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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5/18 16:33:14 |
Name |
hoho9na |
Subject |
[스포츠조선] SK텔레콤 T1 창단 비하인드 스토리(3) |
[기자클럽] SK텔레콤 T1 창단 비하인드 스토리(3)
2편 말미에 약간 오버(?)를 했더니 3편 쓰기가 겁이 나는 군요. 어쨌거나 SK텔레콤 창단 비하인드 스토리에 보내주신 관심에 감사 드립니다.
이번 회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입니다.
전편에서도 언급했지만 임요환 측과 SK텔레콤이 협상을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협상 진행이 지지부진했었고, 이대로라면 언제까지라고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당초 SK텔레콤의 팀 창단은 5월 중순 이후에 공식 발표될 예정이었다더군요. 또 모르죠,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더라면 아예 올 하반기나 무기한 연기가 됐을 지도.
상상해 보십시오, 아직까지도 4U 유니폼을 입고 게임리그에 출전하는 임요환과 최연성의 모습을.
그 동안 '게임 팀 창단 무기한 연기'는 비일비재했습니다. 제가 지난 2년 동안 게임담당을 하면서 게임 팀 창단을 검토하거나 실무자들 선에서 협상이 이뤄진 일은 수십여 건에 달합니다. 30대 기업에 꼽히는 기업들이라면 거의 빠짐없이 포함이 됐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게임 팀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서너 곳에 불과합니다. 숱한 기업들이 게임 팀 창단을 검토하고,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소문이 나고, 팬들을 기대하게 했지만 번번히 창단은 무산되거나 연기됐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 동안 게임 팀 창단이라는 것은 그만큼 '민감하면서도 민감하지 않은' 문제였던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 젊은 실무자선에서는 적극적으로 검토되지만, 막상 최종 결제 라인 쪽으로 올라가면 단번에 무시되기 일쑤였습니다. 특히 확인되지 않은 창단설과 같은 것은 '윗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가능성이 많았던 겁니다.
일부 관계자들은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과의 접촉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곤 하죠. SK텔레콤도 마찬가지 었습니다. 특히 SK텔레콤이 게임 팀을 창단할 경우 파생되는 효과를 감안하면 그 어떤 곳보다도 신경을 쓰고 조용히 기다릴 수 밖에는 없었던 겁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SK텔레콤의 팀 창단은 정반대의 이유로 인해 급 물살을 타게 됩니다. SK텔레콤 한 관계자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온 '게임 팀과 접촉 중'이라는 정보가 난데없이 한 매체에 의해 기사화된 것 입니다.
짧막한 기사에 불과했지만 여파는 상당했습니다. 순간적으로 SK텔레콤과 임요환에게 몰리는 관심이 엄청나게 증폭된 겁니다.
그때 저도 한가지 느낀 것이 있습니다. 이제까지 게임리그라는 것이 일부 청소년들만의 관심사로 평가절하되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사회 각 분야에서 보인 관심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어쨌거나 SK텔레콤 내부에서도 난리가 났습니다. 어찌 보면 SK텔레콤은 "게임 팀 창단을 고려치 않고 있다"고 살짝 발을 빼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다른 기업과 스케일이 달랐습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한동안 뒤로 밀려났던 게임 팀 창단 문제를 일사천리로 처리하기에 이릅니다.
딱 한 달이었습니다. 선수와 감독, 코치 연봉은 물론 팀 이름과 로고, 유니폼, 숙소, 차량 등 숱한 문제들이 풀려나갑니다.
주 훈 감독도 이때는 게임 리그보다 창단 작업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밤샘 회의를 밥 먹듯 했고, 여러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여기저기 발로 뛰어 다녔습니다. 몸은 피곤했었겠지만, 주 감독의 눈빛은 번쩍번쩍 빛났습니다. 목소리에서는 자신이 넘쳤습니다.
팀 창단 직후 T1 선수들이 프로리그에서 연패를 기록하기도 했었는데,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이 당시 주 감독은 팀플이니 뭐니 팀의 전력적인 측면에는 신경을 쓸 틈이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마침내 4월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프로야구나 프로농구에서 볼 수 있는 성대한 팀 창단식이 열립니다.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때 주 감독이나 임요환 등 선수단이 어떤 감정을 느꼈으며, 주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관계자들이 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SK텔레콤과 같이 기업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게임 팀은 몰론 비록 아직까지 스폰서를 잡지 못했지만 꾸준히 리그에 출전하고 있는 팀들에게도 따듯한 시선을 보내 주십시오.
최근 1~2년 동안 현 11개 게임팀 감독들은 주 훈 감독과 같이 팀 창단 제안서를 들고 기업의 문턱을 수십번씩 드나들었습니다. 그리고 십중팔구는 '게임 팀이 도대체 뭐냐'는 싸늘한 시선을 받으며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SK텔레콤과 같이 게임 팀과 프로게이머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그 어떤 일이 쉽겠습니까만, 게임 팀 하나가 창단하기까지 그 뒤에는 관계자들의 이 같은 땀과 눈물을 있습니다. 선수들의 화려한 모습 뒤에 가려진 감독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 이 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게임리그는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사실 감독들이나 프로게임 관계자들에 대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참 많습니다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죠. SK텔레콤 T1 창단 비하인드 스토리, 이것으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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