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joins.com/et/200506/23/200506230539159501a000a010a011.html
[임요환의 배틀배틀] 6년째 '테란 플레이' 하는 이유
나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테란(Terran)'이라는 종족을 다룬다. 6년째 테란 플레이를 고집할 만큼 이 종족에 대한 애정이 깊다. 테란이 내게 안겨준 희열, 그리고 다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테란의 매력을 얘기하고 싶다.
우선 테란은 뭉칠수록 강해진다. 유닛(Unit)의 특성상 여러 가지 유닛이 모일수록 파워가 커지기 때문이다. 머린.메딕 같은 바이오닉(Bionic) 병력이 대표적인 예다. 테란으로 플레이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유닛의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병력의 파워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진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테란의 특성이다.
또 테란은 유닛의 대부분이 중.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레인지 유닛(Range Unit) 이다. 상대방이 달라붙기 전에 먼저 선공을 할 수 있다. 사정거리를 이용한 플레이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보자. 탱크 같은 유닛은 스타크래프트의 모든 유닛 중에서 가장 사정거리가 길다. 탱크의 포격도 막강하지만, "지이이잉~ 척!"하며 시즈탱크로 전환하는 순간 파괴력은 배가된다. 그리고 "꽝! 꽝!"하며 멀찌감치 떨어진 타깃을 때릴 때는 믿음직스럽기 짝이 없다.
이처럼 거의 모든 테란의 유닛이 사정거리를 이용해 공격한다. 그래서 빠르고 정확하게 유닛을 움직이는 컨트롤이 필수적이다. 컨트롤은 테란 플레이의 백미다. 유닛을 효과적으로 움직이면 전투에서 병력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상대 전력에 신속하게 치명타도 입힐 수 있다. 컨트롤, 이것은 테란 종족의 큰 장점이고 테란 유저에겐 큰 마력이다.
테란 종족은 느낌도 따뜻하다. 나머지 두 종족 프로토스(Protoss)나 저그(Zerg)와 달리 친근감을 안겨준다. 인간의 군대를 연상시키는 유닛과 언어들, 테란 유저는 마치 전쟁을 지휘하는 사령관이 된 기분이다. 유닛들이 "네, 명령만 내리십시오"라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때의 느낌은 짜릿하다. 생각해보라. 그들은 나의 전략.전술에 따라 최강의 부대가 되고, 최악의 부대도 된다.
스타크래프트는 종족마다 고유의 배경 음악이 있다. 저그.프로토스의 배경음악도 그다지 나쁘진 않다. 그러나 테란의 배경 음악은 상당히 흥겹다. 대다수 프로게이머들은 배경 음악 사운드를 꺼놓고 플레이를 한다. 그러나 나는 테란의 배경음악을 틀어놓고 플레이하는 걸 좋아한다. 게임 중간 중간 나오는 경쾌한 배경음악은 게임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활력소다. 또 게임의 리듬감을 잃지 않게 도와준다. 도저히 질리지 않는 테란의 배경 음악. 테란 유저들은 알 것이다.
프로게이머는 많다. 그 중에서도 유달리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선수가 테란 플레이어다.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드라마틱한 상황을 자주 보여주기 때문이다. 방어하지 못할 것 같으면서도 막아내고, 상대를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으면서도 결국 무너뜨리는 묘미가 있다. 역전의 역전을 거듭하면서 결국 마지막 승자가 되는 테란. 어떻게 열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적어도 내겐 그렇다.
임요환 <프로게이머>
2005.06.23 05:39 입력 / 2005.06.23 09:05 수정
기사 퍼와도 되는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