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 소리가 참 많이도 난다. 쥐소리가 아니었다.
마린이 죽을 때, 그리고 저글링이 치열한 전투에서 목숨을 다할 때 외국인 프로게이머 입에서는 어김없이 ‘찍’ 소리가 났고, 그 소리는 유닛의 죽음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지난달 25일 서울 포이동 한 연립주택의 4층에 자리잡은 헥사트론 드림팀 연습실에서는 끊임없이 ‘찍, 찍’ 소리가 흘러나왔다.
◇파란 눈의 외인구단
헥사트론 드림팀 선수는 총 10명. 그 중 절반이 외국인이다.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베르트랑(23·프랑스)을 비롯해 지난달 23일 헥사트론 드림팀에 합류한 댄 슈라이버(19·미국)까지 다섯명이 파란 눈을 번뜩이며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 유학을 하고 있다. 이 밖에 피터(23), 조엘(21·이상 호주), 브라이언(20·미국)이 있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 정기 리그가 열리는 한국은 외국인 게이머들에게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엘도라도’인 셈이다.
◇대표주자-베르트랑
벌써 한국생활을 한 지도 2년반이나 된다. 게임이 마냥 좋아 2001년 12월 홀어머니를 프랑스에 남겨둔 채 혈혈단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세월을 먹어버린 지금, 그는 여전히 꿈을 쫓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 국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적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는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게 목표다.
어느덧 절반은 한국인이 됐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자’는 좌우명에 걸맞게 한국말도 잘한다. ‘찍’소리를 주도하고 있는 게 바로 베르트랑이다. 경기할 때나 심지어 요리할 때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기로도 유명하다. 이유는 ‘그냥 멋있어서’.
선글라스를 벗으면 ‘프랑스의 신동엽’이라는 말을 떠올릴 정도로 두 눈이 약간 모여 있다.
평소에 스타크래프트 중계방송 외에는 TV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하리수나 이효리가 나오면 어김없이 TV 수상기 앞으로 다가앉는단다.
성실하게 자신이 버는 돈을 프랑스에 계신 어머니에게 송금한다고 해 ‘효자 테란’이라는 별명이 있다. 좋아하는 음식으로 ‘꽃등심’을 꼽았다.
◇다른 유학생들
피터는 지난 5월 22일 스카이 프로리그에서 ‘테란 황제’ 임요환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았다. 마치 영화배우 같은 외모를 자랑한다. 얼굴은 완전히 외국인이지만 음주 습관은 딱 한국인이다. 언젠가 한자리에서 밤을 새워가며 소주를 무려 7병이나 마셔 주당으로도 소문이 났다.
조엘은 쥬라기원시전 선수로 활동하다 현재는 드림팀의 코치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에 온 지 6개월된 브라이언은 연습생 신분으로 스타크래프트 연마에 매진하고 있다. 댄은 분위기 적응이 급선무다.
스타크래프트가 언어인 까닭에 외국인 선수들과 한국 선수들의 의사소통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한국 선수들은 반 영어로, 외국인 선수들은 반 한국말로 뜻을 전한다. 숙소에서 식사당번도 순서대로 철저히 지키는 등 내외국인이 조화된 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이대니어 감독은 전직 영어강사 출신으로 외국인 선수들을 자상하게 보살피고 있다.
황희창기자 teehee@
===============================================================================
찍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