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x.khan.co.kr/view.khn?artid=200312150812561&code=900102
퍼온넘 주 : 프로게이머로 활동하셨던 비타민 윤지현님의 이야기가 보여서 긁어와봅니다.
“보드게임엔 사람냄새 나요”윤지현
“온라인상에서 느낄 수 없었던 인간적인 면을 발견했던 게 이유였죠. 보드게임은 사람들과 직접 마주보고 게임을 하니까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기분도 유쾌해지거든요.”
보드게임업체 ‘페이퍼 이야기’의 대표 윤지현씨(31). 그는 ‘보드게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이다. 국내에 보드게임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본격적으로 알렸다. 서울대 출신 여성 프로게이머로 ‘온라인’상에서 날리다가 ‘오프라인’ 문화인 보드게임 전도사로 나섰다는 것도 화제라면 화제였다. 일각에서는 그를 ‘보드게임의 대모’로 부른다.
국내에 처음으로 보드게임 카페를 연 지 1년반 남짓. 그 사이 윤씨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거쳤다”고 한다. ‘컴퓨터도 없는 게임이 무슨 사업이 되냐’는 주변의 만류와 ‘그럴 거면 집 나가라’는 부모의 말을 뒤로한 채 보드게임 카페 ‘페이퍼’를 연 게 지난해 4월. 은행 대출과 후배들의 갹출로 모은 자본금 5천만원으로 서울 신림동의 건물 지하에 마련한 25평짜리 가게였다.
“처음 한 달간은 무척 힘들었어요. 그전까지 소자본 창업이라곤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이윤이 뭔지 개념도 없어서 바닥부터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죠.”
하지만 ‘6개월은 파리 날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카페는 한 달만에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보드게임의 가능성을 확인한 윤씨는 그해 7월 ‘페이퍼이야기’라는 회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촌, 강남, 분당 등 전국에 9개의 체인점을 열었고 5천만원이던 자본금도 3억원으로 늘었다. 윤씨도 세계적인 보드게임상인 ‘독일 게임상’과 ‘올해의 게임상’에 동양인으로 유일하게 공식 초청될 정도로 유명인물이 됐다.
그 사이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보드게임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언니’에서 ‘사장’으로, 보드게임 ‘마니아’에서 ‘사업가’로 변신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지난 3월 직원들이 회사를 대거 떠나더군요. 사업에 대한 의견이 다른 걸 몰랐지요. 외부로만 나가려했지 내부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몰랐던 거죠”.
그래도 남은 직원들을 추슬러 사업을 다시 본궤도에 올렸다. 독일 등 해외 보드게임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한글판 보드게임의 유통에도 나섰다. “외국어가 낯선 초·중등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보드게임을 즐기고 서로 대화도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윤씨의 ‘페이퍼이야기’는 지난달 대한민국게임대전(KAMEX)에 수많은 온라인 게임업체들 사이에서 오프라인게임으로는 유일하게 공식 데뷔전을 가질 만큼 성장했다. 내년에는 국산 창작 보드게임도 내놓을 계획이다.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겪고 올라왔지만 윤씨는 지금 사업이 “재미있다”고 잘라말한다. 위험하고 경쟁자도 있는 게 오히려 “게임 같다”는 것이다.
“그동안 급격한 변화를 거쳐서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지만 다시 되돌아가더라도 이걸 할 거예요. 전 좋아하는 게 있다면 거기에 도전하고 끝장을 보는 성격이거든요”. ‘게임’에 이어 ‘사업’에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고 있는 윤씨의 말이다.
■윤지현이 고른 ‘강추 가족용 보드게임’
연말연시 오래간만에 만나 조금은 서먹한 가족들이나 친구들끼리 보드게임을 해보는 건 어떨까. 어느 순간 즐겁게 웃고 떠드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배우기도 쉽고 여러 명이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3가지를 골라봤다.
▲할리갈리=종을 울리는 순간 스트레스가 저절로 날아간다. 모임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제격인 파티용 게임의 대명사. 게임 규칙도 간단하다. 돌아가면서 과일이 그려진 카드를 한 장씩 테이블 위로 펼친다. 카드를 잘 보고 있다가 특정 과일의 합이 5개가 되는 순간 남들보다 빨리 종을 울리면 된다. 카드가 한 장씩 넘어갈 때마다 침이 삼켜질 정도로 짜릿한 느낌이다. 눈썰미와 순발력은 필수.
▲카르카손=아름다운 카르카손 마을의 주인은 누가 될까. 타일을 하나 놓을 때마다 길이 닦이고, 성이 세워지고, 기사가 성을 차지하기도 한다. 타일을 한 장 뽑아서 원하는 곳에 붙이고 필요하면 추종자를 배치하는 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룰이 쉬워 초보자도 상당 수준의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작은 타일이 마을로 변해가는 모습도 상당한 볼거리.
▲헥센 레넨=장애물을 피해 질주하는 마녀들의 레이싱.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만큼 빗자루의 추진력을 얻은 마녀들이 마법의 돌판을 달린다. 마법의 돌판에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마법도 있지만 다른 마녀들의 사악한 함정도 도사리고 있다. 함정 한 방에 출발점 근처로 ‘강제송환’되기도 하고, 골인지점 근처로의 ‘인생역전’도 가능하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전형적인 가족게임.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3년 12월 15일 08:1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