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1 경쟁률 뚫고 준프로 자격증 따내
독학으로 25세 입문…무소속 도전 쾌거
낮엔 회사원 - 밤엔 게이머 '이중 생활'
프로게이머에게 나이 스물다섯은 '정년'에 가깝다.
1초도 안 되는 빠른 시간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할 뿐더러 분당 300~400회에 달하는 키보드, 마우스 워크가 필요하기 때문. 그래서 집중력과 체력이 한참 좋은 10대후반~20대초반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스물다섯에 프로게이머의 세계에 입문한 선수가 있어 화제다. 지난달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최하는 '커리지매치'를 통과, 준프로게이머 자격증을 따낸 곽주훈이 그 주인공,
80년생, 2년전 현역에서 제대했다.
한술 더떠 지금은 스포츠센터에서 스쿼시 강사를 하며 프로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우연치않게 프로게이머 조정현이나 이근택 등과 친하게 지내다가 이 길로 접어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체계적인 지도없이 혼자서 게임을 익혔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의 게임 스타일은 잘 다듬어진 다른 게이머들과는 차이가 있다. 거칠고 단순하다. '성큰 러시'나 '4드론' 등에 어이없이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천부적인 감각과 스타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도 대단하다. 이번 커리지매치에서도 변형태나 안형준 등 프로게임팀 유망주들을 잇달아 잡는 등 30대1의 경쟁률을 돌파했다. 요즘같은 팀 훈련 체제에서 무소속으로 이 정도 성적을 낸 것은 '기적'이다.
그의 하루 일정을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오후 4~12시까지는 스포츠센터에서 일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밤세워 훈련한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오전 8시쯤. 그래서 훈련 상대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곽주훈이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한 것도 꽤 늦은 시기다. 지난 2001년 스타의 '스'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친구들과 4대4 팀플을 하다가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친구들은 '포톤 캐논'만 만들면 된다고 했는데, 정작 곽주훈이 건설한 것은 생김새가 비슷한 '배터리'.
오기가 생겨 밤새 훈련을 했다. 물론 다음날에는 혼자서 펄펄 날았다.
지난해부터 각종 대회 예선에 한차례도 빠짐없이 출전했다. 번번히 탈락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 나이에 무슨 게이머냐'는 소리가 듣기 싫어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에는 하루 한시간만 자고 훈련에 매달렸다.
그래도 곽주훈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직장에 다니니까 적당히 하자는 생각이 드는 거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게임에만 매달려야,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야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이번 여름 챌린지리그 등 각종 대회 예선을 다시 두들긴다. 방송대회에 하나라도 진출하는 경우 직장을 완전히 그만 둘 생각이다. 최근에는 헥사트론 드림팀에 연습생 자격으로 입단했다.
헥사트론의 이 대니어 감독은 "요즘 보기 드물게 열심히 살겠다는 생각을 가진 똑바른 친구"라며 칭찬이 대단하다.
그러나 그의 목표가 임요환같은 슈퍼스타나 억대연봉자는 아니다. "모든 게이머들이 그렇듯 스타리거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것에 후회없이 매달려보고 싶다. 게임을 떠나 내 인생에 큰 힘이 될 것 같다." < 전동희 기자 te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