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테란'과 '카리스마의 프로토스'.
영웅토스 박정석
미스터 벙커링 나도현
나도현(한빛)과 박정석(KTF)이 9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질레트 스타리그' 준결승에서 5전3선승제의 승부를 펼친다. 두어달 전만 하더라도 이들의 대결에서는 대부분 박정석의 우세를 점쳤을 것이다. 그러나 실신 사건 이후 엄청나게 강해진 나도현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팬들의 예측은 50대50. 그 흔한 맞대결 전적 하나 없다. 자세히 따지고 보면 승부 예측은 더욱 어렵다.
'실신 사건'이후 승률 82% "첫 우승 GO!"
◆'화제의 연속, 남은 것은 우승 뿐이다'
올초 극단적인 초반 승부로 '미스터 벙커링'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나도현.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 5월14일 16강 박태민(슈마GO)전 직전 실신 사태로 다시 한번 최고의 화제 인물이 됐다.
가벼운 결핵 증세에 따라 숙소 생활을 포기했을 뿐더러 집안의 만류로 훈련도 거의 최근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기절 이후 각종 대회에서의 승률은 무려 81.8%(9승2패)에 달해 주위를 경악시켰다.
게다가 집에서 쉬는 동안 익혔다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다시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 훈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경기 상황을 머리 속에서 무한히 반복하며 승리 공식을 만들어낸다는 것.
그 어떤 선수도 이렇게 많은 이슈를 양산해낸 적은 없다. 이제 남은 것은 결승과 우승 뿐.
준결승에서 프로토스를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한다. 나도현은 이미 16강에서 김성제, 8강에서 박용욱 등 잘 나가던 SK텔레콤의 프로토스 2명을 꺾었다. "지난 시즌 준결승에서 전태규(KOR)에게 0대3으로 진 뒤 한동안 프로토스전 훈련만 했다"고 밝혔다.
죽음의 조 뚫고 명성 확인 "Again 2002!"
◆'되찾은 강력함, 마지막일 수도 있다'
요즘 게임리그에서 '이름값'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변과 파란의 질레트 스타리그에서 자신의 명성을 지킨 선수는 박정석 하나 뿐.
전적을 살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16강에서는 지난 대회 우승자 강 민(KTF)과 최연성(SK텔레콤), 이병민(SG패밀리) 등의 '죽음의 조'를 뚫고 올라왔다. 이어 8강에서는 스타리그 두번째 우승을 노리던 이윤열(SG패밀리)에게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홍진호, 변길섭, 강도경 등 당대 최강들의 틈바구니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임요환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지난 2002년 스카이 스타리그를 연상케 한다.
나도현과 마찬가지로 만신창이가 된 몸상태로 여기까지 버텼다는 사실이 큰 화제였다. 박정석은 고질적인 목과 허리의 디스크로 인해 장시간 의자에 앉아있는 것조차 힘든 상태.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게이머 생활을 잠정 중단하고 치료에 전념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대한 희망과 집중은 더욱 강력하다.
< 전동희 기자 temp@>
준결승 승부포인트
엽기 '벙커링'전략 나올까
▶서로를 잘 안다?
나도현과 박정석은 지난해까지 한빛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처지라, 상대 스타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이 점은 서로에게 큰 부담인 듯.
박정석은 "심리 상태까지 속속 알고 있다는 것이 더 힘들다"고 털어 놓았다. 나도현은 "박정석의 게임 스타일이 많이 변했다"며 슬쩍 물러났다.
초반 심리전에서 승부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환자 시리즈다?
박정석은 디스크 증세 때문에 한 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통증이 찾아온다. 나도현 역시 두어시간 게임에 매달리면 식은 땀이 나며 어지럽다고.
따라서 이번 준결승은 사상 가장 처절한 '체력전' 양상을 보인다. 5판까지 승부가 펼쳐지는 날에는 어느 한쪽이 기절해도 놀랄 것은 아니다.
▶엽기 시리즈다?
'벙커링'으로 대변되는 엽기 전략은 나도현의 전매 특허. 그러나 박정석은 "엽기 전략은 자신이 없는 경기에 사용하는 것"이라며 "나도현은 승리를 자신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전략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현은 반대로 "박정석이 기발한 전략으로 승부를 걸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자신이 벙커링을 사용할 지에 대해서는 싱끗 웃으며 늘 똑같은 대답을 내놓는다. "안 한다는 보장은 없다."
▶지원군이 승패를 가른다?
이들의 훈련 상대 역시 경기 예측에 근거한다. 박정석을 도와주는 대표적인 선수는 KOR 차재욱이다. 최근 가장 탄탄한 경기 운영을 보이고 있는 테란 유저. 여기에 '테란' 강 민 등 팀 멤버들이 매달리고 있다. 나도현 진영은 '전략적 토스의 원조' 이재훈(슈마GO), 물량에서는 둘째가 서러운 신예 박지호와 오영종(이상 플러스) 등이다.
▶꽃미남 대결이다?
이들은 프로게이머 중 잘 생긴 외모가 손에 꼽힐 정도. 그러나 박정석은 남성 팬의 비율이 높은 편이고, 나도현은 여성 팬이 주류를 이룬다.
따라서 메가스튜디오에서 굵직한 바리톤과 날카로운 소프라노의 응원 대결도 기대하게 됐다.
오늘의 스포츠 <9일>
◆ 질레트 스타리그 준결승
나 도 현 (테) - 박 정 석 (프)
<오후 7시, 메가스튜디오>
* 5전 3선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