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전 공군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겠다!”
2008년을 맞는 한국 e스포츠의 전설. ‘테란의 황제’임요환(공군 에이스·28)의 다부진 각오다.
세밑에 만난 임요환은 더이상 앳된 프로게이머가 아니었다. 푸른 제복을 입은 의젓한 모습. 함께 생활하는 군장병들의 사기를 생각하고 후배 프로게이머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한국 e스포츠뿐만 아니라 어느덧 세계 e스포츠의 전설로 자리잡은 임요환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08년은 한국 e스포츠 탄생 10년이 되는 해. 1998년 ‘스타크래프트’ 출시뒤 1999년 게임단과 e스포츠협회가 만들어지고 온게임넷을 통해 처음으로 게임대회가 중계되면서 새로운 문화인 e스포츠가 탄생했다. 한국 e스포츠의 역사는 세계 e스포츠의 역사나 다름없다. 임요환은 그 가운데 9년을 ‘테란의 황제’로 불리며 한국 e스포츠의 중심에 여전히 우뚝 서 있다. 공군병사이자 프로게이머로 맞이하는 그의 2008년 각오를 들어봤다.
◇“앞만 보고 달려왔더니 어느새 이 자리에 섰네요.”
임요환은 독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중요한 게임이 있으면 가족은 물론 여자친구에게 전화조차 하지 않고 게임에만 몰두했다. 상대를 이겨야하는 프로게이머로서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가족들은 이제 임요환의 이런 모습을 이해한다. 포기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게다. 여자친구를 제대로 사귀기도 어려웠다. 지금 솔로인 이유다.
“여자. 돈. 프로게이머 이후의 인생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앞에 닥친 일들을 하나하나 헤쳐나갔을 뿐이다. 다음에는 어떤 대회에 나가서 어떤 선수들을 만날지.어떤 전략을 써야할지만을 생각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집중할 수 있었기에 많은 어려운 고비를 넘겼고 지금도 프로게이머로서 활동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병 임요환. 공군팀 포스트시즌 진출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06년 공군에 입대한 임요환은 2007년 4월 공군 에이스팀 창단을 통해 프로리그에 복귀했다. 함께 근무하는 장병들은 게임을 하면서 군생활을 할 수 있다고 부러워하지만 경기에서 패하고 돌아올 때 그는 다른 공군 장병들을 부끄럽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일까.“SK텔레콤 T1에서 활동할때보다 경기장에 나서면 더욱 떨린다”는 그다.
올해 ‘상병’을 단 임요환은 2008년에 꼭 이루고 싶은게 있다. 군인이자 프로게이머로 올해 공군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겠다는 목표가 그것. 2008년 12월이면 벌써 제대다. 1년도 남지 않은 군생활이 반갑게 느껴지기보다는 팀을 제 위치에 올려놓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조바심이 앞선다. 팀의 주장이기도 한 그는 “앞으로 2시즌이 남았는데 꼭 공군 에이스팀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싶다”면서 “후배들과 함께 포스트시즌 진출을 꿈꾸고 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임요환은 군인이 된뒤 부모님과의 시간이 오히려 늘어났다. 입대전 몇개월에 한번 정도 집에 들르던 것이 입대한 뒤에는 한달 반에 한번 정도는 집을 찾아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부모님의 가장 큰 바람은 아들의 건강. 다행히 규칙적인 군생활 덕분에 건강도 좋아졌다.
◇“프로게이머로 함께 한 e스포츠 10년. 결국 감동을 주는 것은 실력 아닐까요?”
임요환은 현역 프로게이머 가운데 ‘최고령’이다. 10대들이 주를 이루는 e스포츠계에서 10년이상 차가 나는 선수들과 함께 여전히 전장에 서고 있다. “e스포츠 역사가 드디어 두자리 수가 된다니 감회가 새롭다”면서 “팬층도 다양해지고 e스포츠가 제자리를 잡아가는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임요환은 입버릇처럼 ‘30대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말해왔다. 후기리그 성적은 9승10패. 50%에 가까운 승률로 테란 유저 가운데는 프로리그 최다승 기록이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선수들은 이미 은퇴를 했지만 여전히 어린 선수들과 경쟁해 밀리지 않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비결은 무엇일까? 오래전부터 그의 꿈은 ‘e스포츠하면 임요환’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그 꿈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전장에 서면 이기고 또 이기고 싶다”면서 “젊음을 불태울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았고 후회없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고 했다. ‘테란의 황제’라는 타이틀에 자만하지 않고 전설을 이어가고 있는 임요환은 “결국 감동을 주는 것은 실력”이라며 쥐띠해를 활짝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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