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경향게임스를 통해 ‘천재테란’ 이윤열이라는 이름으로 10주 동안 스타일기가 연재됐다. 그 가운데 이윤열이 직접 팬들에게 쓴 마지막 회를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전 슬럼프가 아닙니다. 또 좌절한 적도 없구요. 하지만 잠시 과거를 잊은 것 같아요.”
이윤열의 과거란 ‘다짐’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꿋꿋하게 꿈을 지키겠다는 다짐. 어릴 적 꿈인 ‘판사’의 길을 접으면서도 그가 ‘프로게이머’란 직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강인한 자신의 의지 때문이다. 이윤열의 팬들에게 왜 그를 좋아하게 됐냐고 물어보면 꼭 나오는 대답이 있다. “게임을 너무 잘 하잖아요.”
# 이윤열은 지금, 소년에서 한 남자로 성장 중
평소 낯을 가리는 성격인지 팬미팅을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도 이윤열은 잠깐 거절했었다. 그렇지만 약속장소에 나타난 그의 모습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앳띤 외모 때문에 왠지 연약할 것만 같은 이윤열은 요즘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팬미팅에서 그는 시종일관 분위기를 리드해가며 어색한 만남을 눈 녹듯이 풀어버렸다. 썰렁한 농담은 썰렁한 대로 진지한 대화는 진지한대로 자신만의 색깔 나타냈다. 이 날 모임에서 보여준 이윤열의 당당함은 ‘남자다움’ 그 자체였다.
# 팬 카페 회원수 1위를 향해 ‘달려, 달려’
이윤열의 팬 카페, ‘윤열동’의 회원수는 자그마치 16만 명에 달한다.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기에 이윤열 자신은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팬들이 자신에게 전하는 작은 메시지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한 회원이 지난 22일 스타리그 경기 때 노래 부른 것을 기억하냐는 물음에 그의 입에서 거침없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윤열~ 힘내세요~. 이거요?” 매일 수십 명의 인원이 ‘윤열동’의 문을 두드리고 수천개의 새 글이 ‘윤열동’ 꽉 차는 이유는 그가 경기를 하는 순간에도 팬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 팬미팅 어록
■ “시험을 째고(?) 왔어요.”
오후 3시에 ‘미니 팬미팅’ 있을 예정이라고 전달받았던 소영 양. 요즘 중간고사 기간이라 약속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다며 한숨을 쉬었는데 그래도 시험을 째고(?) 이윤열을 만난 것이 보람됐던 모양.
■ “아~ 내가 천재구나”
이윤열의 닉네임은 ‘천재 테란’. 이에 팬들이 ‘정말 천재라고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때가 있다고 대답.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하자 “역전할 때 ‘조금’ 뿌듯하다구요.”라고 덧붙였다.
■ “다들 HOT 팬클럽이시죠, 사실.”
팬 카페의 회원들 중 일부는 가수 HOT의 열혈 팬들이기도 하다고.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배경음악이 HOT의 노래였을 정도. 대화를 나누던 중 열혈 HOT 팬들의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윤열, 쓸쓸하게 중얼거린 한마디.
■ “어떻게 죽여~”
이윤열은 자각몽(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꿈을 꾸는 현상)의 일인자. 얼마 전에 꾼 꿈 얘기를 하면서 혀를 내둘렀는데. 꿈속에서 친구가 자신에게 거미를 던진 것도 모자라 다크스웜을 뿌리는 바람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음... 어색할 것 같아요. 나중에 하면 안 될까요?" 이윤열이 처음 팬미팅을 거절했을 때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저 때문에 팬 여러분들이 심심해 하실지도 몰라요." 자신이 내성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탓일까. 평상시 이윤열의 모습은 게임을 하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사뭇 달리 보이지만 그래도 그런 점을 팬들은 좋아한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세상에 하나뿐인 '천재테란'이기 때문에... 미니팬미팅에 참석한 이윤열은 머뭇머뭇 팬들과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뭐든 '완벽히' 해내는 '천재테란'의 친화력이 돋보인 시간이었다.
▲ 어색한 첫 만남이 시작되고...
▲ 핸드폰에 음성녹음 중인 이윤열. '음... 안녕하세요. 저 윤열이구요...너무 어색해!'
▲ '이윤열 선수가 옆에 있으니까 삼겹살도 맛있어보이지 않아요'
▲ 친구가 이윤열 팬미팅 중이라고 해도 믿지 못한 모양. 윤열이 얼른 전화를 건네받으니 저 건너 편에서 들리는 자지러지는 목소리.
▲ 소주가 없어도 사이다로 건배~!
▲ '삼겹살 드시는 모습도 멋있어요.' 감탄해버린 이소영 양.
▲ 왠지 근육맨(?)처럼 보이는 이윤열. 팬이 준 티셔츠 선물과 기념샷~!
▲ '와 이걸 언제 다 준비했지?' 약속 전날 새벽3시까지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 이윤열은 침대 머리맡에 걸어두고 자겠다고 약속.
▲ 계속 되는 선물 공세에 넋이 나간 이윤열. 이번엔 소영양이 직접 만든
도기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다는데... 끈 풀기에도 긴 여정(?)이 걸렸으니.
▲ '다크스웜을 뿌리는 거야..." 꿈얘기를 하자 팬들 모두 쓰러지고.
▲ 폰카메라는 역시 디카보다 위대하다. 언제 어디서든 바로 샷~!
▲ 모자에 싸인 해주는 이윤열.
▲ 팬미팅이 끝나고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약속장소를 빠져나왔다. 뒷쪽에 좋아하고 있는 팬들이 보인다.
▲ 이윤열이 '브이'를 하니 은혜 양이 쳐다보고 있다.
▲ 우리는 '윤열동~!' 운영자들과 함께. 김효연 양(좌)과 배은진 양(우)
▲ 단체기념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