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요환이 형이에요”
‘저그 신동’ 조용호(KTF매직엔스)는 정말 꾸준한 선수다. 하지만 2002년 KPGA 투어 3차리그 결승을 통해 팬들의 뇌리에 깊게 자리 잡았다. 경기에 대한 감각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경기 전체를 보는 눈과 뒤집을 수 있는 정확한 시간과 타이밍을 그처럼 알고 있는 선수는 찾기 힘들다.
조용호는 이후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뛰어난 선수로 인정받지만 성적표는 미덥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승무대에 도전할 때마다 이어지는 패배, 큰 경기에서 무너지는 아쉬움. 조용호의 선수생활은 그래서인지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조용호와의 인터뷰는 항상 조용하고, 패기있는 도전자의 목소리를 듣는 듯한 기분도 여기에 있다. 웃음으로 시작해서 진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그만의 자조적인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문득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다.
■ 조용호는 언제 우승하나?
≫ 여태껏 개인리그, 팀단위 리그 5번정도 결승에 올랐다. 매번 준우승에 그쳤다. 앞으로도 우승을 꿈꾸지만 어떻게 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가장 우승 가능성이 높았던 대회는 첫 결승이었던 윤열이와 했던 KPGA 투어 3차 리그였다. 그때 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준비를 가장 많이 했다. 하지만 첫 결승이어서 너무 긴장했다. 질 때는 정말 쉽게 지고 이길 때는 어렵게 이겼다. 뒤돌아보면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다.
■ 어린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애칭이라고 생각한다. 좋게 생각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분이 무척 나빴지만, 지금은 좋게 듣는다(웃음).
■ 슬럼프 기간이 짧지는 않다.
≫ 방송리그는 꾸준히 나갔다. 8강까지는 꾸준히 갔다. 거의 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항상 어중간했던 같다. 요즘에는 계속 중간에서 머무니까 사람들이 슬럼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 스스로도 공감한다. 극복한다 못한다를 떠나 일단 개인리그 보다는 프로리그에서 팀에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 개인전리그 우승보다는 프로리그 우승을 먼저 해보고 싶다.
■ 여자친구가 없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 19살때까지는 있었다. 스무 살 이후로는 없었다. 아무래도 어린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웃음).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웃음). 농담이다.
■ KTF에서 쟁쟁한 선수들이 많은데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은지.
≫ 일단 그래도 같은 팀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같은 곳에 속해 있으면 경쟁하기 싫어하는 타입이다. 그런 생각 안하고 내가 있는 위치에서 열심히 한다. 도움 받을 수 있으면 도움 받고 도와줄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싶다. 내게는 유명한 형들이던지 신인이던지 별 차이 없다. 똑같이 KTF 소속 선수들로 생활하고 있다.
■ 경기 끝나고 인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언제부터 시작한 건지?
≫ 꽤 된 것 같다. 1년 정도 된 것 같다. 언제부터 인지 잘 모르겠다. 처음 세리머니가 많이 나올 때 KTF도 다같이 단결된 세리머니를 만들어 본 것이다. 처음에는 딴 팀원들도 했었는데 이제는 나만 한다. 솔직히 보기 좋은 모습일 것이라 생각한다. 지던 이기던 악수할 수 있다는 것이 좋지 않나. 졌다고 해도 일어나서 악수하면 경기를 잘 치렀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겼을 때 악수하는 것은 솔직히 나도 힘들다. 상대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 져서 기분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상대에게 다가간다. 별로 안 친한 선수들에게는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더 강해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만 하는 수준이다.
■ 특유의 입을 내미는 표정이 있다.
≫ 눈을 오래 못 뜬다. 많이 집중하게 되면 평소 표정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긴장하니까 경직된 표정이 나오는 것 같다. 나도 TV로 뚱한 표정 보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하다(웃음). 사실 시력이 별로 좋지 않다. 무엇인가 하나를 뚜렷하게 보지를 못한다. 신체검사 받을 때도 눈에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너무 한 곳을 오래보면 눈에 눈물도 고이고, 아프기도 하다. 한 때 안경 쓰면 괜찮을까 생각도 했는데 안경은 나랑 맞지 않는 것 같다. 예전에 잠깐 안경도 꼈었는데 가방에만 넣고 다녔다.
■ 홍진호와 퓨전했나?
≫ 하하하. 우리 둘 다 영 예전에 비해서 못하고 있다(웃음). 이런 이야기는 잘하고 있을 때 듣고 싶다. 나중에 내가 잘하게된다면 진호형과 퓨전해서 잘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따라한 것도 많다. 지금은...둘다 못한다(웃음).
■ 떠오르는 신성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
≫ 많이 아쉽기도 하고, 일단 후회가 많이 된다. 예전에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또 경기를 보고 있으면 잘한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들이 나오기 전에는 잘하는 선수를 찾지 못했는데, 지금 보고 있으면 다르다. 배울 점도 정말 많은 것 같다.
■ 프로토스전에 강한 비결이 있다면?
≫ 스타크래프트를 처음할 때부터 이상하게 강했다(웃음). 그때 그런 감각, 프로토스전에 대한 감각이 쭉 이어져오는 것 같다. 비결이나 그런 것은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연습도 연습이지만, 생각을 하게되는 효과는 아니다. 유독 프로토스 전만 대처법이 잘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 잘 되다 보니 자신감이 배가되고, 더 잘하고. 자기가 매번 이기던 종족은 진다는 생각을 잘 안한다. 그런 것 같다.
■ 연습량이 많은 스타일은 아니라고 들었다.
≫ 처음 방송 무대 데뷔할 때부터 스타일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전략들은 연습 몇번만 해봐도 들어맞을 때가 있다. 그러면 연습을 중지하면서 컨디션만 유지한다. 내가 생각한 전략이 안들어맞으면 정말 미친듯이 될때까지 연습한다. 연습량이 적은 게 아니라 고무줄이다. 예전 결승전에서도 단 몇 게임만 한 적도 있다. 그 이후에는 이미지 트레이닝만 한다. 이제까지 그것으로 효과를 많이 봤다.
처음 KTF왔을 때는 내 스타일을 버리고 연습만 한 적도 있다. 아무 생각 안하고 하루에 연습량을 정해놓고 한 적도 있었다. 그랬더니 성적이 더 잘나오지는 않더라. 그래서 내 스타일에 맞게하자. 그런 방식으로 바꿨다. 단 프로리그는 연습량이 많다. 내 스스로 부족함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 예나 지금이나 요환이 형이다. 대단한 선수지 않은가. 어찌됐던 간에 e스포츠를 이렇게 만든 선수다. 1호 프로게이머는 아니지만 지금 이렇게 클 수 있도록 만든게 요환이 형이다. 정말 예전에는 요환이형 코카콜라 스타리그에서 연습해주고 그랬다. 그때 결승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을 했다. 그때 그경기 보면서 다시 한번 프로게이머로서 잘하자라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