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을 위해서라면 더 뛰어야죠."
'8·31 대타협'을 이루어낸 한국e스포츠협회 산하 게이머협의회 회장 김은동 감독(사진). 게임팬들에게는 프로게임단 SouL의 감독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프로게이머의 대부'로 불릴 만큼 항상 선수의 편의와 후생을 대변해 왔다. 이번 대타협도 그의 지극 정성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다.
"선수들이 혹사당하는 모습을 두고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동안 선수들은 양대 방송사 리그를 치르면서 15개 정도의 맵을 준비해야 했다. 지난해에 이미 합의한 스토브리그도 올해 스케줄이 빡빡해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경기 중에 실신하는 선수도 생겼다. 선수 보호를 위한 결단이 필요했다.
"'8·31 대타협'은 선수들의 처우개선에 관한 큰 합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합의로 선수들과 팬들의 숙원이던 양대 게임방송사의 맵이 통합되고, 프로게이머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스토브리그도 3월과 10월로 정착된다. 이 기간 중 트레이드와 드래프트도 시행될 예정이다. e스포츠가 진정한 프로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상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다행입니다." 이번 합의는 방송사와 선수협의회가 서로 한발씩 양보해 이루어졌다. 그동안 방송사 중심으로 리그가 운영되면서 선수가 뒷전으로 내몰리는 기형적 구도에서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합의로 인해 큰 짐을 덜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은동 감독은 "아직 할일이 태산"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는 프로게임계가 더 탄탄해지려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2003년 취임 당시 대기업 참여 유도를 공약으로 걸었습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더 뛰어야죠."
최연소 여성프로게이머 '낭랑 18세' 이지수
'최연소 여성 프로게이머 탄생.'
서지수(SouL) 염선희(팬택앤큐리텔)에 이어 세번째 현역 여성 프로게이머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87년생 토끼띠 이지수(17·SouL·사진). 셋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려 우리 나이로 치면 '낭랑 18세'소녀다. 주종족은 프로토스.
그는 12세 때 컴퓨터학원을 다니며 스타크래프트를 배웠다. 남학생들에게 지는 것이 싫어 하루 40∼50게임씩 연습할 정도로 악착같이 매달렸다.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를 결심하고 프로게이머의 길을 택했다.
입단 과정은 매우 색다르다. 서지수를 좋아해 팬클럽회원으로 행사를 따라다니다 코치의 눈에 띄어 테스트를 받았다. 조금만 다듬으면 대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김은동 감독의 판단에 따라 OK 사인이 떨어졌다.
본격적으로 연습에 매진한 기간은 불과 한달. 경험이 미천하니 다음에 도전하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2일 대회 예선에 처음 참가했다. 결과는 1차전 탈락. "남성 게이머들과 실력차가 많이 나더라고요.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오기가 생겼어요."
프로게이머가 되자 팬카페도 생겼다. 2주 만에 3개가 만들어졌고, 회원이 모두 1,000여명에 달한다. 코요태의 보컬 신지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외모가 팬들의 관심을 끈 것. 하지만 그는 팬들의 사랑이 부담스럽다.
여성 게이머보다는 '게이머 이지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는 "지수 언니와 스타리그에서 멋진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조심스레 최종 목표를 밝혔다.
[SKY프로리그2R] 이통사 빅매치 SK '싱거운' 복수
"복수는 짧고 화끈하게!"
SK텔레콤과 KTF, 양대 이동통신사의 자존심 대결은 10분 만에 판가름났다.
지난 4일 서울 삼성동 메가스테이션에서 벌어진 스카이 프로리그 2라운드 새턴리그에서 SK텔레콤 T1이 KTF 매직엔스를 2-0으로 완파했다.
일반적으로 라이벌팀 간의 대결은 엔트리에 대한 신경전으로 시작해 치열한 공방전이 오고가기 때문에 경기시간이 길어지기 마련. 하지만 SK텔레콤의 초반 '올인 전략'이 적중, 경기는 화끈하게 마무리됐다. 9분55초 만에 끝난 두팀의 맞대결은 프로리그 역사상 최단 시간 경기기록으로 남게 됐다.
#1. 이적생의 보답〓4분
SK텔레콤의 주훈 감독과 KTF 정수영 감독의 첫 카드는 성학승과 김민구였다. 성학승은 지난 7월 SK텔레콤에 새 둥지를 튼 이적생이고, 김민구는 최근 각종 대회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KTF의 기대주다. 엔트리만 놓고 보면 김민구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성학승은 주훈 감독의 기대에 200% 부응했다. 김민구가 장기전을 생각하며 해처리를 늘리자 그 틈을 파고들어 저글링과 성큰 콜로니로 러시를 감행, 승리를 따냈다. 경기시간은 단 4분. 이로써 성학승은 SK텔레콤 이적 후 2연승을 기록, 연봉값을 톡톡히 해냈다.
#2. 사령관의 결단〓5분45초
이창훈은 SK텔레콤 팀플레이의 주축이다. 그는 김성제와 호흡을 맞추며 SKY프로리그 1라운드에서 6연승을 달렸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는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이자 주훈 감독은 박용욱과 호흡을 맞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였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이창훈은 조용호의 의도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조용호가 초반 병력 생산에 태만한 모습을 보이자 드론 4기를 이끌고 본진에 성큰 콜로니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박용욱의 질럿이 보충돼 합동 공격을 펼치자 조용호와 강민은 힘도 써보지 못하고 항복을 선언했다. 팀플레이 사령관 이창훈의 경기 조율이 빛을 발하면서 SK텔레콤은 승리를 확정지었다. 프로리그 팀플레이 사상 가장 짧은 경기였다.
주훈 감독은 "에이스인 임요환과 최연성을 출전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승리해 더욱 기쁘다. 특히 팀내 저그들이 살아 나고 있어 기폭제가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양팀간의 프로리그 맞대결 전적은 1-1, 타이를 이뤘다. 이날 승리로 SK텔레콤은 2승1패를 기록해 2위를 고수했고, KTF는 1승2패로 2계단 떨어진 4위로 처졌다.
한편 팬택앤큐리텔은 SouL을 2-0으로 꺾고, 3연승을 기록해 조 1위를 지켰다.
남윤성 기자 thenam@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