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요? 제가 나설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요."
KTF 기업홍보팀의 KTF매직엔스의 운영담당 장기욱 대리(32·사진). 게임 팬들에게는 장기욱 KTF 감독대행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잠깐 KTF매직엔스의 감독대행으로 활동했던 그는 4년 동안 KTF 매직엔스의 프론트로 활약하며 현재의 KTF매직엔스를 '게임계의 레알 마드리드'로 만들어낸 숨은 공신이다. 올해 8월 중 개막하는 KT·KTF 프리미어 리그의 2차 시즌도 그의 작품. 프리미어리그 2차시즌은 예산규모만 10억원에 이르러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게임판'에 들어온 것은 게임리그나 E스포츠라는 말이 생소했던 2000년. 그는 당시 'n016'으로 이름 지어진 KTF 게임팀을 '매직엔스'로 바꾸며 프로 게임리그에 발을 들여놓았다.
"게임팀 담당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일단 자원했어요. 워낙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 그냥 돌진했던 거지요."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이라는 게임을 하면서 36시간 동안 PC방에 살기도 했던 경험이 그를 이끌었다. 4년 동안 40명의 프로게이머가 그의 손을 거쳐갔고, 2001년 국제 게임 챔피언십, 2002년 프로게이머 4대천황전, 나지트배 스타크래프트 리그 등에서 프리미어 리그까지 굵직한 대회가 그의 손을 거쳐 탄생됐다.
"KTF적인 생각이 E스포츠를 부흥시켰습니다."
한사코 회사의 공으로 돌리는 장대리의 생각 뒤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직원들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기업문화 덕분에 성과가 적어도 계속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 "결과만 놓고 따지면 게임팀이 없어질 게 뻔한데도 든든하게 밀어주니 스스로 참고 기회를 노리는 방법을 알게 된 거죠."
장대리에게는 요즘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 이동통신 라이벌인 SK텔레콤이 게임팀을 창단하면서 무한 경쟁 시대로 돌입했기 때문이다. 회사측의 관심도 높아지고, 게임팀을 활용한 KTF의 이미지 제고도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책임감 있게 팀을 운영해야죠. 레알 마드리드라는 애칭이 부끄럽지 않게 말이죠."
황재훈 기자
[스포츠 조선] [게임 & 피플] KTF 홍보실 장기욱 대리
지난 2000년에도 지금과 같은 e스포츠 열풍이 한차례 불었다. 당시 20~30개의 기업들이 팀을 창단하고 리그를 운영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팀을 지켜온 곳은 KTF 하나 뿐이다.
게다가 KTF는 지난해부터 홍진호와 이윤열, 박정석, 강 민의 잇단 영입과 억대연봉, 4대천왕전과 프리미어리그의 기획과 실무, 숙소 지원과 전지훈련 등으로 게임리그 붐 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모든 일들이 실무자 한명의 끈질긴 노력으로부터 시작됐다. KTF 기업홍보실의 장기욱 대리(32)가 그 주인공.
게임팀 관련 업무 5년째. 국내 최고의 게임리그 전문가로 손꼽히는 장 대리가 게임팀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지난 2000년이다. '게임팀 운영자를 뽑는다'는 말에 뒤도 안 돌아보고 자원했다. "게임을 워낙 좋아했다. 그리고 게임도 스포츠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장대리는 지독한 스포츠광이다.
처음에는 난관이 많았다. '유행탔다 사라지는 트렌드가 아니냐', '이동통신 기업이 왜 게임을 하느냐'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주를 이뤘던 것.
말 대신에 행동으로 그 이유를 보여줬다. 지난 2001년 중국에서 열린 정보통신 박람회에서 무선통신으로 프로게이머들의 대전을 실시했는데, 중국의 기업인들까지 입을 떡 벌리는 등 엄청난 호응을 얻은 것. 이후 게임은 각종 마케팅과 이벤트에서 엄청난 효과를 냈다. 그동안 게임팀 지원 업무는 KTF에서도 한직으로 꼽혔다. 게다가 최소 4~5명이 맡아야 할 업무를 혼자서 처리했다. 선수들의 뒤치다꺼리는 물론 인생 상담까지 하고 있다. 그러다가 진급까지 늦어졌다.
"일개 대리의 이야기가 나간다면 잘릴 지도 모른다"며 손사래를 치는 장대리는 "누구 하나가 잘 했다고 게임팀이 잘 됐겠는가. 앞서가는 사고 방식과 참고 기다려주는 KTF의 기업 문화가 없었더라면 게임팀이 벌써 없어졌을 지도 모른다"고 회사에 공을 돌렸다.
이같은 노력은 곧 결실을 맺게 된다. KTF는 하반기에 장 대리를 비롯해 4~5명으로 구성된 사무국을 발족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나선다.
< 전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