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가을에 만나고 싶은 인물 1순위로 꼽을 법한 프로게임구단 감독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 칸의 김가을 감독이다.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가을이 형’으로 통하는 그녀를 팬들은 ‘가을의 전설’, ‘저그의 여왕’으로 기억한다.
온게임넷 여성리그 첫 우승을 차지하며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던 그녀가 프로게이머가 된 것은 대학 재학 시절 우연히 선배들을 따라 피씨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접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한양대 산업공학과 97학번인 그녀는 공대라는 특성상 남자 선배들과 게임할 기회가 많았고, 유독 지기 싫어하는 성격도 그녀가 스타크래프트에 소질을 발휘하는 데 한몫을 거들었다.
감독을 맡은 것은 1년1개월여 전. 2001년 겜비씨 리그를 끝으로 여성리그가 마감한 지 2년여가 지난 때였다. 그녀는 당시 프로게이머로서 2년간의 외도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와 있었다.
처음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는 부담감 때문에 무척 망설였다고 한다. “당시는 학교도 마쳐야 했고 진로 문제도 있었기에 고민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스타리그에 대한 미련이 감독직을 수락하게 했다”고 심정을 밝혔다.
직접 선수로서의 생활을 경험했던 김 감독의 선수 관리 방식은 구속하지 않으면서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가능한 줄이는 것. ‘대회 준비하기, 같은 팀원의 연습 상대 해주기, 기상 시간 지키기, 말없이 외출하지 않기’ 등 선수들이 최소한의 원칙만 지켜준다면 가능한 의견을 많이 들어주는 편이란다.
하지만 요즘들어 경기 내용이 어이없고 형편없을 땐 부쩍 화도 많이 낸다고 한다.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는 연습해라, 청소해라, 이미지 관리 좀 해라 등…. ‘하지만 무엇보다 단체 생활이 중요한 만큼 약속을 지키는 것을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당부한다”고 김 감독은 말한다. 현재 삼성전자 칸은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 부문에서 총 11명의 정식계약 선수와 온라인 연습생 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팀이 경쟁팀”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김가을 감독에겐 특유의 승부욕이 엿보인다. 게다가 ‘가을의 전설’인 감독에게 힘입은 탓인지 최근 팀웍 또한 무르익어 가고 있다. 얼마 전 SK텔레콤T1을 상대로 첫 승을 거두면서 팀 전체가 상기된 분위기에 있는 것도 그런 증표 가운데 하나다. 계절은 이제 결실의 계절인 가을. 지난 1년1개월여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을 기대해 본다.
[굿데이] '홍길동 저그' 조형근, 2년만에 다시 떴다
'홍길동 저그'가 나타났다. 하루 사이에 서울의 동쪽과 서쪽을 오가며 승리를 따낸 선수가 있어 화제다. 한빛 스타즈의 조형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조형근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스튜디오에서 열리고 있는 '스카이 프로리그'에 참가, 전상욱을 이긴 뒤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강서구 등촌동 게임TV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겨 '게임TV 신인왕전'에서 승리를 따내는 신출귀몰한 묘기를 선보였다.
경기 내용은 더욱 극적이다. 조형근은 스카이 프로리그 전상욱과의 경기에서 본진을 서로 뒤바꾸는 난전을 펼친 끝에 승리를 따냈고, 게임TV 신인왕전에선 뮤탈리스크로 상대의 혼을 쏙 빼면서 '항복선언'을 받았다.
조형근의 경력도 이색적이다. 고등학교 때 첫 출전한 그는 2001년 스카이배에서 홍진호를 잡아내며 깜짝 신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돌연 잠적해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바로 대학 진학 때문. 1년간 수능에만 전념하며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에 진학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년 만에 다시 복귀한 그는 프로리그에서 2연승을 내달리며 한빛스타즈가 머큐리리그 1위를 달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