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회원수 50만명...게임을 스포츠로 만든 '스타크' 귀재
[e-스포츠를 만드는 사람들 ②] 국가대표 프로게이머 임요환
김민규(ykmky) 기자
e-스포츠 팬들에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게이머를 꼽으라면 누굴 꼽을까. 대부분은 임요환(24.SK텔레콤),그의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 탄성을 자아내는 게임 플레이,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전략 등은 왜 그가 국가대표 프로게이머인가를 말해준다.
세계게임올림픽인 월드사이버게임즈(WCG) 2연패, 게임리그 7회 우승, 통산전적 600전 370승 230패 등 그가 거둔 성적은 국내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팬카페 회원수는 49만명에 육박해 웬만한 연예인, 스포츠 스타를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임요환은 국내 최대 이동통신업체 SK텔레콤을 e-스포츠에 참가하게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e-스포츠의 관계자 밎 팬들은 임요환에 대해 "그가 없었다면 지금 처럼 e-스포츠는 크게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임요환이 탈락하면 리그의 흥행은 미지수다", "그의 플레이는 신이 내려줬다", "황제란 칭호가 아깝지 않다"는 등의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사실 국내 e-스포츠에서 임요환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그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평소보다 시청률이 몇 배 뛰고, 그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수천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그는 지난 5월에 세계적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소개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프로게이머가 됐다.
"e-스포츠 역사에 남고 싶다"
▲ 선수 임요환. 그는 "프로게이머 역사에 남고싶다"고 말했다. ⓒ2004 김민규
임요환의 꿈은 팬들의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는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 물론 현재 상황만 보더라도 그 꿈은 실현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많다. 내가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동안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가 아닌 정식 스포츠가 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e-스포츠란 말 자체가 맘에 들지 않다. 스포츠면 스포츠지 e란 단어가 필요없다고 본다. 팬들을 모으고, 선수는 결기를 펼치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스포츠가 아닌가?"
그는 e-스포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사실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게임전문 방송사를 통해 중계되는 e스포츠 리그의 경우 10대와 20대 남성 시청자만 놓고 보면 지상파 방송사를 압도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게임전문 채널인 온게임넷만 해도 지난 2003년 한 해 13~25세 남성(남자 중, 고, 대학생)의 전체 케이블 시청률이 100%라 했을때 만화, 드라마, 영화, 스포츠채널을 제치고 전체 87개 케이블 TV채널 중 점유율이 10.52%로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임요환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0살까지 프로게이머를 하고싶다"며 "내가 활동하는 동안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스포츠로 반드시 만들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프로게이머 임요환과의 인터뷰 전문.
-프로게이머를 하게된 동기는?
"98년 8월,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공부하러 친구네 집을 갔는데 친구가 새로나온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 게임이 바로 스타크래프트였다. 친구가 하는 것을 뒤에서 유심히 지켜봤는데,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게임과는 많이 달랐다. 재미가 있을것 같아 시작했고, 그결과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원래 게임을 좋아했나.
"좋아했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오락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즐겨 하던 게임은 '킹 오브 파이터즈'와 '철권' 같은 대전 게임이었다"
-프로게이머가 된것을 후회한 적은 있나?
"없다. 좋아서 시작한 것이고 내가 선택한 것인 만큼 후회는 없다"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연봉 관리는 어떻게 하나?
"모두 저금했고 부모님이 관리 해주신다. 돈이 필요할때 부모님께 말해 타서 쓴다"
▲ "남은 선수생활 동안 e-스포츠의 규모를 키워 모든 팀이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터를 닦을것이다" ⓒ2004 김민규
-스폰서가 없는 팀들의 선수들은 연봉이 없다. 어떻게 생각하나?
"스폰서가 없는 팀의 선수들 대부분이 연봉을 못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는 커져가고 있다. 최근 대기업의 참여가 늘고 있으며, 이는 기업들이 e-스포츠의 가능성을 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를 계기로 11개팀 모두가 기업의 후원을 받았으면 좋겠다. 나의 목표 중 하나도 남은 선수생활 동안 e-스포츠의 규모를 키워 모든 팀이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터를 닦는 것이다"
-프로게이머로 성공했다. 성공 비결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사실 프로게이머들의 나이는 한창 놀 나이다. 하지만 그것을 자제하고 극복한다면 좋은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달 용돈은 어떻게 되나.
"액수를 정확히 밝힐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이 쓰는 편이다. 팀의 주장이다보니 팀원들에게 밥을 사는 일도 많고."
-현재 여자친구가 있나.
"없다. 전에 여자친구를 사귀었는데 선수 생활을 하다보니 시간이 없어 신경을 많이 못 써줬다. 그래서 헤어진 것 같다.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여자와 사귀고 싶다"
-어떤 여자와 사귀고 싶은가. 좋아하는 여자 텔런트는?
"나와 성격이 맞았으면 좋겠고, 나를 이해해 줄 수있는 여자와 사귀고 싶다. 이쁘면 더 좋겠다(웃음). 좋아하는 여자 텔런트는 김태희다.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매력적이다. 예전엔 이나영과 성유리를 좋아했는데 나이가 먹을수록 바뀌는 것 같다"
-김태희와 만나는 기회가 생긴다면?
"부끄러워 피할것 같다. 콧대도 높을것 같고, 너무 완벽해 부담스러울것 같다. 하지만 보고는 싶다"
-프로게이머를 하는 동안 보람을 느꼈던 적은.
"게임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보람을 느낀다. 또한 e-스포츠를 스포츠라 부르는 팬들을 보면 상당히 뿌듯하다"
-팬 회원수가 50만명에 육박한다. 부답스럽진 않은가?
"사실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임요환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군대는 최대한 늦게 가겠다"
ⓒ2004 김민규
-현재 나이가 만24세다. 군대 문제는 어떻게 됐나.
"프로게이머들의 가장 큰 고민은 군대 문제다. 아직 정부가 프로게임을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아 국가대표로 세계게임올림픽에서 우승해도 아무런 해택이 없다. 이러한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어쨌든 최대한 군대를 늦게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일단 올해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진학해 연기를 할 것이다. 2007년까지는 프로게이머를 할 생각이다."
-하루 게임 연습량은.
"평균 10시간 정도다. 오후 1시에 일어나서 새벽 2~3시 까지 연습을 한다"
-10시간 동안 게임을 하면 어깨와 팔에 무리가 갈텐데.
"오랫동안 앉아서 게임을 하다보니 어깨와 팔이 아플때가 많다. 하지만 팀의 주치의 누나도 있고, 아침 운동을 통해 팔과 어깨의 근육을 풀어준다"
-최근 전성기때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심신을 단련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 게임을 하기 위해선 체력이 필요하다. 최근 운동을 꾸준히 한것이 효과가 있었다. 또한 대회에 나가 머리속에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넣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게임외에 취미 활동이 있나?
"인터넷 쇼핑을 많이 한다. 거기에서 옷과 신발, 가방 등을 산다. 밖에나가 쇼핑할 시간이 없어서 가끔 애용한다. 주말을 이용해 드라이브도 하는데 자주는 못한다. 예전엔 비디오게임도 많이 했다. X박스의 대전 게임 '데드 오어 얼라이브3'와 '맥어썰트'를 즐겨 했다"
-현재 국내 e-스포츠를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 많이 모자란것 같다. 정식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 많이 모자란것 같다. 또한 현재의 경기장은 너무 협소하다. 팬들은 많이 오는데 경기장이 감당하질 못한다. 전용구장의 필요성이 절실한것 같다.
또한 케이블 방송 외에 공중파 방송에도 e-스포츠를 다뤄 주었으면 한다. 국내 e-스포츠는 미국의 '메이저리그'나 'NBA'같은 세계인이 즐기는 메이저 스포츠로 자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우리 선수 모두는 그것을 해낼 자신이 있다. 최근 문광부 장관님이고 바꿨다고 들었다. 정부가 e-스포츠에 많은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다"
-힘들때는 어떻게 하나.
"힘들때 주훈 감독과 팀원들, 그리고 주치의 누나와 이야기를 하거나 술을 마시면 힘든게 많이 가신다"
ⓒ2004 김민규
-미래의 임 선수 아들이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e-스포츠가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면 반대다"
-포스트 임요환을 꼽으라면.
"최연성과 한동욱이다. 이 두선수의 기량은 정말 뛰어나다. 특히 한동욱의 스타일은 공격적인 면에서 나와 많이 닮았다. 한번 겨뤄 보고 싶다"
-앞으로의 꿈은.
"프로게이머 역사에 남고싶다. 축구에는 차범근, 농구에는 허재가 있듯이 스타크래프트에는 임요환이 있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프로게이머가 끝난 후에는 게임기획자가 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리니지'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해볼 생각이다."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menu=c10700&no=175595&rel_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