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캐논 러쉬'하는 애들이 제일 싫어, 아무것도 못하고 죽잖아"(영화 '오 브라더스'의 대사중)
게임해설가 엄재경씨는 '스타크'가 영화 대사로 등장한다는 사실이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게임용어가 이제 일부 팬들의 '은어' 수준을 넘어 일반 관객에게 이해될 정도에 이르렀음을 상징한다는 해석이다.
7년째 지속되는 스타크래프트 열풍은 자세히 살펴보면 대략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발매초기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며 수많은 유저를 확보한 것이 스타크 열풍의 1단계라면, 수만 명의 관객이 프로게이머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현상은 2단계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빅히트 게임이 1단계에서 머물다 잊혀진데 반해, 스타크래프트는 '게임이란 직접 즐기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게임'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스타크 열풍의 진원지다.
'보는 게임'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프로게이머와 스타게이머를 탄생시킨데 이어 방송중계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스타크'의 대중화가 자연스레 자리잡았다. 방송리그는 점차 데이터를 축적하고 전문적인 경기분석을 쏟아내면서 '통계스포츠'의 면모까지 갖춰가고 있는 중이다.
기존매체나 기성세대들은 아직도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일부 마니아들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애써 일축한다. 하지만, 팬들과 게임 관계자들은 자신있게 이제 '스타크는 젊은이들의 바둑'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스타크래프트 팬 사이트인 pgr21.com의 게시판엔 철학적, 정치적, 문화적인 측면에서 스타크를 분석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을 정도다. 최근 이 사이트에는 '
[바둑과 스타] 기풍VS게임 스타일'이라는 글 7편이 올라왔다. 4천여 건이 넘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한 이 글에서 필자는 각 선수들의 게임스타일과 전략을 분석하며 임요환을 조훈현 9단에, 서지훈을 이창호 9단에, 베르트랑을 조치훈 9단에 비유하고 있다.
게임해설가 엄재경씨는 "스타크래프트는 섬세한 마우스 조작과 게임 컨트롤 능력 등 기능적인 요소와 맵 해석력과 적응력, 전투력, 전략 개발 등 두뇌적,정신적 요소가 반반씩 가미된 스포츠"라고 정의했다. 그는 "2만명의 관중의 시선이 한 곳에 모이는 게임 부스 안에서 경기를 펼치는 것은 웬만큼 기가 세지 않으면 그 안에서 쓰러질 정도"라면서 "스타크는 이미 바둑의 경지에 맞먹는 두뇌 스포츠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스타크가 이처럼 '진화'한 까닭은 게임 관계자들에게도 일종의 불가사의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스타 일색이던 게임 방송 편성표에 지각 변동이 시도된 적이 있었다.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사인 블리자드가 야심차게 준비한 '워크래프트3'(워3) 체제로 체질 개선을 꾀한 것. 대규모의 '워3 리그'가 열리고 게임 방송에서도 '워3'의 매뉴얼과 팁을 설명하는 프로그램들을 계속해서 방송하기 시작했다. 게임 관계자들에게는 "포스트 스타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가늠하는 첫번째 시험대였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의 사촌뻘이면서 신기술까지 가미된' 워크래프트3의 출시를 기해 e-스포츠의 판도가 새롭게 짜일 것이라던 게임계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뒤늦게 게임의 재미가 스타크에 비해 떨어진다는 등의 원인분석이 잇따랐다. '스타크'의 인기를 발판으로 시작한 'e-스포츠'가 어쩌면 '스타크'라는 큰 산을 넘지 못하고 좌초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오래된 스타' 스타크 게임은 야심찬 경쟁작들을 K.O시키며 더욱 공고한 독주체제를 갖췄다. 스타크의 대중성과 홍보력에 주목한 기업들의 투자까지 갈수록 늘어나면서 '불멸의 스타크래프트'를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시각도 늘고 있다. 엄재경씨는 "야구가 생긴다고 해서 축구가 없어지느냐"고 반문하며 "새로운 히트게임이 등장하더라도 스타크의 인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크를 키운 건 8할이 임요환?
박철순과 김봉연이 갓 출범한 프로야구를 국민적 스포츠로 이끌었듯, 임요환과 이윤열, 홍진호 등 스타 게이머 또한 스타크래프트의 대중화를 이끄는 첨병이 됐다. 33만 5천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테란의 황제' 임요환의 팬카페(cafe.daum.net/yohwanfan)는 다음 카페 인기순위 14위다. 이는 유명 스타의 팬카페 가운데 '귀여니'에 이은 2위이고, 대중 스타 가운데서도 최고 기록이다. 이효리 팬 카페가 15위임을 감안하면, 프로게이머가 웬만한 프로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데이터다.
온게임넷과 MBC게임 등 게임 방송사는 흥행을 위해 스타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수많은 신인 선수들은 '포스트 임요환' 이후 '새로운 별'이 될 꿈에 부풀어 있다. 몇년째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1순위로 프로게이머가 꼽히고 있다는 뉴스는 이미 프로게이머의 인기가 거품을 제거하고 하나의 당당한 직업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청소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뜻한다.
실제로 임요환은 올 한해 1억 6천만원의 연봉을 포함 2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청된다, 이윤열과 홍진호 등도 억대연봉의 대열에 합류했다. 웬만한 스포츠 스타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입규모며, 머지않아 이승엽의 연봉을 능가하는 수입을 거두는 프로게이머가 탄생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처럼 프로게이머들에게 엄청난 수입을 안겨주며 지금의 스타크래프트 시스템을 이끄는 주인공은 기업들이다. 기업의 e-스포츠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프로게임 구단을 직접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기업은 삼성전자, KTF, 동양제과 등 10곳이 넘는다.
극심한 불경기에도 기업들은 방송리그 한 시즌 스폰서료로 수천만원을 아낌없이 지불한다.
KTF 장기욱 대리는 "프로게임단의 한해 예산은 칠-팔 억원 정도, 메이저 대회의 스폰서십에는 2억-3억 정도가 소요되지만 게임 팬들의 충성도가 높고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대중적인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비용대비 효과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동안 케이블 방송 광고를 제외한 KTF 게임단의 광고 효과는 52억원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사이버 축제 월드 '사이버 게임즈 2003'(WCG)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 김용옥 대리는 전세계 게이머들이 모이는 축제 장소로서 게임 관련한 삼성의 하드웨어 기기를 홍보하는데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스타크래프트를 중계하는 방송사는 모두 5개, 온게임넷과 MBC 게임 등 게임 채널은 13~25세 남성 대상 시청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스포츠, 음악, 영화보다 게임 방송을 더 즐겨본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8월 30일 열린 온게임넷 스타크래프트 에버컵 결승전의 시청 점유율은 49.4%로 케이블 방송 사상 유례없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프로'의 단계에 진입하면서 여러가지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같은 프로게이머들 간에도 엄청난 빈부의 격차가 존재한다. 이름만 '프로'일 뿐 몇 년간 단 한푼의 수입도 올리지 못하고 짐을 싸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방송사와 구단, 선수들간의 수익배분 문제도 논란의 대상이며, 선수수급 등 구단운영 시스템도 정비가 필요하다. 때문에 일부 마니아들은 지금의 열기조차 "한 순간에 꺼져버릴지도 모르는 거품"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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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http://feature.media.daum.net/031029_esports/article/200311/04/m_feature/v5401358.html
사진도 첨부되어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