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토스 가리자"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몽상가'의 유연한 모습, 복수와 처절로 똘똘 뭉친 '악마'의 무시무시한 기세.
강 민(슈마GO)과 박용욱(오리온)이 다음달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5판3선승제로 열리는 마이큐브 2003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패권을 두고 맞붙는다. 사상 최초의 프로토스 맞대결로 큰 관심을 모으는 이번 결승은 특히 상반되는 두 선수의 스타일에 초첨이 맞춰지고 있다.
한편 31일에는 차기 스타리그 시드를 두고 박경락과 박정석(이상 한빛)이 '눈물의 집안 싸움'을 벌인다.
뛰어난 집중력으로 임요환 등 꺾어
◆강 민-형체없는 무서움, 꿈꾸는 프로토스
승부욕이라고는 손톱 만큼도 드러나지 않는 느긋한 모습. 뚜렷하게 정의할 수 없지만 프로토스 전략의 유행을 이끄는 유연한 사고 방식과 게임 스타일.
'몽상가'란 닉 네임은 그 어떤 단어보다도 강 민을 잘 표현하는 말이다.
16강 '우승자 클럽'에서 홍진호 이윤열 조용호, 8강에서 임요환 전태규 박용욱을 물리치며 4강에 올랐다. 그리고 '프로토스의 영웅' 박정석과의 준결승에서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몰아치는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며 슬금슬금 앞서나가는 듯 하더니 어느새 승리의 추가 급격하게 기우는 모습. 전략적 프로토스의 최고 경지, 프로게이머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집중력이다.
이번 결승에서 이긴다면 이윤열에 이어 MBC게임과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동시에 석권하는 두번째 선수가 된다.
한풀이 무대 "완전히 감 잡았어"
◆박용욱-불꽃같은 집념, 처절로 무장한 악마
초반 정찰을 나선 프로브 한마리가 상대의 진영을 발견함과 동시에 불을 뿜는 전쟁은 시작된다. 한순간 방심했다면 이미 승부는 기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매너 파일론, 가스 러시 등 상대의 빈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무서움. 박용욱이 '악마 토스'로 불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특히 지난 2001년 한빛소프트배 4강 이후 2년반만의 4강 진출. 어쩌면 박용욱은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그랬듯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다.
그동안의 자괴감과 인내. 이번 결승은 '최고 토스'로의 복귀를 알리는 서막일 뿐더러 한풀이의 무대다.
지난 4월 올림푸스배에서의 3연패 탈락, 팀 이적, 6개월 간의 뼈를 깎는 훈련, 그리고 프로리그 첫 우승과 스타리그 결승진출까지. 이제는 완전히 감을 잡았다.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의 4연승이 이를 입증한다. < 전동희 기자 te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