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아! 고맙다∼” '테란 정복' 희망 찾아
'괴물 테란' 최연성 선수에게 사사
투박하지만 핵심적인 충고에 ㄱㅅ
지난주 임요환 선수에 이어 ‘괴물테란’이란 닉네임을 얻으며 정상에 군림하고 있는 SK텔레콤 T1팀의 최연성 선수를 만났다. 능글능글한 웃음과 어딘지 모르게 귀여운 외모를 지닌 187cm의 키 큰 남자 최연성. 항상 미소를 띠고 투박한 말투를 지녔지만, 그가 지적하는 충고는 테란 유저에겐 가슴에 남을 한 줄기 깨우침을 얻도록 만들었다.
임요환선수로부터 무참한 패배를 안겼던 ‘안좋은 추억’(?)의 장소 T1팀의 기숙사. 여기를 다시오다니. 굳은 각오로 ‘임요환선수와의 경기보다는 오래 버텨야겠다’는 목표를 가슴 깊이 간직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맹연습에 몰두하던 최연성 선수는 지난주 임요환 선수와 ‘맞짱’을 벌였던 기자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이런…. 이런저런 설명을 하자 흔쾌히 허락한 그는 친절하게 자리와 컴퓨터를 세팅해 줬다. 맵은 여전히 헌터스. 프로게이머들이 플레이하는 맵은 그들에게 너무 유리했고, 헌터스 외에는 다른 맵은 자신이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기습 공격 시도 무참히 실패
긴장되는 5초 카운트가 끝나고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본진은 3시. 임요환 선수와의 경기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입구부터 막았다. 유닛이 늦게나오는 테란의 특성상 입구를 막기로했다. 서플라이와 배럭으로 입구를 차단하면 상대방의 정찰병이나 질럿이 통과하지 못한다. 결국 무엇을 건설하는지 모르게 하는 것이다. 공격할 때는 배럭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면 간단히 길이 열린다.
기본 전략은 드롭십을 이용한 우회 기습공격이었다. 탱크와 마린을 생산해 드롭십으로 사이드에서 침투, 최연성 선수의 커맨더센터 파괴와 SCV 말살이 목적이었다. 입구를 막고 벙커를 건설해 방어를 충실히하는 동시에 팩토리를 지어 탱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SCV로 정찰을 수행해 11시에 있는 최연성 선수의 본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역시 입구를 서플라이와 배럭으로 탄탄히 막아 놓고 있었다.
‘흐흐흐. 여기까지는 계산대로군. 이제 드롭쉽만 얼렁 생산하면 가능성 있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최연성 선수를 보고 안심했다. 본진으로 돌아온 SCV에게 아카데미 건설을 명령하고 다시 방어에 치중했다. 팩토리를 하나만 건설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자원이 부족했다. 그 때 갑자기 최연성 선수의 SCV가 입구 앞에서 어슬렁 거리는 것이 보였다.
‘이제야 정찰을 하다니!’ 하지만 잠시 후 사라진 SCV는 탱크를 무려 5대나 몰고 곧바로 다시 나타났다. “아니, 세상에 이게 가능한거야? 왠 탱크가 이렇게 많지?” 저절로 비명이 터져나왔지만, 최연성 선수는 전혀 개의치 않고 공격을 시작했다. 퉁퉁거리는 소리와 함께 입구를 막고 있던 배럭을 포격했다. 하지만 아직 시즈 모드가 개발되지 않아 파괴력이 떨어지는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딱 한대의 탱크가 있었고 시즈 모드가 개발됐지만 상대방 탱크가 워낙 많아 숫적으로 열세였다. 또 한대의 탱크가 막 생산된 순간 최연성 선수의 탱크는 7대로 늘어났다. 동시에 시즈 모드로 돌입했다. 단 한번의 포격에 2대의 탱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입구는 8차선 고속도로가 확 뚫리고 말았다.
스타포트가 막 완성되려는 순간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레이스로 어떻게든 해 볼 수 있었으련만, 최연성 선수는 SCV를 최우선적으로 공격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GG. GG를 선언했음에도 불구, 무참한 건물 파괴는 계속됐다. 순간 최연성 선수의 옆모습에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어깨를 잡아 흔들자 그제서야 공격을 멈추고 돌아보며 미소짓는 최연성 선수. 진짜 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진심어린 가르침
경기가 끝나고 최연성 선수와 함께 리플레이 화면을 보면서 플레이를 분석했다. “테란과 테란전은 마린을 아예 안 뽑아요. 메카닉으로 가는 게 정석입니다. 그리고 가스를 생산하고 가스 자원이 100이 되면 곧바로 팩토리를 건설하세요.”
최연성 선수는 무척이나 답답했던지, 자신의 기지를 보여주며 지도를 해줬다. 그는 입구까지 막은 것은 좋았으나 마린을 생산하면서 자원 부족에 시달린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팩토리를 건설하면서 정찰을 했을 때 상대방의 유닛을 보고 그 다음 빌드 오더를 밟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척 보니깐 스타포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팩토리 2개로 갔습니다. 그래서 생산된 탱크를 몰고 공격한 것이죠. 그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최연성 선수의 멀티 기지가 무려 4개였다는 사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확장을 한 건지 궁금했다. 그러자 자신의 리플레이를 다시 보여주며 자세하게 설명했다. 팩토리를 하나 건설하고 남은 돈으로 코맨더 센터를 건설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본진에서 코맨더 센터를 건설하고 공중으로 띄워서 다른 멀티 자원으로 날려 보내는 모습이 보였다.
“아! 이렇게 하는거구나.” “네, 기지를 확장하는 것은 공격을 하는 타이밍에 같이 하는 겁니다. 상대방은 공격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방어를 해야하잖아요. 그 때 멀티를 하는 거에요. 탱크를 몰고 가면서 앞마당에 SCV가 코맨더 센터 건설. 그리고 확장된 기지에는 SCV를 한 부대 보내서 곧바로 자원을 채취합니다. 일꾼을 생산하면 시간이 또 걸리니까 이게 제일 효율적이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진리처럼 가슴에 와 닿았다. 역시 프로였다. 최연성 선수의 기지는 팩토리 2개에 스타포트는 무려 11개. GG를 선언한 순간에 레이스가 온 사방을 떠돌아 다녔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예상대로 이번에도 처참한 패배였다.
그러나, 게임 타임은 무려 14분을 넘기는 대기록(!)이었다. 임요환선수와의 대결 당시 10분만에 처참하게 무너졌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이었다. 괴물 테란의 묘수를 사사받았으니 다음번엔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으리라 맘 먹으면서 T1 숙소를 나섰다. 자! 이제 다시 맹 연습이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