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박용욱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해보았지만 오늘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의 인
터뷰로 기억이 될 것 같다.
9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SKT T1의 숙소에서 만난 '악마토스' 혹은 '녹차'로 통하는 박
용욱(23, SKT T1)은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솔직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해줬다.
박용욱이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3학년때. 그러니깐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이란다.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에 1년 이상 폐인이라 할 정도로 심취해 있던 어느 날, 동네
새로운 PC방(당시에는 PC방이 흔치 않았으며 인터넷 카페의 형태였단다)이 생겼다
며 놀러가자는 친구의 제안에 찾았다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접하게 됐다.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했을 때 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완벽한 게임이 있구나 하고 생
각했었죠. 각기 뚜렷한 특성을 지닌 세 종족, 완벽한 밸런싱, 배틀넷 등 전략으로서 지
녀야 할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즐기다가 다음에는 다른 게이머들을 이기고 싶어서 즐겼지만 지
금은 이기는게 재미있어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긴다는 박용욱.
박용욱은 한 때 부모님의 심한 반대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군대에 지원할 생각
도 했었단다. 때문에 부산에서 대학교도 1학기동안 다녔었다. 하지만 박용욱의 최종 선
택은 결국 게임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때부터 부산에서 서울까지 부모님 몰래 대회 참가하려고 새벽차, 막차
타고 다녔었죠. 부모님 두 분 모두 공무원이라 저도 공부해서 선생님이 되길 바라셔서
처음엔 많이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다. '스타크래프트'를 직접 즐기진 않지만 해설자들의 설
명을 열심히 듣고는 박용욱의 실수를 지적해주기도 하신단다. 해설자의 목소리 톤이
높아지면서 아들의 이름을 여러 번 부르면 박용욱이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쯤은 이제
아신다고 했다.
박용욱의 하루 일과는 10시 기상, 숙소 근처 선릉공원 운동, 12시 아침(?) 식사, 이 후
부터 각자 연습, 5시에는 점심(?) 식사, 다시 연습, 10시쯤에는 각자 알아서 저녁 식사
를 한다.
"항상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과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는 것이 가끔 답답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선택한 일이니깐 즐겨야죠."
박용욱의 배틀넷 아이디는 'Kingdom'. "왜 Kingdom이냐"고 물어봤다. 아니 사실은
박용욱이 "제 아이디가 왜 Kingdom인줄 아세요?"라고 물어봤다.
아주 멋진 아이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영어사전을 끌어안고 오랫동안 고심했단
다. 그러다 자신만의 멋진 왕국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Kingdom'이란 단어가 눈에
번쩍 들어왔단다.
그렇담 박용욱만의 왕국은 언제쯤 건설할 수 있을까?
"(임)요환이 형이 군대가는 나이쯤 저도 군대를 가겠죠? 게임이고 뭐고 안되면 그보다
먼저 확 가버릴수도 있겠지만…그 이후엔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저녁엔 저만의 가게를 꾸리고 싶어요."
과연 박용욱만의 왕국은 무엇일까? 저녁에 꾸리고 싶다는 가게일까? 앞으로 박용욱의
행보를 관심 깊게 지켜봐야겠다.
박용욱 선수의 본거지
[백현숙 기자 coreawo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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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SKT 숙소 방문기...황제 힘내세요~
국내 최고 프로게임단 중 하나인 SK텔레콤 T1의 숙소를 방문했다.
맨 먼저 기자를 반기는 것은 T1팀의 자동차...팬들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 최고 프로게이머들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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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SKT 숙소 방문기...박용욱 선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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