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들은 저마다 징크스를 갖고 있다. 프로게임계도 예외가 아니다.
게이머들은 경기에서 징크스 때문에 패배하지 않기 위해 극도로 조심한다.
그만큼 징크스는 그들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 그러나 팬들에게는 그 갖가지 숨은 사연이 재미있기만 하다.
'천재 테란' 이윤열(21·투나SG)은 징크스가 두개나 된다.
경기에 나가기 전 일절 신체에 손대지 않는다. 손톱을 깎거나 머리를 자르면 영락없이 지고 말았다.
투나SG 송호창 감독으로부터 "스포츠 선수들은 손톱을 깎으면 경기에 지는 징크스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재미삼아 한번 손톱을 깎아봤다가 진짜 경기에 패한 뒤 생긴 징크스다.
또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반드시 가수 '쿨'이나 '이승환'의 노래를 들어야 한다.
긴장을 풀기 위해 자주 들었던 음악이 이제는 경기 전에는 꼭 듣지 않으면 안되는 징크스가 된 것이다.
송병석(26·KTF)은 이윤열과 달리 외모를 가다듬지 않으면 경기가 안 풀리는 스타일.
프로게이머 가운데서도 가장 남자다운 외모라는 말을 듣는 송병석은 연습 전에도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 등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이 안 풀린다는 것.
'폭풍 저그' 홍진호(23·투나SG)와 '악마 저그' 장진수(23·AMD)는 숙소나 다른 장소에 자신의 휴대전화·지갑 등을 놓고 오면 경기에 반드시 진다.
이같은 징크스는 두 선수의 성격과도 관계가 있는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스타일 때문이다.
홍진호는 "세심한 성격 때문인지 모니터가 놓인 각도에 따라서도 승패가 결정되는 징크스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습생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상우(18)는 손에 물이 묻으면 진다. 김상우는 이 때문에 경기 직전 화장실을 갈 경우 절대 손을 씻지 않는다.
홍진호에게 뒤지지 않는 공격적인 게임으로 잘 알려진 '저그 신동' 조용호(21·KTF)는 게임 전 무척 긴장한다.
그래서 생겨난 버릇이 경기 전 매번 우황청심환을 먹는 것.
최근 조용호는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우황청심환을 끊었지만 승률은 매우 나빠졌다. 결국 징크스가 되고 만 셈이다.
이밖에 프로게이머 박정석은 PC가 놓인 책상이 높아야 경기가 잘 풀린다.
또'불꽃 테란' 변길섭은 경기 전 연습게임에서 많이 져야 본경기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슈퍼 신인' 이병민은 연습경기에서 많이 이겨야 본경기에서 승리를 더 잘 이끌어낸다.
세심한 경기 스타일로 인기를 끄는 이운재는 숙소에서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전 반드시 밥을 먹어야 한다.
프로게이머 대부분은 징크스를 만들지 않거나 의식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징크스를 취재한 대부분의 팀에서는 "알려지면 정말로 징크스로 굳어질까봐 말해 줄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징크스는 의식하지 않으면 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니폼이 더러우면 경기에 지는 김정민(24·KTF)은 지난 15일 센게임배 MBC게임 스타리그에서
등 뒤에 큰 얼룩이 2개나 묻어 있는 것을 모르고 경기에 나가서 최인규(24·삼성칸)를 상대로 승리했다.
경기를 마친 뒤 김정민은 유니폼을 벗다가 "내가 이것을 입고 이겼단 말야"라며 깜짝 놀랐다는 후문.
그가 징크스를 극복한 것인지…, 향후 게임이 주목된다.
황재훈 기자 ddori@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