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협, 통합리그 1라운드 출전정지
일각에선 '왜 선수만 매질하나' 불만 터트려
  
“왜 연성이와 SK텔레콤 T1만 손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회사 입장을 생각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SK텔레콤T1의 최연성에 대한 e스포츠협회 차원의 징계가 내려졌다.

내주께 개막하는 통합리그 1라운드에 출전을 금지시키고 500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등 그동안 e스포츠협회 차원에서 내려진 징계 가운데 가장 센 강도의 중징계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T1의 주훈 감독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꾹 참는 모습이 역력했다.

SK텔레콤이 e스포츠협회 회장사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끌어안고 가자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주 감독은 이같은 상황을 “연성이에게 이해하고 더 열심히 하자고 설득을 했다.

SK텔레콤이 회장사가 아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며 불만으로 가득찬 심정을 간접적으로 표출했다.

# 징계 수위 결정 배경

e스포츠협회(회장 김신배)의 규정에는 ‘이중계약 선수는 2주 이상의 출전정지’를 명시하고 있어 이번 최연성에 대한 징계는 비교적 무거운 것이라는 평이다.

그러나, 협회측 생각은 다르다. 프로 스포츠에서 이중계약 문제는 가장 큰 징계 대상인 만큼 이번 징계 수위는 그나마 최소한의 조치라는 것. 실제로 상벌위원회에 가장 처음 올라온 징계 수위는 다른 스포츠분야에서 이중계약 선수에게 가해지는 최소 패널티인 벌금 1000만원에 1년간 자격정지라는 메가톤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이 안은 선수 생명이 짧다는 e스포츠의 특성상 해당 선수에 대한 사형선고와도 같은 조치인데다 자칫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e스포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수가 있다는 점에서 너무 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상벌위원회는 최근의 상황과 사안의 비중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조절해야 했고, 결국 e스포츠 발전과 선수 보호라는 명분을 모두 살리기 위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이같은 징계 수위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처분이다. 최연성의 경우 양대리그 본선에 모두 진출해 있고,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출전을 금지시키면 리그 자체가 파행운영횔 수 밖에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그렇지만 협회는 재발 방지를 위해 향후 이중계약 문제를 발생시키는 선수에 대해서는 선수자격을 박탈하는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또 선수 이적은 반드시 당사자와 소속구단의 합의하에 전개해야 하며, 이를 어기고 사전 접촉을 시도할 경우에는 해당 구단의 프론트에게도 엄중히 경고하는 것을 물론, 소속 회사에서도 징계를 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이번 징계에서는 KTF와 SK텔레콤 등 관계사는 제외했지만 재발시에는 구단까지 처벌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 해당 구단 징계 왜 빠졌나

이번 최연성의 이중계약 파문에 대한 징계는 당사자인 선수에 대한 징계만 이루어졌다.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질적인 에이스 없이 단체전을 치러야하는 SK텔레콤 T1도 막대한 전력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이중계약 당사자인 3자 가운데 KTF매직엔스만 징계 대상에서 쏙 빠져 있는 모양새가 됐다. 협회 규정에 의하면 해당 선수의 소속사에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계약을 체결한 KTF의 잘못도 크다. 그런데 왜 KTF에는 아무런 징계도 내려지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e스포츠협회 회장사 자리와 이중계약 파문을 둘러싸고 벌어진 SK텔레콤과 KTF간의 오랜 줄다리기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KTF는 최연성 문제를 법정 소송으로 끌고갈 수 있었음에도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아무 조건없이 권리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린 바 있다. 협회차원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양보의 미덕을 보여준 KTF에 또다시 징계를 가할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SK텔레콤 T1의 주훈감독이 그 많은 불만을 가슴 속에서만 삮이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