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이적 뒤 첫 경기였던 듀얼 오프라인 예선장에서 만난 김현진은 약간 긴장한 모습이었다. 한동안의 방황을 끝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준비한 자신의 실력을 처음으로 테스트 한 날이었기 때문.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내 생애 그렇게 연습한 경기는 없었을 거예요. 정말 쉬지 않고 연습만 했었는데...”
그래도 김현진은 활짝 웃었다. 그가 웃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자신과의 약속이 남아있기 때문. 드래프트가 있던 날 김현진은 이런 말을 했었다. “이제껏 최선을 다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젠 게임을 그만 두더라도 ‘최선’을 다해 나를 이기고 싶어요.” 신인 시절, 가파르게 정상을 향해 올라갔던 성급함을 지워내고 지난 주 프로리그에서 거둬낸 첫승을 시작으로 김현진은 약속을 향해 한발 한발 전진할 것이다.
# ‘술’보다 진한 성숙함으로
김현진은 술을 좋아한다. 정모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들어오는 선물, 술이다. 그렇다고 술고래는 아니다.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주앉아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공인이지만 술을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밝히고 성적이 안 좋은 이유도 숨기지 않고 털어놓는다. 어쩌면 그런 질문들이 현진의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팬들은 공감한다. 그들은 김현진이 프로게이머이기 이전에 고민 많고 꿈 많을 청년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솔직함은 밉지 않다. 이제 그에게도 데뷔 시절 게임밖에 모르던 초롱초롱한 눈빛에서 깊이가 느껴진다. ‘술’보다 진한 ‘성숙함’이 김현진에게 남아있다.
# 현진대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김현진의 팬 카페는 독특한 점이 참 많다. 일단 ‘프로게이머 누구의 홈피입니다’라는 대문이 없다. 대신 그 자리에 ‘현진대학교’란 문구가 맨 처음 찾아온 사람들을 반긴다. 코너 메뉴 역시 마찬가지다. 현진대 캠퍼스, 총장실, 자료실, 운영실 등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다면 분명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그래서 ‘현진동’은 특별하다. 명칭 하나하나 ‘김현진’ 한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는 흔적이 엿보인다. 입시의 문턱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현진대학교’에 입학하면 귀중한 한 가지를 얻어갈 수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현진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 팬미팅 어록
■ “1번 시키신 분~!”
단 것을 싫어하는 김현진이 주문한 음식은 크림소스 스파게티. 이에 ‘현진동’ 식구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1번부터 5번까지 메뉴판에 나열되어 있던 종류별 크림소스 스파게티로 통일했는데. 마침내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현진, 이름보단 번호로 부르는 게 편하겠다?
■ “현진님이 우셨다.”
e네이처 톱 팀과 KTF 매직엔스의 프로리그 1라운드 첫 경기가 있던 날. 오랜만에 리그장에 모습을 드러낸 현진에게 팬들은 열광을? 하지만 동진동 식구들이 “경기에 져서 현진님이 울고 계신다.”고 전하자 현진동 식구들 울상을.
■ “‘진짜 혈서’를 받아와야겠다.”
팬미팅에 참석하지 못한 모 운영자. 금주 양이 참석하기 전날 만나서 이런 부탁을 했다는데. 이유인즉슨 ‘김현진이 열심히 연습하겠다’는 각오를 듣고 싶은 마음에서였다고. 하지만 현진에게 ‘피’는 ‘술’이고 ‘술’은 곧 ‘연습’의 반대말이 아닐는지.
■ “브라이언은 한국 사람이에요.”
이적 생활의 대한 당연 궁금증은 바로 외국 선수들과의 생활. 경기장에서 브라이언과 나란히 앉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그렇다면 현진, 영어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얘기? 이에 해명하는 정직한 김현진 선수.
'현진동'회원들은 현진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현진대학교는 여러가지 특징이 있다. 학교를 건립한 것은 학생들이고 운영도, 가르침도, 배움도 모두 그들이 알아서 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등록금이 없다는 것. 단, 본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꼭 한가지 갖춰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총장 김현진'을 진심으로 아끼고 좋아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김현진 총장이 하는 일은? 그는 e네이처 톱팀의 '프로게이머'이다. 게임을 통해 김 총장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왜 해야 하는 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학생들에게 답한다. '현진동' 회원들이 앞으로 미래에 나아가 가장 자신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현진대학교'가 이끄는 것, 프로게이머 김현진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아..알아서 먹을게요..' 김현진, 운영자 박금주 양이 두려운 듯?
▲ '남녀칠세부동석?' 지선화 양과 김현진 엄청난 거리를 두고.
▲ 그들이 시킨 음식은? '크림소스 스파게티'
▲ 심혈을 기울여서 스파게티 포크에 '돌돌' 말기
▲ 스파게티를 사수하기 위한 김현진의 예리한 눈초리
▲ 김현진의 핸드폰. 핸드폰 고리를 잘 보면 큐빅이 빠져 있다. 이에 대핸 현진이 하는 말.'어느날 큐빅이 하나 빠져버렸길래 나머지도 다 뽑아버렸어요.'
▲ 혈서를 못 쓰겠다면 녹음이라도? '하루 10시간 연습하겠습니다' 맹세를 하라구욧
▲ '내가 그렇게 옷을 못 입나?' 프로리그 첫 경기에서 입었던 옷에 대한 팬들의 질책이 계속 되자 무안해진 김현진. 새옷을 선물 받고 머리를 긁적 긁적.
▲ '에이 나 술 끊었는데...'라고 말하지만 얼굴엔 화색이?
▲ '저렇게 좋을까' 선물 뜯는 데 열중하고 있는 김현진과 그 모습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선화 양
▲ '히야 술이다'선물의 절반을 술로 받은 김현진. 너무 좋아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 때론 단체사진 NG컷이 추억에 오래 남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