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20 11:22
게임에 묻혀 사는 프로게이머. 일반인은 여가를 게임하면서 즐기지만 프로게이머에게는 게임이 일이다. 그들의 하루는 어떨까? 프로게임계의 얼짱 서지수(18)의 하루를 살짝 들춰봤다.
●주말은 가족과 함께
올해 고 3으로 이제 졸업을 앞둔 서지수의 주말 보내기는 의외로 소박하다. 일요일에는 보통 부모와 함께 교회를 찾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아 교회에서 청년부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제 곧 청년부에서 활동을 할 나이다. 앞으로 교회에서 보낼 시간이 더 많아질 듯하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나서부터는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다.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인 2000년. 3분 먼저 태어난 쌍둥이 언니 지은과 함께 아버지에게 게임을 배우기 시작했다.
모 회사 전산팀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딸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싶어서 하나 둘 가르쳐준 것이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프로게이머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야 하지만 아직도 게임은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놀이다. 청출어람이라고 이제는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정도니 아버지보다 실력이 월등하다. 그러나 주말이면 종종 아버지가 딸에게 도전장을 내밀기도 한다.
●나만의 공간을 사랑하죠
서지수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은 자신의 방. 담배 냄새를 유난히 싫어해 PC방도 잘 가지 않는다. 물론 게임 연습도 대부분 집에서 한다. 여가시간에는 음악을 듣기도 하고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음악을 감상하기도 한다. 피아노도 체르니 50번까지 칠 정도로 실력이 상당하다. 서지수의 빠르면서 리듬감 있는 키보드 명령 동작은 아마 피아노 실력에서 나오는 듯하다.
최근 바빠진 것은 팬 카페 관리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에 개설된 카페 ‘ToSsGirL’(cafe.daum.net/kamjjik) 회원이 3만8000명을 넘어섰다. 그러다 보니 많은 글에 답변하랴 자신의 근황을 전하랴 하루가 바쁘기만 하다.
●남성들과의 대결 기대해주세요
최근에는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있는 연습실을 자주 찾는다. 팀원들과 함께 게임을 하다보면 더욱 다양한 전략을 만들 수 있는 데다 최근 여성리그가 없어지면서 남성들이 참가하는 MBC게임 스타크래프트 마이너리그와 온게임넷 예선리그인 챌린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어 더욱 많은 연습과 전략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서로 익숙한 얼굴들이지만 처음에는 연습실을 찾아가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다. 남자 선수들이 합숙하면서 연습하는 곳이어서 종종 불편한(?) 모습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남자들 속에서 3년을 지내다 보니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더라도 의연하게 넘기는 여유가 생겼다.
가장 친한 팀원은 ‘목동저그’로 알려진 조용호 선수다. 3년 전에 소울팀에 들어오면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여성 프로게이머가 대부분 저그 종족을 사용하지만 서지수는 프로토스로 시작해 지금은 테란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저그 종족의 약점이나 강점들을 조용호에게서 많이 배우고 있다.
●이런 남자 없나요
서지수의 이상형은 외모보다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듬어줄 수 있는 자상하고 듬직한 스타일. 중학교와 고교 시절 남자친구를 사귀기는 했지만 이상형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지금은 게임에 푹 빠져 사귈 여유조차 없지만 언젠가 자신의 이상형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꼭 남자친구와 함께 게임을 해볼 작정이다. 게임하는 스타일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 친구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하고 싶은 일은 공원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 그리고 밤이 새도록 전화 통화를 해보고 싶다는 꿈 많은 소녀다.
김진욱기자 jw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