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박경락(한빛스타즈). 오죽했으면 별명이 '공공의 적'일까?
박경락은 2002년 난데없이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등장, 프로게이머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테란·프로토스를 가리지 않고 승리를 따내는 괴력에 넋을 잃은 동료들은 그를 '공적 1호'로 지목했고, 별명은 '공공의 적'이 됐다.
그의 전성기는 파나소닉 스타리그, 올림푸스 스타리그, 마이큐브 스타리그에서 3회 연속 4강에 오르는 등 2002년 말부터 약 1년 동안 지속됐다. 이후 NHN 한게임 스타리그 16강에서 탈락, 개인전에서 더 이상 얼굴을 비추지 않던 그가 스카이 프로리그에서 부활했다. 지난 19일 플러스와의 경기에서 1승을 추가하며 개인전 4연승을 마크, 스카이 프로리그 개인전 1위로 화려하게 재등장했다.
"연습하느라 잠도 자지 않았다. 오늘도 잠을 못 자서 경기 도중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경기장을 내려온 박경락의 소감은 간단했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기 때문에 연습밖에 남은 것이 없었다. "기록은 의식하지 않는다. 프로리그 말고는 출전하지 못하니까 여기에 목숨을 걸고 게임하는 것뿐이다. 너무 부끄럽다."
"경기 도중 안일해지다가 정신이 갑자기 번쩍번쩍 들어요." 박경락은 무표정한 얼굴에 감정기복이 거의 없는 편이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대화를 통해서는 알 수가 없다. 오로지 경기 내용으로만 말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손이 빨라지고 게임 내용이 한 템포 빨라지더니 단번에 상대를 쓰러뜨렸다.
이제는 인터뷰를 통해 슬럼프에 빠졌던 자신에게 '강력한' 주문을 걸고 싶단다. "열심히 하겠다. 너무 부진해서 팀과 나 자신에게 면목이 없었다. 지금은 일단 팀의 프로리그 우승에 견인차가 되고 싶다."
황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