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미와 깐깐한 프로근성이 무기
‘워크래프트3 리그’에서 슈마지오는 골수팬이 많은 팀이다. ‘워2 리그’ 출범 초기부터 명성을 날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전지윤 선수는 지난 2002년 ‘워3’ 개인리그 원년 대회 격인 ‘온게임넷 워3 1차리그’에서 우승한데 이어 다음해 2차 리그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MBC 워3 프라임4’에는 주전 4명이 모두 본선에 올랐다. 이중 오창정 선수는 3승1패를 기록하며 8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선수가 ‘스타크래프트’ 리그 출신이어서 경기 운영 능력 등 노련미와 프로 근성 면에서는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한 때 ‘워3’의 지존으로 불린 전지윤에서 해설가로도 활동 중이며 팀내 플레잉코치 역할을 맡고 있는 김동준과 떠오르는 휴먼 오창정 등 쟁쟁한 선수가 많지만 슈마지오는 늘 ‘2% 부족한 팀’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두가지다.
팀리그 첫 대회인 ‘슈마배 워3 팀리그’에서 예상 외로 1승 3패의 성적으로 예선 탈락했다. 2번째 대회인 이번 ‘hello apM 워3’에서 또 다시 1승 2패에 4강 좌절이라는 쓴 맛을 봤다. 간판인 전지윤 선수는 지난해 개인리그 준우승 이후 장기적인 슬럼프에 빠져 이렇다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조규남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실력과 마인드는 출중하지만 팀워크가 부족하다는 것과 팀의 기둥이자 에이스로 내세울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라고 말했다.
팀리그에서 충격의 2연속 예선탈락이라는 아픔을 겪으며 슈마지오 워3 선수들은 깨달은 바가 많다. 팀리그는 개인의 능력보다 팀웍이 중요하다는 점과 개인의 자만심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되는지 알게 됐다.
김동준 선수는 “팀원마다 실력이 있고 자신감도 많지만 이를 너무 믿고 나태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인리그보다 팀리그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예선탈락이 확정된 후 슈마지오는 프로팀 이전인 클랜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오랫 동안 클랜 ‘렉스’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함께 프로로 전향했기 때문에 팀웍에 문제가 있다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가장 믿었던 곳에서 허점을 발견한 것이다.
최근 슈마지오는 주전급 선수 1명을 내보냈다. 팀웍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새로운 스폰서만 확보되면 모든 팀원을 스타리그 선수처럼 합숙 체제로 만들려고 계획중이다. 선수 모두 합숙 훈련에 대한 각오는 대단히높다.
정상을 밟아본 경험 많은 선수와 떠오르는 신예, 그리고 실전과 이론을 두루 갖춘 전략가까지, 여기에 종족도 휴먼에서 언데드를 망라해 4종족이 고르게 분포돼 있는 슈마지오는 팀워크라는 부족한 2%만 채우면 더이상 거칠 것이 없는 팀이다.
나도 한마디
김동준(23) 우리 팀은 모두 실력은 좋은데 배짱이 부족한 것 같아요. 믿었던 선수가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도 팀 성적 부진의 큰 원인이겠죠. 두번의 예선 탈락이라는 좌절감을 맛본 후 모두들 느낀 점이 많아요. 다음 시즌에는 정말 달라진 모습 보여드릴께요.
전지윤(22)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예선은 통과해도 본선에서는 성적이 영 신통치 않네요. 선수마다 가끔씩 게임에 흥미를 잃을 때가 오는데 이런 시기를 잘 넘겨야 할 것 같아요. 마인드도 새롭게 다졌고 이제는 다시 이기는 게임을 할 때가 됐어요.
전영현(22) 이번 MBC프라임4에서 2승3패로 끝냈어요. 너무 아쉬워요. 조금만 더 잘 했으면 본선 진출도 가능했는데요. 최근 제 종족인 언데드가 여러 면에서 좋은 성적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다음번에는 꼭 8강을 넘어 결승까지 가볼래요.
오창정(21) 다 같이 모이는 시간이 적어요. 직접 만나 경기 얘기를 나누고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팀 웍을 쌓아가야 하는데 배틀넷에서만 통하니 말이죠. 특히 팀리그에서는 서로를 너무 믿다 보니 개인리그에 비해 신경을 덜 쓰는 점이 많이 보여요.
김홍재(20) 예선 때는 열심히 하는데 본선만 올라가면 긴장이 풀리고 정신 상태가 헤이해져 좋은 결과를 못 거둬요. 고쳐야죠. 우리 팀은 한 클랜에서 오래 생활해 서로 뜻은 잘 맞는데 현재는 확실한 에이스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아쉬워요.
임동식기자(임동식기자@전자신문)
발행호수 : 18 호
신문게재일자 : 200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