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균] 선수 발굴능력 뛰어나 VS
[조규남] 선수들과 마음으로 교감
최고의 프로게이머 뒤에는 그들을 최고의 감독이 있다! 감독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매니저’로 불리며 선수들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감독들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올해 들어 팀 리그의 비중이 높아졌다. 팀 리그에서는 상대팀 선수에 대적할만한 선수들로 엔트리를 구성하는 것이 곧 감독의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잘 나가는 감독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데...
그렇다면 현재 가장 잘나가는 감독은 과연 누구일까? 경향게임스 100호 <라이벌열전> 감독 편에서는 선수발굴에 탁월한 안목을 지니고 최고의 프로게이머를 발굴한 한빛 스타즈의 이재균(29) 감독과 MBC 팀리그 1,2 시즌 우승을 차지한 슈마 지오의 조규남(32) 감독의 한판승부를 펼쳐본다.
▶ 선수발굴에 탁월한 안목을 지닌 ‘이·재·균’
게임계의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리는 이 감독은 탁월한 안목으로 최고의 선수를 키워내는 능력을 지녔다. 현재 40여명의 프로게이머가 이 감독의 손을 거쳐갔다.
이 감독은 유난히 선수욕심이 많다. 아무리 볼품 없는 선수라도 갈고 닦아서 옥석으로 다듬고 나면 천군만마를 다 가진 듯 행복하다고. 선수를 선발할 때에는 주관적인 능력과 직감에 의존하는 편이다. 특히 이 감독은 발이 넓고 인복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저를 보고 생명력이 길다고들 얘기하는데... 과감히 치고 들어 갈 때를 알고 눈치껏 빠질 때를 아는 것이 바로 이 세상에 살아남는 노하우죠.”
이 감독은 스스로를 유머스럽고 괴팍한 성격이라고 말한다. 고집이 센 편이라 선수들과도 종종 마찰을 일으키지만 오래 함께 해 온 세월만큼의 끈끈한 정으로 위기를 헤쳐나간다.
최근 한빛 선수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연출하면서 이 감독도 잠시 슬럼프를 겪고 있다. 그러나 그가 게임계를 대표하는 명감독임을 부정할 이는 아무도 없다.
프로게이머 출신의 개발자 김동수는 이 감독을 ‘성실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특히 “선수를 보는 눈도 뛰어나지만 심성이 착해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는 복 많은 감독”이라며 “이 감독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선수를 배려하는 마음이 깊어 자신의 힘이 닿는 데까지 헌신할 줄 안다는 점이다”라고 극찬했다.
[이] 경상도 사나이의 뚝심과 배짱으로 버텨왔다!
“밑바닥 인생부터 힘들게 시작했기에 지금의 자리가 더욱 값진 거겠죠?”
이 감독은 98년도 말부터 고향인 부산에서 강도경 김상훈 오삼택 김대완 김동수 등의 게이머들로 구성된 SM게임팀을 조직해 활동했다. 그러던 중 국내 1호 PC방으로 잘 알려진 슬기방 기사를 접하게 된 것. 공식적인 국내 1호 감독으로 손꼽히는 임영수 씨의 게임팀 기사였다.
이 감독은 부산이라는 지역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경상도 사나이의 배짱과 뚝심으로 SM의 주 활동 무대를 서울로 옮긴 것이다.
지인의 집에서 신세를 지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기에 게이머들은 먹고살기 위해 치열하게 게임을 해야만 했다. 그나마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SM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SM 이외에도 웁스(OOPS)팀을 함께 꾸려나갔다. 힙겹게 역삼동에 잠자리로 쓸 오피스텔을 마련했으나 겨우 5명 정도가 누울 정도로 협소했다. 여성프로게이머를 제외한 10명의 선수들이 하루 12시간 교대로 잠을 자며 생활했다. 이 감독은 2001년 5월에 지금의 한빛소프트와 계약을 맺었다.
▶ 선수를 가장 잘 이해하는 감독 ‘조·규·남’
선수들이 말하는 조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프로게이머들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10년이 넘는 나이 차이를 극복해 그들의 마음을 꾀 뚫어 보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터득한 것이 아니다.
조 감독은 감독이 아니라 사업을 했다면 큰돈을 벌 수도 있었겠지만 단 한번도 지금의 생활을 후회해 본 적은 없었다. 다만 힘들 때도 묵묵히 따라 준 선수들이 고마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다보니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
“감독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를 찾는 게 중요해요. 전술과 전략을 하나 더 연구하기보다 그들의 마인드를 이해하고 교감하려는 노력이 가장 필요합니다.”
조감독은 선수들과 보이지 않는 교감을 주고받고 있음을 자신한다.
“텔레파시라면 웃기겠지만 서로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전부 이해할 수 있는 믿음이 존재하는 거죠.”
조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엄격한 규율이나 규제는 배제했다. “엄격하게 규제하면 더 벗어나려고 하죠. 차라리 자유롭게 풀어줍니다. 대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교육합니다.”
강제성 없이 자유롭게 선수들을 관리하면서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대단한 능력이다. 조 감독의 바람은 “내 자식(선수)이 어딜 가든지 최고의 대우를 받는 것”이다.
[조] 게임기획·프로모션 수입으로 게임단 유지해
“게임단 감독의 길로 들어설 줄 상상도 못했죠. 아마 사업을 했더라면 지금쯤 꽤 많은 돈을 벌었을 텐데...”
조 감독은 98년도에 경희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했다. 일본 유학을 계획했으나 IMF로 엔화가 급등했고 결국 일본유학을 포기했다. 그 해 PC방 사업에 투자했다. PC방에서 게임대회를 개최하면서 프로게임리그의 가능성을 감지했다.
조 감독은 게임 기획 일을 새로이 시작하면서 평소 잘 알고 지낸 게이머들을 후원하는 일을 시작했다. 감독이나 매니저 차원이 아니라 그저 게이머들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조감독은 2001년도에 게임아이 서버를 운영하던 이노츠의 프로모션을 담당하게 됐고 게임단 운영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게됐다. 그때부터 조 감독과 함께 동고동락해 온 게이머가 바로 최인규 김동준 이재훈 등이다.
그러나 계약이 만료되고 2002년 3월에 지오(GO)팀을 결성했다. 조 감독은 게임 기획이나 프로모션 등의 수입으로 선수들을 뒷바라지 해왔다. 지오는 강민, 서지훈 등이 스타리그 우승을 거머쥐고 팀리그에서도 놀라운 기량을 발휘함으로서 지난 9월 슈마일렉트론과 계약했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kyunghyang.com
김수연 기자 < jagiy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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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되지 않는 단어가 있어서 그 단어는 제가 비슷한 뜻으로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기사에서는 서지훈선수의 이름이 이지훈으로 나와 있더군요. 이것도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