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본다! 그러나 싸운다! 이민석군, 임요환과 대결 현실로
블리자드 전격제안에 17일 '꿈의 한판'
▲ To 요환이 형 From 이민석
“요환이 형. 이렇게 무대에서 같이 게임을 하게 돼 너무 기뻐요. 코카콜라배 스타리그 때 형을 처음 본 뒤부터 계속 팬이었거든요. 사실 형 때문에 요즘엔 테란으로 해요. 형 경기 중계를 들으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지난번 프리미어 리그 결승전 결과를 듣고 너무 속상했어요. 반드시 이길 거라고 믿었는데… 하지만 형을 믿어요. 앞으로도 변함 없이 <스타크래프트>를 해주세요. 또 요즘에 팀 상황에 변화도 많을 텐데 힘내시고 좋은 모습 기대 할께요.
사실 무대에서 형이랑 한 판밖에 할 수 없어서 아쉬워요. 가끔씩이라도 좋으니까 연락을 했으면 좋겠어요. 참, 그런데 제가 테란 대 테란은 자신이 없어서요. 제가 테란할 테니까 형이 랜덤해 주면 안되요? 그럼, 17일에 봐요!”
▲ To 민석이 From 임요환
“민석아, 이제 곧 만나겠지만 같이 게임 하게 돼서 나도 기뻐. 솔직히 다른 사람이 느끼는 <스타크래프트>의 재미에 비해 민석이가 느낄 재미는 몇 배, 아니 그 이상일 것 같아. 한번 도 게임화면을 본 적은 없지만 머리 속에서는 끝이 없는 상상의 전투가 벌어질 테니까.
지난 결승전은 형도 아쉬워. 하지만 좌절은 하지 않는다. 느낀 것도 많았고 이겼을 때 맛볼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했어. 앞으로 더 좋으면 좋았지 나쁜 일은 없을 꺼야. 기대해도 좋아!
앞으로 서로 연락하는 건 형도 찬성. 함께 소리만 듣고 짤 수 있는 전략을 이야기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네 소원대로 형이 랜덤으로 할게. 너도 불가능을 가능케 했으니 황제의 자격이 충분히 있다. 앞으로 자신감을 살려서 꼭 원하는 멋진 작곡가가 되길 바래. 17일에 보자!”
‘꿈★은 이루어진다!’
프로게이머 임요환 선수(24·4U)와 시각장애 게이머 이민석 군(16)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이 이루어졌다. 임요환 선수와 이민석 군은 오는 17일 오후 4시 40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리는 ‘블리자드 월드와이드 인비테이셔널’에서 이벤트 경기를 갖게 됐다.
본지가 지난해 8월 15일에 보도해 화제가 됐던 이민석 군은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스타크래프트>를 익혀 세간의 감동을 자아낸 주인공. 평소 게임방송을 즐겨 들으며 임 선수를 동경해 왔던 그의 오랜 꿈은 당연히 ‘임요환과의 한판’이었다.
이번 경기는 태평양 건너 이 군의 사연을 전해 들은 블리자드 본사의 전격적으로 제안을 계기로 추진됐다. 새해부터는 <스타크래프트>와 관련 된 활동을 줄이려 했던 이 군도 ‘테란의 황제’와 대결할 기회를 놓치기 싫다며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뜻 깊은 행사의 의미에 공감한 임요환측도 흔쾌히 응했다.
이 시대 최고의 프로게이머와 시각장애를 딛고 일어선 명예 프로게이머의 대결. 이제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 임요환, 맵도 모르고 앞도 못 본다
정상급 실력을 갖춘 임요환 선수와 이민석 군의 대결, 최고의 승부를 위해 여러가지 ‘장치’들이 임 선수를 괴롭히게 된다. 우선 경기에 쓰일 특수맵는 임 선수에게 미리 제공되지 않는다. 그래서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연습(?) 조차 불가능하다.
두 번째 괴롭힘은 바로 이 군과 똑 같은 상황에 빠트리는 것. 임 선수는 경기 시작부터 3분 동안 안대를 쓰고 게임을 한다. 게임의 진행은 고사하고 일꾼에게 자원채취 명령을 내릴 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러운 악조건이다.
마지막으로 안대를 푼 뒤에도 임 선수는 미니맵을 가린 채 경기를 해야 한다. 종족은 이 군이 테란을, 임 선수가 랜덤으로 하게 된다. 물론 제대로 경기를 한다면 임 선수가 이길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서로 다른 조건에서 <스타크래프트>로 세상을 감동시킨 두 사람의 대결에서 승부는 중요치 않다.
▲ 이민석, 잊지 못 할 최고의 무대
이 군은 지난 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특히 TV로만 접하던 프로게이머들과 함께 방송촬영도 하고 이야기도 나눈 경험은 너무나 소중했다. KTF 프로게임단의 명예 프로게이머로 위촉되는 기쁨도 맛 보았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임 선수와의 경기. 처음에 <스타크>를 시작했을 때는 그야말로 ‘꿈’이었던 황제와의 대결이다. 이 군은 “2001년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때 요환이 형을 처음보고 팬이 됐다”며 “세계적인 게임행사에서 같이 게임을 한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설렌다”고 말했다.
임 선수는 “기사를 통해 민석이의 이야기를 접하고 눈을 감고 해 본 적이 있었다”며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불굴의 도전정신이 대단하다. 이벤트전을 위해 눈을 감고 해보는 중인데 솔직히 긴장된다”고 말했다.
‘월드와이드 인비테이셔널’ 블리자드가 직접 개최하는 <워크래프트 3> 세계대회로 11개국 16명의 게이머가 참가한다.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리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임요환과 이민석, 두 사람이 펼치는 꿈의 대결은 게임채널 온게임넷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다.
꿈의 대결에 선택된 맵 ‘네오 챌린저’
꿈의 대결에는 이민석 군을 위한 특수맵 ‘뉴 챌린저’(2인용)가 사용된다. ‘뉴 챌린저’는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 시절의 래더맵인 ‘챌린저’에서 확장할 공간을 없애고 자원의 배치와 양을 늘린 수정판으로 이 군의 서울맹학교 후배가 직접 만들었다.
이 군은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본부와 자원 간 거리, 상대방 본진과 일꾼의 위치, 공격 통로를 모두 외웠다. ‘뉴 챌린저’는 미니맵의 형태에서 볼 수 있듯 전진만 해도 손쉽게 상대편 기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이 군은 ‘뉴 챌린저’로 배틀넷에서 앞을 보는 사람도 곧잘 이겨낸다. 초반 3분, 두 사람이 똑 같은 상황에서 어떤 플레이를 하는가에 따라 꿈의 대결은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이재진 기자 <ziney@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