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기본기가 갖춰진 프로토스의 '제왕'
프로게이머 김환중(21, 슈마 지오)이 게임을 시작한지는 올해로 5년째. 그의 주 종족은 프로토스이며, 주특기는 ‘드랍류’와 ‘힘 싸움’. 탄탄한 기본기로 2000년부터 2001년까지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었다.
누군가에게 구속받고 감시당하는 게 싫어 이렇다할 팀 생활을 해보지 못했던 그가 지난 10일 슈마 ‘지오’에 합류했다. ‘월드사이버게임즈 2003’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위를 차지, 아깝게 본선 진출에 실패한 그가 솔로 생활에 한계를 느낀 것이다.
김환중은 슈마와 더불어 한층 업그레이드 실력으로 재정비해 프로토스의 제왕으로 우뚝 설날을 고대하고 있다.
게임에서만은 최고 될 수 있다
김환중은 삼 형제 중 막내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형들을 따라 오락실을 전전했다.
그가 고1 때 작은 형이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를 들고 나타났다. 그러나 컴퓨터는 항상 형들 차지였고 형들이 쉬는 틈을 타 ‘스타’를 했다.
두 형이 군에 입대한 후에야 비로소 원없이 ‘스타’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하루 5시간 이상은 꾸준히 게임을 했다.
이후 친구들과의 대전에서 승리하는 재미에 흠뻑 취해 학업은 아예 뒷전이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무엇하나 뛰어나게 잘하는 게 없었던 그였으나 이때부터 ‘게임 잘하는 아이’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학업성적은 늘 바닥을 오르내리지만 게임에서만은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성취감이 그를 자극했다.
김환중이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결심한 건 고 3때다.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우승한 임요환의 경기를 보고 나서다. “내가 가야할 길이 바로 이 길이다”라는 확신이 든 것이다.
초라한 솔로탈출, 슈마에서 재기 노린다
게임아이에서 활동하던 그는 친한 게이머들과 함께 팀 체제를 형성해 활동했었다. 당시 멤버들은 게임아이 서버에서 잘 나가는 이현승, 서지훈, 이중헌, 박성훈 등.
그러나 매니저나 감독이 없이 게이머들끼리 형성된 집단이다 보니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고 각자 소속사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유일하게 남은 사람은 바로 김환중. 규율에 얽매이며 구속받는 게 싫어 혼자 활동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점차 팀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개인활동에 어려움을 겪데 된 그는 지난 3월 한빛에 합류했다.
그에게 단체생활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고 다섯 달만에 또다시 솔로활동을 시작했다. 2개월 동안 여러 리그에 참가했으나 모조리 탈락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팀 생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슈마 ‘지오’다. 슈마에는 탁월한 실력을 겸비한 프로토스 유저가 대거 포진해 있다. 특히, 강민이나 이재훈의 플레이를 가까이에서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이제야 초라한 솔로생활을 청산하고 팀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게 됐다.
김환중은 뽀송뽀송한 피부가 매력 포인트다. 주변에서도 그의 고운(?) 피부색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차세대 꽃 미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출중한 외모를 가진 김환중.
그는 지금 1살 연상의 여대생과 사랑에 빠졌다. 만난 지 400일이 된 그녀는 이화여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아는 동생의 소개로 만난 그녀가 첫사랑이다.
김환중은 “아담한 체구에 하는 짓마다 귀엽다”며 여자친구 자랑을 쉴새없이 늘어놓았다. 여자친구와는 신촌이나 이대 일대의 맛 집을 찾아다니며 데이트를 즐긴다. 무소속일 때는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가 고작.
그의 팬 카페(cafe.daum.net/erosrage)에 기록된 바로는 가장 가지고 싶은 물건이 1등에 당첨된 로또복권. 가끔 구입하지만 만원짜리만 두어 차례 당첨됐다. 꿈처럼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일단 게임방을 차려 실력은 있지만 여건이 안 되는 게이머들을 위해 팀을 운영하고 싶다고.
군대가기 전에 멋지게 한탕 해보자!
김환중은 ‘분노의 프로토스’라 불린다. 게임 아이디가 ‘Rage(분노)’라 붙여진 닉네임이다.
그의 목표는 군에 입대하기 전에 최고의 프로토스 게이머로 입지를 다지는 일이다. 타 종족에 비해 유닛이 강한 것이 프로토스의 강점이다.
그러나 유닛이 고가다 보니 한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플레이를 요구한다. 특히 테란을 상대로 취약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맹연습 중이다.
그는 청강문화산업대 게임학과 휴학 중이다. 훗날 게임을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개발자를 꿈꾸게 됐고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막상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다보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는 “일단 지금은 게임에만 몰두해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며 “개발자의 꿈은 군 생활을 마친 후 본격적인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3년 전 임요환의 모습에 반해 프로게이머가 되었듯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이 그의 최대 목표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김수연 기자 < jagiya@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