬운게 아니었다.
'제 전공을 살려서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1년정도 텀이 있을 거 같애서 매니저직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또 요환이는 아끼는 동생이었구. 이런저런 이유로 요환이 매니저일을 맡게됐어요. 당시에는 돈벌이로 매니저일을 생각하기 보다는 어플라이적인 측면이 상당히 강했어요. 제가 배웠던 학문을 적용시킬 수 있지 않을까해서요. 아이에스 시절 게임계를 봐왔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못할 것 없다는 판단이 섰구요.'
그 이후 임요환 선수는 동양과 게임계에서 최초로 억대 연봉을 맺게된다.
'동양과 계약할 때 팀이 있어야 요환 선수가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 선수단을 구성하는 조건을 내걸었어요. 팀을 만드는데 합의롤 보고 이창훈 선수와 최연성 선수를 데리고 본격적으로 동양팀을 꾸리기 시작했죠'
평범한 대학원생에서 스포츠 심리치료사, 매니저를 거쳐 프로게임단 감독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주훈씨는 '감독'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과 친해지기 시작한 '스타' 가 그의 본업이 된 것이다. 이제 그의 '감독' 으로서의 생활을 살펴보자.
2. 감독생활, 불완전한 팀에서 동양팀을 우승시키기까지
스누나우 ㅣ 한 사람을 관리하는 매니저일을 하시다가 여러선수를 관리해야하는 감독일을 처음 맡으셨을때 힘든 점은 없었나요?
주훈 ㅣ 확실히 팀을 맡아보니 상당히 힘들더군요. 선수들 관리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 신경쓸게 많아졌어요. 게임을 잘 못할 지언정 빌드의 상성 타이밍 등 이 선수가 저 선수에 약하다는 것 등을 분석 파악해야 우리팀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어서 선수들의 리플레이를 상당히 많이 보게 됐어요. 그런 측면들이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됐었죠. 제가 게임을 잘 못하더라도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요.
스누나우 ㅣ 아무래도 선수 출신이 아니라서 게임에 대한 분석력이 '선수' 들 만큼 뛰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 선수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나요?
주훈 ㅣ 게임을 많이 했고 게임을 하면서 많이 실력이 늘었고 보는 눈이 많이 상승했어요. 대회에서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주의 깊게 봤고 놓쳤던 부분을 찾으려고 했어요. 저는 선수들에게 개인적으로 요구하는게 경기 후에 리플레이를 꼭 저장시켜서 와라고 해요. 대회용 리플레이를 따로 보관하거든요. 나올 수 있는 전략 전술이라든지 그런게 많지가 않거든요. 약간 변용해서 나오는 거도 있구요. 그 선수의 특성을 파악하고 기억해놓으면 다음에 만났을 때는 충분히 그런 특성을 이용해서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 수 있거든요. 선수들 리플레이를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애요.
▲빽빽한 일정으로 가득 찬 주훈 감독의 스케줄 보드. ©
스누나우 ㅣ 일주일 스케줄은 어떠한가요?
주훈 ㅣ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하죠. 선수들이 많으니. 게임단 감독들과도 회의가 있고. 이 인터뷰가 끝나면 또 약속이 잡혀있어요. 그런식으로 일주일 동안 저는 쉬는 날이 거의 없죠. 게임이 없는 날 선수들은 쉴 수가 있지만 저 같은 경우엔 회의나 전체 선수를 관리해야하니까. 스케줄이 끝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애초에 감독을 하면 공부를 할려고 햇는데 그건 고사하고 잠자는 시간이 6시간 정도만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살아갑니다. 여가 활동은 거의 없구요. 잠시 게임하는 정도. 엑스 박스 게임을 즐겨서 합니다. 거의 모든 타이틀은 다 가지고 있죠.
▲이것이 잠시나마 짬을 내서 하는 엑스박스 타이틀. 선수들과 함께 게임연습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푼다고 한다 ©
스누나우 ㅣ 팀 운영시에 특별한 노하우나 방침이 있는지?
주훈 ㅣ 군대를 갔다온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끼는건데, 아니 뭐 군대 안가도 느낄수 있는 건데, 뭔가 시켜서 하면 능률이 안 올라요. 고등학교 때 그런 경험 있잖아요. 이것만하고 공부해야지 하고 맘 먹었는데, 엄마가 옆에서 공부 안하냐고 소리치면 갑자기 공부할 마음이 사라지잖아요. 선수들도 마찬가진 거 같아요. 이것만 하고 게임하야지 그러는데 옆에서 게임안하냐 그러면 왠지 모를 거부감이 생기지 않을까요?
자유 경쟁체제 속에서 게임을 하는 게 효과가 좋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일명 오리온 리그라 해서 한 선수당 하루에 24게임씩. 별거 아니라고 생각될지 몰라도. 게임을 하며 생각하고 장기전이 많기 때문에 상당히 힘이 듭니다. 1-4위까지 경기에 나갈 수 있고. 최하위는 숙소 청소를 하게되지요.
스누나우 ㅣ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주훈 ㅣ 슬럼프라는 건 자기가 만드는 겁니다. 게임에서 지는 건 슬럼프가 아닌데 자신이 게임에서 져서 슬럼프인가 반문하는 건 슬럼프죠. 집중력이 저하되서 게임에 집중할 수 없는 그런 요소도 있습니다. 애들나이가 젊으니까 여자친구도 사귀고 싶고 친구들과 만나서 술 한잔 마시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구요. 그런 점도 고려해서 선수들을 지도합니다.
게이머는 새벽 늦게까지 게임하고 오전까지 자고 오후에 일어나 밥 먹고 음악듣고 게임하면 굉장히 폐쇄적인 생활을 하죠. 방송에서는 화려한 모습으로 비춰지지만 실제적으로는 폐쇄적인 생횔을 하니까 애들에게 주말을 확실하게 보장해줘요. 나가서 놀아라고. 주말을 확실히 보장해주면서 조금 상태가 안 좋다 싶으면 얘가 자신을 이길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주죠. 원래 성공한 경험이 자신감을 기르거든요.
▲선수들에게 줄 당근(?)이 들어있는 주훈 감독의 가방. 주훈 감독은 선수들이 지쳐있을 때를 대비하여 항상 가방에 당근을 가지고 다닌다 ©
팀내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상금을 걸어서 자체 대회를 열고요. 1등이 상금을 받으면 1등이 팀원들에게 쏘고 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좋아지고 화합되고요. 이번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작지만 상금을 걸었죠. 개인전은 5만원 팀플전은 10만원. 제 가방을 보시면 알겠지만 항상 봉투를 준비해놓죠. 일종의 당근이죠. 채찍으로는 외출 금지를 시키죠. 저 나이에 일주일동안 갇혀 있으면 미쳐요-.
스누나우 ㅣ 신생팀으로서 메이저대회 팀리그에서 우승하였는데, 결승전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주훈 ㅣ 전략과 전술 부분은 선수들이, 자기가 써야되니까 개발했고요. 저는 옆에서 시험을 해보고 거기에 어떤 걸 첨가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는 그런 방식이었구. 연습 게임이 끝나고 난 뒤 새벽 3시 쯤에 모여서 평가하고 이 빌드 어떠냐 저 빌드 어떠냐 선수들간에 토의했었고. 그리고 결승전이 열린 장소에 가서 못들어가는 데 담넘어 갔죠. 거기 가서 우리 여기서 한 번 우승컵 안아보자 다짐하고 파이팅을 외쳤는데 경비 아저씨 쫓아오고 저희 도망가고. 선수들한테 미리 그 장소 가보게 한 이유는 그 날 딱와서 게임에 임하는 거 보다 더 각오를 새롭게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것 같아서요.
프로리그 결승전 준비할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상대 엔트리였거든요. 이게 평상시 리그면 오히려 더 쉬울 수 있을텐데. 결승전이다보니. 상대편 감독의 특성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야하고. 저희팀은 신예고 그 쪽팀은 오래된 강호잖아요. 팀플 맴버엔 변화가 없었고. 그만큼 자신감이 강하다는 거죠. 그래서 팀플은 예상했어요. 알면서 못 막는 정도의 수준이란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대비했죠. 플레이오프 때 쓸려는 카든인 최연성 선수를 팀플 카드로 준비하고.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상대종족과 엔트리를 파악하면 준비 못할게 없다고 생각해요. 프로게이머들 세계에서 실력은 종이한 장 차이이고. 그게 임요환이든 홍진호든 이윤열이든 맵과 상대선수를 파악하면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재균 감독이 지금까지 했던 엔트리를 분석해보고 내가 상대팀 감독이면 이 맵에서 누굴 낼 것인가. 상대팀 감독 입장에서 우리 팀 엔트리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생각해보았죠. 생각이 6번 바뀌었어요. 근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결승전이라는 점. 이재균 감독입장에서는 모험을 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엔트리를 짤 거라고 결론내렸죠. 생각을 뒤집고 뒤집고 6번 햇다고 그랬잖아요? 근데 결국은 첫 번째로 돌아가더라구요. 이런 것도 생각했어요. 맵이 테란에게 불리한데 테란을 내보내면 상대팀은 이거 준비된 빌드나 필살기가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정석적으로 풀어나가는 거죠. 상대의 예측을 이용하는 걸 중점에 두었어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임요환 선수를 비롯해 개인 리그에서 우승한 최연성, 박용욱 선수 등 막강한 선수들이 포진해있다. © www.ongamenet.com
스누나우 ㅣ 신예 최연성, 이창훈선수의 발굴, 실력을 검증받은 김성제, 김현진, 박용욱 선수 영입후 팀이 한층 더 강해졌고 우승까지 할 수 있었는데, 어떻게 선수들을 모았는지?
주훈 ㅣ 아이에스에 몸 담고 있었기에 기본적으로 아이에스 선수들과 친분이 있었지요. 김성제 선수가 아이에스를 탈퇴한다고 했을 때 제가 제안했고요. 김현진 선수는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왔어요. 이창훈선수는 그 전 팀에서 나와있는 상태였고 저그 유저가 필요했으니 제가 제안했고요. 최연성 백대영 선수는 발굴을 한거고요. 게임아이라는 아마추어 고수들 중에서 임요환 선수가 게임을 직접해보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연락처를 받고 제안하고 그런식의 영입 과정을 거쳤어요.
박용욱 선수는 월드사이버게임즈 2002년 때부터 눈독을 들였었죠. 선수들 뒤에서 개인화면을 보면 그 선수의 게임 스타일을 파악할 수가 있는데, 박용욱 선수 게임을 보니 상당히 강렬하더라구요. 김성제 선수도 실력있는 프토 유저지만 박용욱 선수와는 다른 스타일이기에 박용욱 선수가 팀내에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김성제 선수는 초반 수비형이지만 박용욱 선수는 초반 공격형. 박용욱 선수를 끊임없이 러브콜 해가지고 영입을 했죠.
스누나우 ㅣ 감독님은 4U팀을 어떻게 평가하시고 선수들 개개인의 장단점이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
주훈 ㅣ 저희팀은 6명이 잘 뭉칠 수 있고 응집력이 강하죠. 힘을 하나로 모으는 걸 잘하는 것 같아요. 프로리그 우승도 그런 것이 밑바탕 된 것이고. 내 개인적인 것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짓은 하지 않아요.
선수들 개개인을 봤을 때도 성실하고 착하고 그걸 꾸준히 이어나간다는 점이 우리 팀 선수들의 장점인거 같애요. 순위를 매길 수 없고요. 다 열심히하고 선수들 개개인의 특성을 본다면,
임요환 선수 같은 경우에는 승부욕이 강하다 보니 연습 게임에서 지면 씩씩거리며 이길 때 까지 해요. 그리고 김현진 선수는 모두의 굉장한 인내력을 요구하죠. 답답한 면이 많아요. 뭐 시키면 다음에 하지 뭐 이런 습관을 가지고 있어요. 박용욱선수는 분위기 메이커에요. 부산사나이의 화끈한 면을 많이 볼 수가 있죠. 의외로 말이 없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대개 재밌어요.
이창훈 선수가 팀내 막내인데 막내답지 않게 솔선수범하는 면이 있고. 키가 장신이다 보니까 언제부터인지 우리팀의 오야봉이 되어있죠. 팀원들을 형처럼 잘 다독여주지요.최연성 선수는 한때는 주말에 거의 안나가고 주말에 혼자 홀로이 연습할 정도로 우직하게 성실하고요.
팀원들 단점을 말하자면, 임요환 선수는 팀내 주장이다 보니 자기 권위에 도전하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말을 안 듣는 걸 굉장히 싫어하죠. 용욱이는 삐지면 말이 없어져요. 구지 딱히 그렇게 삐지는 일이 거의 없는데, 자기가 생각 했을 때 이게 아닌데 말할 기회도 안주고 뭐라 그러면 삐지죠. 창훈이 같은 경우에는 너무 둥글둥글한게 장점이자 단점이구. 연성이 같은 경우에는 너무 우직한거,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성실한 게 굳이 말하자면 단점이 될 수 있겠네요.
스누나우 ㅣ 팀원끼리 갈등이나 선수들과 감독님과의 갈등은 없나요?
주훈 ㅣ 선수들과 저하고의 갈등은 거의 없어요. 저랑 이야기도 많이 하고, 선수들 역시 저한테 친형처럼 대하고 편하게 지내거든요. 흡연구역이 제 방이고 티비도 제방에 있어서 여가시간에도 자주 보고요. 감독님방에 들어오는게 아니라 친형방에 들어오는 것처럼 담배피며 티비도 편하게 보고. 선수들간에는 갈등이 있을 수 있죠. 연습해주기로 했는데 연습해주지 않으면 다투고 그럴 때 저희들끼리 술자리 한 번 가지고 풀고. 그렇게 하죠.
스누나우 ㅣ 4U팀을 운영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일과 가장 아쉬웠던 일은 뭔가요?
주훈 ㅣ 프로리그 우승은 즐거웠던 것보다는 감동적인 일이였어요. 즐거웠던 일 많죠. 지금 생각해보니 제 카페가 생겼을 때가 제일 즐거웠던 것 같아요. 저를 위한 카페가 생겼다는 게 재미도 있었고 행복했고.
아쉬웠던 일은 미국에서 돌아와 요환이가 많이 졌을 때에요. 미국가는 스케줄을 여유있게 조절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여섯명이 한꺼번에 스케줄 잡혔을 때 한 선수에게만 신경써줄 수 없다는 거도 아쉽구요. 지오팀에 3:0으로 졌을 때도 무척 아쉬워요. 그 때 2번 생각해서 졌는 거 같애요. 역으로 낼까 생각하다 상대팀을 얕보고 안정적으로 할거야라고 판단내리고 그대로 내서 졌던 거 같애요. 그 때 저 자신한테 무척 화가 났어요.
스누나우 ㅣ 프로게임단 감독으로서 자신의 장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주훈 ㅣ 장점이라고 하면 모든 감독이 다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선수들 옆에서 형처럼 부담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단점이라고 하면 글쎄요, 아집이라고 할까요. 제가 생각했던 방식이 그 동안 효과를 봐왔으니 그걸 바꾸고 싶지 않다는 거. 옳고 그름을 따지는 습성이 있어서 부당하다는 생각이 드면 많이 따지는 편이에요. 그것 때문에 신문 기자들과도 트러블이 좀 있었죠. 말투 때문에 오해가 있었어요. 인터뷰 요청하는데 게임을 앞두고 있어서 선수들과의 인터뷰를 거부하면 지면에 실어주는 게 어디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럼 단호히 게임이 먼저다고 거부하죠. 그 과정에서 어투 때문에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죠.
스누나우 ㅣ 개인적으로 4U팀에 영입하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주훈 ㅣ 음 어렵네요. 저그 유저가 팀에 필요하니, 음~ 개인적으로 나경보 선수요. 지금은 성적이 잘 안 나오지만 게임을 읽는 능력이 선천적으로 뛰어나요. 조금만 더 다듬으면 뛰어난 실력을 보여줄 것 같애요. 요즘 잘하고 있는 홍진호나 이윤열 선수는 데리고 오고 싶은 맘은 손톱만치도 없어요. 개인적으로 잘하는 선수들은 떨어져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스타리그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팀에 에이스가 있어야되죠.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팀을 만들겠다는 주훈 감독의 힘찬 파이팅 ©
스누나우 ㅣ 4U 팀의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주훈 ㅣ 저희팀의 장기적인 목표는 패밀리라는 걸 유지하는 것입니다. 한 식구들이 게임을 그만두는 날까지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같이 갔으면 좋겠어요. 성적이 목표가 아니라. 어렵게 결성된 식구들이기 때문에 식구들끼리 끝까지 나중에 결혼해서라도 함께하는 삶을 했으면 합니다.
팀으로서의 목표는 일차적으로 저희 팀원들 다 인정을 받았으니까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거. 팀으로서 당연히 우승을 해봐야 되겠지요. 프로리그에 집중하다 보니 엠비씨 게임리그에 소홀하게 됐는데, 3차 엠비씨 리그에서는 꼭 우승해서 양대 게임리그 최초 우승팀이 되고 싶습니다.
3. ABOUT-스타
About) 스타, 스타리그 인기
주훈 ㅣ 스타크래프트 2가 곧 개발에 들어간다네요. 그럼 3D로 나오겠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리디에 과연 눈이 그렇게까지 고급화가 되어있는가? 워크래프트 3가 나오고 확장팩이 나오면서 상당히 기대했잖아요. 워크래프트가 나오면 스타의 열기가 식을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요즘 더 스타인기가 번창해지는 것 같애요. 바둑이 없어질 것 같습니까? 어른들 사이에서 고전 스포츠가 되었지만 바둑이 죽지 않는 이유가, 바둑을 사랑하는 저변이 상당히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크래프트 2가 발매된다 하더라도 이 현존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시장에서 없어지도라도 한국시장에서만큼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지금 현존하고 있는 팬들이 스타에 등을 돌리지 않는 이유가 선수들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기존의 전략과는 다른 전략이 나오고 있기에 스타 인기는 계속 유지될거라 생각합니다.
About) 특정 선수를 제외한 일반 프로게어머들의 열악한 수입 구조
주훈 ㅣ 그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리그가 생겼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애요. 개인위주의 스타크래프트가 팀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까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프로리그를 보는 사람은 팀을 응원하게 되잖아요? 특정 선수도 물론 응원하겠지만, 팀을 응원하게 되면 그 팀에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아지고 팀 인지도에 따라서 마켓팅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 스폰서가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지요. 11개 구단 중 스폰을 받고 잇는 구단이 얼마되지 않지만 곧 생길거라 생각됩니다. 그래야되구요. 그런 측면을 통해 일부 고수입을 얻는 게이머들에게 수입이 편중되지 않고 팀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게이머들이 생겨나지 않을 까요? 팀리그가 선수들에게 하나의 수입원이 되고, 그런 걸 통해서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About) 문자 중계(게임을 중계하는 방송사에서 게임화면 하단에 문자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게임을 보는데 방해가 된다는 입장과 문자서비스 중계료가 선수들에게 지급되면 선수들의 대우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중이다)
주훈 ㅣ 현재 엠비씨리그는 시범운영이고 다음 리그에 시행된다면 선수들에게 환원하는 조건을 달고 있어요. 온겜임넷은 챌린지리그에 들어가고 스타리그에 들어가지 않고 있는데, 저희가 반대해서 들어가지 않고 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하나의 수입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어지러워요. 그거 엠비씨 게임은 게임 도중에 계속 뜨더라구요. 그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거라 생각해요. 하단부에 빌드타임, 업그레이드 등이 보여져야 하는데 그 부분이 가려저서 문자 중계가 된다는 거는 게임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해요. 주위를 분산시키고요.
저도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좋지만, 보기가 너무 안 좋더군요. 게임계의 발전이라는 게 꼭 수입원을 많이 창출하는게 아니라 게임의 질과 방송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스폰)을 만들어 주는 게 게임계의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건당 200원인데, 많아야 5000건이에요. 천만원 정도의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