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은종은 중학교 때까지 만해도 권투 선수였다. 메이저리그를 시작할 때 선수들이 찍은 프로필 사진을 보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카메라 앞에서 강렬한 눈빛을 선사하는 변은종을 만날 수 있다. 팬들은 말한다. 이와 다른 모습을 한 변은종의 모습은 왠지 그가 아닌 것만 같다고. 주먹을 쥐고 세상과 싸우고 싶은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지만 그는 주먹의 힘을 풀었다.
대신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들고 프로게이머가 되어 세상의 ‘주인공’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수많은 프로게이머 가운데 양대 메이저리그에 모두 진출해 있는 선수는 드물다. 그 속의 포함된 변은종은 당당한 ‘스타리거’다. “스타리그에 첫 진출했을 때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권투를 포기할 순 있지만 게임을 포기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 부드러운 남자, 변은종
변은종이 SouL에서 삼성전자로 이적한 지 어느새 두 달이 갓 지났다. 요즘의 그를 보면 예전과는 다른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은 힘들었던 모양이다. 2주전 msl에서 SKT 박태민을 이기고 난 후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밝힌 바 있다. “팀 선수들이 너무 잘하고 있는데 여기서 저만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더라구요.” 현재 그는 팀에서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신의 어깨가 무거워지자 게임의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변은종. 팬들의 바람은 한결같다. 그가 경기에서 이기는 것. 이겨서 그의 곁에 팬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는 것. 그것뿐이다.
# 팬들에게 변은종은 여러 명?
변은종의 팬 카페는 ‘쮸동’이다. 처음 그 이름을 사람들이 들으면 피식하고 웃는 사람들이 많단다. 그도 그럴 것이 어쩐지 변은종과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팬 미팅에 무려 30분이나 헤매다 약속장소에 나타난 그를 보면 조금은 어울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늦게 왔다는 팬들의 구박(?)에도 ‘맛있는 거 사줄게요.’라고 웃어넘기고,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면 재밌는 이야기로 상황을 역전시킨 변은종. 만남이 끝나고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팬들의 대답은 여러 가지였다. “포근한 남자”,“준비된 남자”,“넉넉한 남자”,“착한 남자”...
# 팬미팅 어록
■ “이긴 것 같으면서도 질 것처럼 불안불안~”
변은종 선수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자 선정 양이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답변. 어떤 경기든 열심히 하는 모습이지만 막상 경기를 보고 있으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스릴이 넘친다고.
■ “이길 때만 밥 사줘요.”
팬미팅이 끝나고 밥을 사겠다고 마음먹은 변은종. 어깨에 힘을 주면서 으쓱대자 ‘쮸동’ 회원들 좋아하지만 그 모습이 얄미웠던 모양이다. 경기에서 지면 아무 것도 없다고 필살 공격을.
■ “안경을 맞추면 표현을 할게요.”
경기를 하면서 치어풀이 보이냐는 질문에 머뭇머뭇 거리던 변은종. 팬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자 요즘 시력이 안 좋아져서 큰일이라며 허둥지둥.
■ “연습을 하면 경기 결과를 예상할 수 있어요”
변은종의 징크스. 연습을 해서 잘 풀리면 다음날 경기에서 지게 되고. 연습을 했는데 계속 상대방에게 지면 경기에서 이긴다고. 이에 팬들이 걱정하자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