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MVP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스카이 프로리그 3라운드 결승 3-3 상황에서 7세트에 출전, KTF 조용호를 꺾고 팀에 우승 컵을 안긴 사나이. 프로리그 1, 2 라운드 다승왕. 프로리그 정규시즌(1∼3라운드)MVP. 프로리그가 만든 스타 플레이어. 그러나 개인전에서는 굉장히 부진하다. 예선 탈락을 밥먹듯이 하고, 무명 선수에게 2대0으로 패배하는 일도 허다하다. “단체전이 개인전보다 동기부여가 잘 되는 편이예요” 라고 답하는 차재욱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개인전과는 다르게 단체전은 극강의 실력을 보이고 있는데.
A. 솔직히 말하자면 내 개인전 연습을 할 때는 게임할 사람이 별로 없다. 매번 그래왔다. 핑계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전이 단체전보다 더 긴장된다. 패배하면 저 밑에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단체전은 이기면 영웅이 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반드시 이겨야만 하고, 팀을 위해 열심히 해야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런다. 단체전이 개인전보다 동기부여가 잘되는 편이다.
Q. 서지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데.
A. 사실이다. 서지훈은 테란 대 테란전을 굉장히 잘한다. 물론 나도 지훈이보다 잘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서로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훈이로부터 운영과 컨트롤을 배웠다면 내가 뭔가를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Q. 팀원들 중 라이벌이 있다면.
A. 팀원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나는 팀원들 상대로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한동욱과의 라이벌관계가 있지 않느냐고 물어볼때도 단호하게 없다고 이야기한다. 전태규와 비교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전태규는 전태규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이고, 나는 나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팀원들과는 라이벌 의식이 아닌 동료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라이벌이라고 할 정도로 무서운 사람은 없다. 다만 나태한 내 자신이 가장 큰 라이벌이라고 생각한다.
Q. 차재욱의 집은 엄청 잘 산다.
A.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넘겨짚고 싶다. 난 내 인생을 모두 걸고 프로게이머를 하는 것이다. 집이 잘살아서 게임 안해도 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나는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어서 내 모든 것을 걸었고, 그것에 대해 열심히 매진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가 부자라면 몰라도 나는 부자가 아니다.
Q. 차재욱이 항상 마무리에서 활약하는 이유는.
A. 운이다(웃음). 사실 마지막 경기에 강한 것은 아니다. 팀원들이 날 믿고, 팬들이 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렇게 책임감을 가지고 몇 차례 마지막 경기를 잡아낸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Q. 자이언트 킬러라는 별명은.
A. 정말 싫어한다. 그 별명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게 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의식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의식이 된다. 실제로 이름이 알려져있는 프로게이머한테는 잘 이긴다. 그러나 이름이 덜 알려진 선수에게는 잘 지곤 한다. 그런 것이 이어지다 보니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그것이 내 가장 큰 문제이자 고쳐야할 숙제다.
Q. 프로게이머 생활 중 가장 힘들었을 때는.
A. 대회에서 지고 친한 사람들에게 졌다고 연락할때가 가장 힘들다. 매번 예선에서 떨어질 때마다 가족이나 친구들한테 “졌다”는 말 하기가 너무 어렵다. 날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기는것이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일 중 하나다. 하면 할 수록 가슴이 아프다.
Q. KOR팀의 듬직한 기둥인데.
A. 너무 뿌듯하다. 난 스스로 잘한다는 생각을 안 한다. 그러나 날 믿어주고 내가 그 믿음에 보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모두 내 자신과의 싸움을 꾸준히 이겨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난 하루라도 게임을 안 하면 바보가 된다. 손 감각이 둔해지거나 머리 회전이 잘 안된다. 그럴 때 마다 내가 있는 위치, 내가 서울에 있는 이유 등을 생각하며 극복하곤 한다. 가끔 다른 게임을 할 때 마다 연습을 게을리 하는데 대부분은 죽도록 스타크래프트 훈련에 매달린다. 그래야 실력이 유지되는 것 같다.
Q. 2005시즌 프로리그에서의 차재욱의 목표가 듣고 싶다.
A. 프로리그 우승과 다승왕 그리고 시즌MVP를 받아내겠다. 프로리그에서 저 정도 성적만 거두면 제 몫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작년에 일궈낸 성과긴 하지만 해내는 것 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지 않은가. 하지만 방어적인 모습보다는 하나라도 더 많이 해내기 위해 훈련에 매달리겠다. 그리고 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