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저그의 한' 풀었다
결승서 최초로 테란 격파… 이병민에 3대2 역전V
스타리그 2회 우승 금자탑
'저그의 저주는 풀렸다. 이제 저그의 역사를 써나간다.' 이고시스 POS 박성준이 2일
경기 일산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열린 'EVER 스타리그 2005'(스포츠조선-온게
임넷 주최, KTFT 후원, 게임앤컴퍼니 주관) 결승전에서 팬택앤큐리텔 이병민을 3대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준은 스타리그 결승에서 테란에게 6전 전패를 기록한 저
그의 '한'을 깨뜨리는 동시에 스타리그 통산 2회 우승을 차지, '저그의 황제'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일산=전준엽 기자 noodle@>
'저그의 역사는 박성준이 쓴다.'
징크스는 징크스일뿐인가 보다.
이고시스 POS 박성준이 2일 경기 일산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열린 'EVER
스타리그 2005'(스포츠조선-온게임넷 공동 주최, KTFT 후원, 게임앤컴퍼니 주관) 결승
전에서 팬택앤큐리텔 이병민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올시즌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확
인시켰다.
또 스타리그 결승에서 저그 종족이 테란 종족만 만나면 한번도 이기지 못해 이름 붙
여진 '저그의 한'이란 징크스를 깨버리며 저그로 2회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선수가 됐
다.
경기 스코어 3대2가 말해주듯 일진일퇴의 공방전이었다. 뮤탈리스크 컨트롤에 실패
한 박성준은 1경기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지난 아이옵스 스타리그에서 이윤열(팬택
앤큐리텔)에게 0대3으로 완패한 악몽이 떠올려지는 순간, 심기일전한 박성준은 이병민
의 초반 SCV와 머린의 치즈러시를 막고 2경기를 따낸 뒤 초반 저글링으로 이병민의 머
린을 잡아내며 3경기마저 승리, 우승을 목전에 뒀다.
◇ '얼마나 갈망한 우승 트로피인가.' 'EVER 스타리그 2005' 결승전에서 짜릿한 역전 우
승을 일궈낸 박성준이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우승의 감격을 누리고 있다. <일산=전준
엽 기자 noodle@>
하지만 방심한 탓이었을까. 박성준은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배수의 진을 친 이병민
에게 4경기를 내주며 '결승에서 저그는 테란을 이길 수 없다'란 징크스가 되풀이되는
것 같았다.
5경기 초반까지도 이병민의 상승세. 하지만 이런 기세도 프로게이머 랭킹 1위를 달리
고 있는 '테란 잡는 저그 황제'의 자존심을 꺾을 순 없었다. 박성준은 초반 승기에 도취
된 이병민이 추가 병력이 도착하기 전에 조금씩 전진하자 이를 중간에서 차단하며 상대
머린 추가를 막고, 저글링과 럴커, 뮤탈리스크로 이병민의 머린메딕 병력을 모두 잡아
내며 GG를 받아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날 우승으로 박성준은 임요환 김동수 이윤열에 이어 스타리그 2회 우승자 클럽에
이름을 올렸고, 김동수에 이어 결승에서 타 종족 2개를 모두 이긴 두번째 선수로 기록
됐다.
반면 스타리그 결승에 처음 진출해 우승까지 노렸던 이병민은 큰 경기 경험 부족을
실감하며 분루를 삼켰다. 한편 이날 경기는 장맛비가 오락가락하고 중-고등학교 기말
고사가 치러지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1만2000여명이 넘는 게임팬들이 운집, 다시 한
번 스타리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 일산=남정석 기자 bluesky@>
◇ 역대 스타리그 2회 이상 우승자
선 수 / 대회(연도)
임요환(SK텔레콤) / 한빛소프트(2001),코카콜라(2001)
김동수(은퇴) / 프리챌(2000), 스카이(2001)
이윤열(팬택앤큐리텔) / 파나소닉(2002~3), 아이옵스(2004~5)
박성준(이고시스POS) / 질레트(2004), EVER(2005)
EVER 스타리그 2005 결승 전적 (2일)
▶ 박성준 3대2 이병민
박성준(저, 7시) <포르테> 승 이병민(테, 5시)
박성준(저, 9시) 승 <네오퀴엠> 이병민(테, 6시)
박성준(저, 5시) 승 <루나더파이널> 이병민(테, 2시)
박성준(저, 5시) <라이드오브발키리즈> 승 이병민(테, 7시)
박성준(저, 11시) 승 <포르테> 이병민(테, 7시)
박성준 인터뷰
"랭킹 1위 지켜 기쁨 두배 우승자 징크스 극복 목표"
"결승에서 테란을 이겼다는 것이 기쁠 뿐이다."
프로게이머 랭킹 1위의 자존심과 스타리그 결승 3번 진출 경험이라는 것을 결코 무시
할 순 없었다. 5경기 초반 열세를 딛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내며 스타리그 2번째 우
승을 차지한 박성준은 시상식 내내 징크스를 훌훌 털어낸 자신의 승리가 대견한 듯 연
신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저그의 한'을 깼다.
▶결승에서 테란을 이기고 징크스를 깬 것이 우승보다 더 기쁘다. 스타리그 4번째 2
회 우승에다 랭킹 1위의 자존심을 지켜 기쁨은 두 배가 됐다.
-1경기를 허무하게 내줬다. 또 다른 선수 같았으면 5경기에서 GG를 선언했을 정도로 패색이 짙었는데.
▶지난 아이옵스 스타리그에서 이윤열에게 1경기를 내주며 세 경기를 내리 허무하
게 진 악몽이 떠올라 정신이 바짝 들었다. 5경기도 초반에 가운데 진영이 뚫리며 아찔했
지만 뮤탈로 상대 병력을 끊어주며 끝까지 버틴 것이 주효했다.
-이병민을 상대해보니 어떤지.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향상되는 좋은 라이벌이자 좋은 친구다. 힘든 승부였지만 운
도 많이 따라준 것 같다.
-저그의 최강자로 우뚝 섰는데.
▶스타리그 3회 우승, 우승자 징크스 극복 등 아직도 할 일이 많다. 프로게이머 랭킹 1
위도 1년동안 지키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 이상 지켜나가도록 노력하겠다. 스파링 파트
너를 해준 팀원들과 다른 팀 선후배들, 하태기 감독님,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준 게임팬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있게 해주신 부모님 등 모든 분들께 영광을 돌린다.
1만 2천팬 운집 e 스포츠 열기 후끈
○…'웬만하면 스타리그의 열기는 막을 수 없다.'
당초 장마 시즌과 시험 기간, 그리고 교통편이 마뜩찮은 점 때문에 관중이 많이 찾지
않을 것을 염려했지만 경기 1시간전부터 100m 이상 줄을 서는 성황 끝에 1만2000여명
의 팬들이 입장, e스포츠의 열기를 실감케 했다. 특히 KINTEX가 주거지역인 일산에
위치,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팬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기도. 이에 호응하듯 후원사
인 KTFT는 티셔츠를, 팬택앤큐리텔은 화보집을, 그리고 이고시스POS는 음료수를 제공
하며 경기장을 찾은 게임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병민"할머니께 V선물 하고 싶었는데"
○…"할머니께 우승의 기쁨을 드리고 싶었는데…."
다잡은 승리를 놓치며 경험 부족을 실감한 이병민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큰 아쉬
움을 나타냈다. 특히 결승전 당일이 할머니 제삿날이라 꼭 승리해 할머니께 영광을 돌리
려했던 이병민은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환호 - 기도' 응원전도 제각각
○…'게이머의 성격이 팬들에게 영향을?'
박성준과 이병민의 팬클럽 회원들이 관중석 좌우로 나뉘어 열띤 응원 대결을 펼쳤는
데, 게이머의 성격이 팬들의 응원 행태에 그대로 나타나기도. 공격적이고 화끈한 스타
일의 박성준 팬들이 큰 목소리로 환호성을 지르며 응원전을 펼친 반면(왼쪽), 조용한 성
격인 이병민의 팬들은 정중동의 다소 조용한 응원전을 벌여 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