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요환이 형하고 결승전에서 한번 붙어보고 싶습니다.”
지난 8월 한국e스포츠협회(KeSPA) 공식 랭킹 1위에 오른 SK텔레콤 T1 소속 최연성(22) 선수가 KT-KTF 프리미어 리그에 참가하며 내민 출사표다.
ITU 텔레콤 아시아 2004와 함께 개막한 KT-KTF 프리미어 2차리그에는 임요환, 이윤열, 홍진호, 강민 등 대표적인 프로게임계의 ‘스타’들이 출전한다.
그중에서도 ‘최연성’이라는 이름은 큰 무게를 지닌다.
프로게이머 데뷔 1년여 만에 MBC게임 스타리그 3연속 우승, 온게임넷·MBC게임 등 방송경기 12연승, 여기에 프로야구에서나 보던 ‘연습생 신화’라는 극적인 요소가 그의 존재를 ‘전설’로 만들어가고 있다.
전북 익산 남성고등학교를 중퇴, 2002년 12월 28일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그는 당시 오리온 프로게임단에서 연습생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게임대회를 휩쓸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 같은 완벽한 이야기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는 “사실 게임을 끊기 위해 프로게이머가 됐다”고 고백했다. 중3 때 접한 스타크래프트 때문에 학업을 전폐할 정도가 되면서, ‘마지막으로 즐기고 게임을 끊어 보자’는 생각에 프로게임단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
그런 그를 진정한 프로게이머로 만든 것은 ‘테란의 황제’ 임요환 선수.
그는 “요환이 형의 프로 의식은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2001년 스타리그 결승전에 진출했던 임요환 선수는 전율 그 자체였다고 한다.
당시 준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 콧물이 뒤범벅된 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임 선수는 승리에 대한 ‘의지’가 무엇인지 보여줬다는 것.
임 선수와 같은 팀 동료가 된 그는 임 선수에게 기발한 전략, 심리전을 배우고 게임을 즐기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했다. 프로게이머로서의 직업 의식과 독기도 덤으로 물려받았다.
그는 “긴장감이 넘치는 상대와 큰 무대에서 맞붙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며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사람과 결승전을 즐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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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에 강한 정영주·조용호 우세 전망
온게임넷, 게임빌, 조선일보가 함께 연 온게임넷 챌린지리그가 어느덧 3주차를 지났다.
이제부터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 같은 승부.
4주차부터는 이전 주의 승자와 패자들이 각기 나뉘어 ‘승자전’과 ‘패자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승자전에서 승리하면 듀얼토너먼트 진출이 확정되지만, 패자전에서 패하는 프로게이머는 바로 탈락한다. 치열해지는 승부에 관전의 재미도 커질 전망이다.
7일 벌어진 3주차 경기에서는 김민구(KTF 매직엔스), 김현진(SK텔레콤 T1), 한승엽(소울), 박지호(플러스팀)가 승리를 거뒀다. 특히 김현진과 박경락(한빛스타스)의 테란-저그전은 골리앗과 뮤탈리스크의 혈전이 치열했던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4주차 승자전에서는 이재훈(GO팀) VS 정영주(팬택&큐리텔 큐리어스), 박정길(SK텔레콤 T1) VS 조용호(KTF 매직엔스)의 대결이 벌어진다. 또 패자전에서는 차재욱(KOR팀) VS 김준영(한빛스타스), 한동욱(KOR팀) VS 이재항(팬택&큐리텔 큐리어스) 경기가 예정돼 있다.
●이재훈(프로토스, GO팀) VS 정영주(저그, 팬택&큐리텔 큐리어스) 맵:레퀴엠
이재훈은 테란 킬러로서 명성이 높지만, 개인전 저그전 2승11패의 전적이 말해주듯 저그전에 오랜 약세를 보여 왔다. 정영주는 긴 공백을 깨고 온게임넷 데뷔전을 멋지게 승리로 장식한 ‘중고 신인’. 데이터는 분명히 저그 유저인 정영주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전장이 금번 시즌 사용되는 4가지 맵 중 프로토스가 저그 상대로 가장 할 만한 레퀴엠이라는 점이 이재훈에게는 위안이다.
●박정길(프로토스, SK텔레콤 T1) VS 조용호(저그, KTF 매직엔스) 맵:비프로스트3
SK텔레콤 T1 입단 후 드디어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한 박정길은 예선 등 비공식전에서 11승4패의 저그전을 기록하는 등 저그에게 상당히 강한 프로토스이다.
그러나 상대는 ‘1년에 한 번 프로토스에게 진다’는 프로토스 특급 킬러 조용호.
맵 역시 프로토스의 약세를 감안해 수정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저그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는 비프로스트3라 55:45 정도로 조용호의 우세를 예상.
●차재욱(테란, KOR팀) VS 김준영(저그, 한빛스타스) 맵:펠렌노르
테란이라는 종족의 느리고 단단한 특성을 잘 구현하는 차재욱은 장기전과 난전이 예상되는 펠렌노르 맵에서의 저그전이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김준영도 좋은 경기를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펠렌노르 맵은 저그가 테란을 상대하기에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무난한 맵이기 때문.
예선에서 수퍼스타 강민을 잡고 파란을 연출한 신예 김준영이 본선 무대에서의 긴장감을 얼마나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한동욱(테란, KOR팀) VS 이재항(저그, 팬택&큐리텔 큐리어스) 맵:머큐리
물량보다는 소수 병력의 정교한 컨트롤로 곧잘 저그를 요리해 경기 스타일상 ‘제2의 임요환’이라는 별칭을 얻은 한동욱은 저그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비록 첫 경기는 아쉽게 패했지만 자신감 회복과 더불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오래된 저그 유저 이재항이 저그에게 다소 힘겨운 머큐리 맵에서 어떤 전략으로 한동욱을 상대할지가 관건이다.
(엄재경 온게임넷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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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테란의 부활… 우승까지 간다”
“우승이요? 아직 장담을 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볼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KT-KTF 프리미어리그’는 개막전부터 ‘이변’을 연출하며 한 프로게이머의 귀환을 알렸다.
바로 ‘불꽃 테란’ 변길섭(20·KTF) 선수. 변 선수는 이날 개막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인 온게임넷 질레트 스타리그 우승자 ‘완성형 저그’ 박성준(POS) 선수를 물리치고 첫 승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통상의 연습 대신 박 선수를 상대로 가상 연습(이미지 트레이닝)을 여러번 해봤을 뿐”이라고 소감을 간단히 밝혔다.
사실 그는 지난 2002년 ‘네이트 스타리그’ 우승 이후 번번이 각 대회 본선 진출에 고배를 마시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그의 ‘부활’은 눈부시다.
또한 그는 최근 온게임넷과 MBC게임 양대 스타리그 본선에 진출했고, 특히 대저그전에서 최고의 기량을 펼치고 있다. 그의 닉네임이 말해주듯 바이오닉(마린, 파이어뱃 등) 병력은 경기마다 불꽃을 뿜고 있다.
변 선수는 그동안 깊은 슬럼프의 원인에 대해 “지나치게 맹목적인 연습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슬럼프 동안 밤새 연습을 거듭했지만, 예전의 기량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고민 끝에 연습량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며 실마리를 차분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컨트롤과 센스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그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하며 전략에 대한 사고와 이기겠다는 정신력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이전 승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스타리그에서 그는 바이오닉 2부대로 성큰 8기를 뚫는 경이적인 돌파력을 보여줬다. 게임에 대한 ‘생각’을 한 단계 넓힌 그가 노리고 있을 ‘다음 목표’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