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다 실력이 나은 ‘아마’ 위주로 구성
‘워크래프트3(워3)’ 명문 클랜인 렉스(ReX)를 만나기 위해 프로게이머 봉준구가 운영하는 대치동 예카스테이션으로 향했다.
이날은 <MBC게임 3차 프라임리그> 예선전이 펼쳐지는 날. 내로라 하는 ‘워3’유저들이 총출동한 이곳에서 ‘워3’ 명문클랜인 렉스 멤버들을 만났다.
렉스는 별도의 베이스 없이 클랜원들이 각자 게임을 한다. 그러나 MBC게임 ‘워3’ 리그 방송관계자들이 대부분 렉스에 소속되어 있어 매주 ‘워3’ 리그가 있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렉스’ 모임이 이뤄진다.
렉스의 클랜 리더는 ‘워3’ 게임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장재영이다.
장재영은 지난 해, 개념 있는 ‘워3’ 유저들을 중심으로 클랜 렉스를 구성했다. 당시에는 ‘프로’보다 실력이 나은 ‘아마’를 위주로 멤버들을 모으기 시작해 ‘안티프로게이머’를 지향했었다.
그러나 클랜 리더이자 창립자인 장재영을 비롯해 실력있는 멤버들이 ‘워3’ 프로게이머가 되었고 결국 아마와 고수를 통합하여 운영하게 됐다.
실력이 뛰어난 렉스의 핵심 멤버들은 최근 슈마 ‘지오’팀에 입단해 프로로 활동하고 있다. 렉스는 클랜을 결성한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내부적인 갈등은 한번도 겪은 적인 없을 만큼 결속력이 뛰어난 것이 자랑이다.
특히 60여명에 달하는 클랜원은 연령층, 남녀비율, 직업분포도가 다양한 다재 다능한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프로게이머 출신 게임쟈키 김사비나, 게임캐스터 이현주를 비롯해 게임방송국에서 ‘워3’방송을 담당하고 있는 작가, 연출자 등이 다수 가입되어 활동 중이다.
클랜원의 선발은 추천제로 진행되며 멤버들의 의사결정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 일주일에 한번 이뤄지는 정팅에서 새로운 멤버를 소개해 전원 만장일치가 되었을 때에 비로소 멤버로 영입하는 것이다.
‘워3’라는 게임으로 엮어진 인연이지만 ‘워3’에 흥미를 잃더라도 끈끈한 유대감은 변함 없이 이어갈 수 있는 클랜이 바로 렉스다.
≫ 포토인터뷰
■ 김동준(Rookie)
“매사에 넘쳐나는 자신감으로 승부!”
귀차니즘의 대명사 동준(22)은 ‘스타크래프트’ 1세대 프로게이머로 5년 전 게임계에 입문했다. 현재는 게임해설자로 맹활약 중. 매사에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넘치지만 지나치게 솔직한 게 단점.
직설적이고 다혈질이며 취미는 ‘사람 갈구기(?)’. 특히 게임할 때 동생들에게 잔소리가 심해 ‘엄마’라는 별명이 붙었다.
출중한 외모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말끝마다 ‘진심으로’라는 말을 강조하는 버릇이 있다.
동준은 서른 살까지 게임해설자로 활동할 계획이며 이후에는 인터넷 관련 아이템 사업을 해보고 싶단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인생경험을 쌓아나가고픈 꿈도 갖고 있다.
■ 최승걸(AkiRA)
“아리송한 건 무조건 우기고 본다!”
멤버들은 ‘구라맨’ 승걸(21)을 ‘뻥쟁이’라 부른다. 걸출한 부산사나이 승걸은 모르는 게 있어도 무조건 우기고 본다. 낙천적이며 정석적인 인생을 사는 무난한 스타일.
게임에서도 절대 ‘꽁수’를 쓰는 법이 없는 정석 플레이의 대가. 처해진 환경에 따라 대처능력이 뛰어나다. 클랜원들이 합숙을 할 땐 밥짓고 청소하는 일은 승걸이 도맡아 해 ‘신데렐라’라고도 불린다.
술버릇은 스스로 취했다고 생각되면 몰래 사라진다. 남들에게 술에 취한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라고. 어려서 꿈은 ‘부자’. 지금도 돈을 많이 버는 게 가장 큰 인생의 목표다. 인생철학은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자’란다.
■ 전영현(JYoung)
“내 인생 최대의 목표는 로또 1등!”
영현(21)은 참을성이 뛰어난 ‘성인군자’다. 경기에서의 승패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차분한 모습을 보여준다. 얌전한 성격으로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여자보기를 돌(?) 같이 하며 우승 전까지는 절대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겠다고 맹세했단다.
별명은 ‘전영빌(리아드)’. 당구 타수 200으로 특히 같은 클랜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현주 캐스터와 자주 대전을 펼친다. 음성이 좋아 노래실력도 수준급.
잠이 엄청 많은 ‘잠보’로 아무데서나 엉덩이만 붙이면 금새 골아 떨어진다. 마음먹고 자면 24시간은 기본. 시체처럼 늘어져서 자며 가끔 죽은 게 아닌가 싶어 멤버들이 흔들어 깨우기도 한다고.
■ 오창종(ZanDarke)
“무서운 공포영화는 절대로 못 봐!”
창종(20)은 창정과 사촌지간이다. 태어난 날도 같아 종종 이란성 쌍둥이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 창정의 별명은 ‘변명맨’. 경기에서 지고 나면 항상 주위가 떠들썩할 정도로 변명을 늘어놓는다.
‘변명맨’ 답게 언제나 ‘그게 아니라’로 말문을 연다. 다혈질의 성격이지만 감성이 풍부하고 사교성이 좋으며 잔정이 많다. 인심이 후해 남들에게 베풀 줄 알며 특히 클랜 동생들을 잘 챙긴다. 여복이 많기로도 유명한 창종은 현재 두 살 연상의 여자친구가 있다.
그래서 무서운 영화는 절대 못 본다. 앞으로의 꿈은 <대한민국 게임대상> 프로게이머 부문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해 보는 것.
■ 오창정(ScorPio)
“드라마 보며 눈물 흘리는 감수성의 대가”
창정(20)은 창종과 함께 ‘오창 브라더스’라 불린다. 창종과는 마치 쌍둥이처럼 성격이 비슷하지만 할말은 하고야마는 창종과 달리 무슨 일이든 속으로 삭히는 성격.
창종보다 태어난 시각이 빠르다는 이유로 형 대접을 받고 있으며 고집은 세지만 형답게 늠름한 면이 돋보인다. 취미는 새로 나온 머드게임을 딱 일주일 동안만 플레이 해보기와 드라마 보기.
특히 MBC <상두야 학교 가자> 매니아로 “<상두야...>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술만 먹으면 우는 버릇이 있으며 경기에서 지면 ‘버그’라고 우기거나 “밸런스가 안 맞는다”며 투덜댄다. 어려서 꿈은 ‘카지노 딜러’.
김수연 기자 < jagiya@kyunghyang.com >
[ 클랜리더 장재영(Fheruji) 인터뷰 ]
“실력 보다는 친목이 우선"
렉스클랜의 리더 장재영(23)은 웹디자인과 그래픽을 공부하던 중 ‘워3’ 베타기간동안 게임존 21 베타 사이트 운영관리를 맡았었다. 사이트 운영을 시작하면서 ‘워3’ 베타테스터로 참여하며 ‘워3’ 프로게이머로 데뷔했다.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때에는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아 ‘카리스마 언데드’라는 별명으로 불리었다. 현재는 ‘워3’ 해설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뒤끝이 없는 쿨한 성격이 장점이며 리더십과 통솔력이 뛰어나다. 취미는 조각과 조소.
“렉스는 최고의 클랜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실력으로 최고가 되기보다 온정이 어우러지는 최고의 친목 모임으로 오래 동안 렉스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장재영의 개인적인 바람은 현재 해설을 맡고 있는 <MBC게임 워3 리그>를 국내 최고의 리그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