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저그 홍진호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중 저그 종족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홍진호(KTF, 24)가 충
격발언을 내놓았다. 바로 저그 종족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는 것.
"영화나 소설책을 보면 정의의 용사와 악당이 등장하잖아요. 거기서는 항상 정의의
용사가 이기는데 어린 마음에 전 악당이 이기는걸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스타
크래프트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악당처럼 생긴 저그를 선택했었죠."
하지만 언제나 가난한 저그 종족을 이끌고 게임을 풀어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 가히 좋지만은 않다는 것도 덧붙이면서.
종종 '그냥 테란으로 프로게이머에 입문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저
그 종족을 99%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단다.
KTF매직엔스 팀 자체 리그 중인 홍진호
"그럼 종족을 바꾸면 되죠"라는 기자의 철없는 반응에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한지
몇 년인데요. 이제는 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에요. 저그 종족의 홍
진호를 좋아하는 팬들이 있고, 후배 게이머들이 있잖아요. 저그 선배로서 모범이 되
어야죠"라는 의젓한 대답이 돌아온다.
이제 홍진호도 프로게이머에 입문한지 어느덧 5년차다. PC방이라는 것이 드물던 시
절 처음 학교 앞에 PC방이 생겼을 때 호기심에 이끌려 시작한 스타크래프트. 알지 못
하는 미지의 인물들과 경쟁을 하고 랭킹을 등록하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고 한다. 승부욕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끌림이 있었다는 것. 이때부터 동네 대회부터
PC방 대회 등 각종 대회에 나가서 1등을 싹쓸이, 소위 스타크래프트 "짱"이 되었다.
한껏 자신의 실력에 우쭐해 있을 때쯤 우연히 알게 된 온게임넷 채널에서 강도경 선
수의 경기를 관람하고는 자신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를 한순간 깨달았다.
"같은 저그 종족인데 너무 잘하더라구요. 게임을 저렇게 잘할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
사만 연방 나오던데요."
이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가족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상
경, 좁은 PC방에서 라면 하나로 하루 끼니를 떼우며 게임에 몰입했단다.
팬이 홍진호 선수에게 선물한 속옷 상자
5년이 지난 지금은 어엿한 프로게이머 대표 주자로 우뚝 섰다. 아마도 당시의 어려움
이 있었기에 오랫동안 최고 프로게이머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지금까지도 홍진호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큰 무대에서
는 작아진다는 것. 스타리그 11번째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승 경력
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사람이 많으면 무서워진다거나
하는건 없어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경기 결과는…"라며 웃어 넘겼다.
오후 1시부터 연습을 시작, 잠들기 전인 새벽 3~4시까지 연습한다는 홍진호. 다른
여가를 즐길 시간이 없다는 홍진호의 올해 목표는 'KTF매직엔스의 통합리그 우승'
이다.
개인리그 우승보다는 팀원 전체가 하나가 되어서 이뤄내는 통합리그 우승이 가장
큰 목표라는 홍진호의 바람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폭풍 저그 홍진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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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KTF 숙소를 찾아서…
▶지금은 팀 내 자체 리그 중
▶숙소 전경
숙소 현관. 신발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대부분 푸마 제품
연습실 한 쪽 벽. KTF매직엔스의 로고가 크게 붙어있다
KTF매직엔스의 귀여운 캐릭터들
주방이다. 역시 어지럽다
숙소 뒷산. 공기가 좋다
숙소 정원이다. 깔끔하게 가꿔져 있다
▶숙소 이곳 저곳 팬들의 흔적
홍진호가 팬에게 받은 선물. 작은 박스 안에는 속옷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박정석만의 달력. 팬이 직접 만들어서 선물했다
"처음처럼"... 언제나 처음처럼 열심이 있는 강민 선수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