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칸 이창훈 선수
SKT T1의 박용욱 선수의 지목으로 신사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칸 숙소를 찾아 이창훈
선수를 처음 만났다.
이창훈 선수를 처음 보고 느낀 것은 손가락이 유난히 길고 하얗고 투명하고 예쁘구나.
여드름이 조금 있는 얼굴을 제외하고는 피부가 정말 하얗고 투명했다.
"할머니가 어릴 때부터 ‘대세는 꽃미남’이라며 피부를 하얗게 만들기 위해 하루에 사과를
3개씩 꼬박꼬박 챙겨주셨어요. 사과 안 먹겠다고 고집부리다가 할머니한테 맞은 적도 있
었어요."
이창훈 선수의 하얀 피부의 비결은 사과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과를 잘 안 먹는다고 했
다. 어릴 때 유일하게 맞아본 경험이 바로 사과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너무 많이 먹어서
질려서이기도 하단다.
그렇다면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파인애플'이라고 대답했다.
한때 하루에 2통씩 먹은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조금씩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젊어서 그런지 피부가 더 좋아보인다고 하자 어느덧 22살, 팀에서 맏형이라며 결코 젊
지 않단다.
그러고보니 이창훈 선수가 프로게이머 세계로 뛰어든지도 벌써 5년의 시간이 흘렀단다.
2001년 농구와 축구를 좋아하던 평범한 고등학생다. 하지만 함께 농구와 축구를 하던 친
구들이 하나 둘씩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빠져들었다. 어쩔 수 없이 이창훈 선수도 스
타크래프트를 시작했다. 그 전부터 게임을 주로 했지만 딱히 잘한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
는데 스타크래프트는 유독 잘했다고 했다. 한 명 한 명씩 이겨나가는 재미에 푹 빠지다
보니 어느덧 프로게이머가 되어 있었단다.
"2001년 코카콜라배 스타리그 대회에 나가기 위해 NISSI라는 팀에 들어갔어요. 물론 16
강전에서 탈락했지만 그 대회가 저를 프로게이머로 이끌었던 것 같아요. 탈락한 것에 화
가 나서 더욱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분이라고 인정하는 할머니께서 경찰대에 입학하기를 원
해서 경찰대를 준비하던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프로게이머로 진로를 바꿔버린 것이다.
5년이 흐른 지금 그는 SKT T1을 거쳐 삼성전자 칸에 둥지를 틀었다. 소속팀을 바꾼 만
큼 그가 보낸 올 상반기 시즌은 남달랐을 것 같았다.
"삼성으로 옮기고 프로리그 1라운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는데 참 많이 이겼어요. 프로
리그에서는 팀플 경기에만 나갔는데 11승으로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쉬
운 경기도 많이 있어요."
가장 아쉬운 경기는 프로리그 SKT와의 팀플전. 임채성 선수와 팀을 이뤄 우산국에서 임
요환/성학승 선수와 경기를 가졌다. 정석대로 나가려다가 즉석에서 떠오른 전략을 선보
였는데 그것이 먹히지 않았던 것. 헤드폰 너머로 팬들의 한숨 소리가 들렸는데 멈출수
가 없었단다.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는 팀플전 다승왕에 올랐다. 2라운드에서도 팀플전에만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했다.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그렇겠지만 그의 최종 목표는 우승. 우승 후 자신의 진로에 대해
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싶단다. 프로게이머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인지, 군대를 갈 것인지,
아니면 경찰대를 목표로 공부를 할 것인지…
이창훈 선수와 짧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는데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기억력과 암산 실
력이 대단히 좋다. 예전 팬들과의 생일파티 모임에서 40명의 팬들을 만나서 자기 소개
하는 시간을 가졌단다. 그 날 만났던 모든 팬들의 얼굴과 이름, 아이디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비오는 날씨를 좋아하며 감수성이 풍부하고 깔끔한 성격이다. 삼성전자 숙소에 처음 오
던 날 그와 함께 방을 쓰는 후배 선수들은 대청소를 해야만 했단다. 도저히 사람이 사는
방이 아닌 것 같아 모두 모아 함께 청소를 했다고 한다.
운동을 매우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안 배운 운동이 없단다. 볼링부터 시작해서 태권도,
수영, 스쿼시, 농구, 축구, 야구 등 대부분의 운동에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
한번 꽂히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때문에 워크래프트3를 한번도 안 해봤다고 한다. 재미
있어서 워크래프트3에 빠져버릴 것 같아서 못하고 있단다.
이창훈 선수는 조용조용했지만 짧은 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잘 표현했다. 사람들 머릿
속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도록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묘한 매력의 이창훈 선수를 팬의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프로리
그든 스타리그든 우승을 한 후 자신의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기가 빨리 오
기를 기대해 본다. 그가 말했듯 22살이란 나이가 결코 어리지는 않기에.
이 후 자신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전진하는 이창훈 선수의 모습을 그려본다.
[백현숙 기자 coreawoman@chosun.com]
게임조선에서는 프로게이머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다섯번째 선수로
이창훈 선수의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이창훈 선수는 다음 타자로 SKT T1의 임요
환 선수를 지명했습니다. 임요환 선수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게임조선 자유게시판에
올려주십시오.
앞으로 계속될 게임조선의 프로게이머 릴레이 인터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