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e-sports로 자리잡은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
는 경기도 재미있지만 해설자들의 재치만점 해설도 인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엔 이들의 어록이 돌아다니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꽃미남과 쾌남형을 더해 `꽃쾌남`이란 말을 만들고 `새로 피는 해처리는 신해철?`,
`프로토스가 자x(?)를 잡고 싸우면 저그가 못이기죠`라며 이들은 말장난의 진수를
보여준다. 다소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누리꾼(네티즌)들은 이들의 말장난에
열광적인 박수를 보낸다.
그 어록들을 살짝 엿봤다.
종족별 최강전 강도경과 정영주의 로스트 템플전. 6시 앞마당 멀티 해처리가 저글
링들의 습격으로 박살나자 드론 한 마리가 가스를 들고 2시 본진을 향해 열심히
기어가는 중이다. 임동석 해설위원이 "드론이 가스 배달을 가고 있다"고 말장난을
시작했다.
이정한 해설위원이 "굉장히 멀리까지 장거리 뛰고 있다"며 그의 말을 받았다. 이에
대한 임위원은 한 마디 말로 개그에 종지부를 찍었다.
"근데 오토바이를 안 탔어요."
다음은 비오늘 날 팀 리그가 이제 시작되려고 하는 중. 최상용 캐스터가 "지금 밖
에서는 사이오닉 스톰이 치고 있습니다."라며 일기예보를 했다. 사이오닉 스톰은
프로토스 종족이 구사하는 번개처럼 생긴 일발필사의 강력한 무기.
네이트배에서 손승완과 강도경이 버티고 지형에서 한 판 승부를 벌일 때. 손승완
선수가 강도경 선수 진영 입구를 뚫던 질럿을 뒤로 빼면서 히드라들을 유인하고
그 찰나 질럿 한 기가 몰래 들어가서 언덕 멀티 드론들을 공격하는 상황.
김도형 해설위원이 "아니 저 질럿이 언제 들어갔죠? 킬수가 3입니다. 3"이라고 말
하자 엄재경 해설위원이 말을 받았다. "아~ 저 질럿 대단하네요~ 훈장줘야 합니
다 훈장. 가르치는 훈장이 아니죠."
듀얼 토너먼트 심성수 대 장진남 선수가 펼치는 노스탤지어 경기 후반. 심성수 선수
가 불리한 가운데 상대방 입구에 지은 벙커속 마린의 상황을 묘사한 대목이다. 김창
선 해설위원이 "벙커 속 마린들은 차라리 여기가 안전하니까 가만히 있겠죠?"라고
묻자 옆에 있던 엄재경 해설위원이 "떨고 있겠죠...뭐 4명이니까 한명은 광 팔고 그
러면 되겠죠"라고 말을 받았다.
이들의 말장난 개그가 가끔은 위험한 수위까지 올라갈 때도 종종 벌어진다. 관객석
에서 `엄재경님 까꿍`이란 플래카드 밑에 조그맡에 `도형, 재경과 함께 밤을`이란 플
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엄재경 해설위원이 "둘이 밤 먹으면 좋겠군요"라며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대해 김도형 해설위원이 "밤은 같이 먹어도 밤을 같이 보내는 건 좀 그
렇져"라며 고난위도(?) 개그로 응수했다.
온게임넷 프로리그 이재훈과 성학승 경기에서 나온 김도형 해설위원의 "프로토스
가 자x(?)를 잡고 싸우면 저그가 못이기죠."란 말은 `자리`를 잘못 발음한 말. 그러
나 프로토스의 그 부위가 `자x`와 모양이 유사해 오해할 수도 있었던 말이었다.
프로리그 경기중 팩토리에서 탱크가 한 기 나와서 남아있는 드라군을 한기 쏘는 상
황에서 전용준 해설위원이 "탱크, 탱크 나와서 일점사"라고 외친 대목은 군대를 다
녀온 사람만이 웃을 수 있는 개그.
과거 우리나라 판소리는 창작자와 관객이 함께 만들었다. 소리꾼들이 소리를 하면
관객들이 추임새를 넣으면서 공통작품을 만들었던 것. 요즘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이들의 문화를 꼭 그렇다.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에 해설자들은 점점 더 개그맨이
돼가는 것은 아닌지.
[TV리포트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