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란의 여왕’ 서지수의 스타일기 <2>
엄마를 유난히 많이 닮은 지수
지수가 3살 되던 해, 그녀의 가족은 과천으로 이사를 갔다. 쌍둥이 자매까지 넷이었던 식구는 막내 지승이가 태어남으로써 다섯으로 늘어났다. 어릴 적부터 세 자매는 서로 다투는 일이 손가락을 꼽을 만큼 없었다고 한다. 모두 온순하고 조용한 성격 탓에 밖에서 뜀박질 하는 것보다 집안에서 자기들끼리 노는 것을 더 즐겼을 정도.
세 자매가 주로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마루인형이었다. 특히 언니와 지수는 마루인형에 입힐 옷을 직접 만들었다고. 언니에 비해 손재주가 없었던 것일까. 바느질 솜씨가 없었던 지수의 선택은 다름 아닌 본드였다. “본드를 가지고 옷을 만든다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어요? 바느질 잘하는 언니가 부럽지 않았죠 뭐.(웃음).”
특히 쌍둥이 자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막내를 돌보느라 바빴다. 기저귀를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업어주는 일, 재우는 일까지 서로 도맡아하려고 애썼던 것이다.
“언니한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경쟁심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다투는 일도 좀처럼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지만 언니를 시샘한 적도 많았어요(웃음).”
지수의 어머니는 자매의 옷을 여느 쌍둥이들처럼 같은 디자인이라도 색깔만은 다르게 해서 입혔다. 어릴 적사진 속에 두 자매는 한쪽이 분홍, 파랑 등 알록달록한 원피스를 입었다면 한쪽은 검은색의 흰색이거나 흰색의 검은색 바탕이었다. 항상 후자 쪽이었던 지수는 이에 대해 가끔 어머니에게 서운한 감정을 내보이기도 한다.
“친구들 사진을 봐도 애기 때 저처럼 얌전한 색깔의 옷을 입은 아이는 별로 없더라구요. 반면에 언니는 아이들한테 잘 어울리는 화사한 옷이잖아요. 지금은 그렇게 생각안하지만 사춘기 때는 언니랑 저랑 엄마가 차별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었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지수가 이런 옷을 입게 된 데에는 어머니가 가진 그녀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기 때문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지만 그 가운데 지수는 유난히 어머니와 닮은 점이 많았다고 한다. 명랑하고 밝은 언니에 비해 말이 없고 혼자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던 지수를 보면 자연스럽게 평소 어머니 자신이 좋아하던 색깔의 옷을 입히고 싶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