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민규 기자]
여성 최초로 스타크래프트 본선 무대에 진출한 서지수가 승리에 문턱에서 아깝게 무릎을 꿇었다.
서지수(소울-테란)는 17일 서울 삼성동 세중게임월드에서 열린 MBC게임 4차 마이너리그에서 슈마GO의 박신영(저그)과의 대결에서 초반 과감한 공격으로 승기를 거의 잡았으나 한순간의 방심으로 경기에 패배하고 말았다.
경기의 맵은 데토네이션-F. 이 맵은 2인용으로 서로의 본진 앞마당 입구에 미네랄이 막고 있어 초반 승부를 보기 힘든 맵이다. 또한 가스멀티가 많아 저그에게 상당히 유리하다. 최근 테란과 저그가 이 맵에서 붙었을 때 저그가 다수의 멀티를 가져가며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테란에게 항상 우위를 점하였다.
불리한 맵에서 경기를 펼치게 된 서지수는 경기 전 "필사의 전략을 준비했다"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기 초반 서지수의 본진에 박신영의 드론이 들어와 가스러쉬를 시도했다. 서지수는 생각보다 빠른 드론의 정찰에 당황했으나 절묘한 타이밍으로 이를 막고 배럭을 2개와 아카데미를 지으며 바이오닉 체제를 구축해 나갔다.
박신영은 무난하게 앞마당 미네랄 멀티를 가져갔고 상대의 바이오닉에 맞서 럴커를 준비했고 서지수의 앞마당 앞에 오버로드를 두어 정찰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서지수는 마린8기-메딕2기-파이어뱃2기의 바이오닉 병력이 갖춰지자 SCV3기와 함께 박신영의 앞마당으로 달려갔다. SCV3기를 데리고 간 것은 그녀가 말한 필사의 전략으로 박신영 앞마당 입구를 막고 있는 미네랄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이는 장기전으로 갈수록 테란이 힘들어지는 이 맵의 특성을 파악한 것으로 이에 초반 과감한 돌파를 준비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빠른 러쉬에 당황한 박신영은 성큰을 지으며 방어에 힘썻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서지수는 자신의 병력으로 앞마당에 있는 성큰클로니를 파괴하고 본진까지 밀어붙여 다수의 드론을 잡아내며 승기를 잡아나갔다.
하지만 이 순간 박신영의 저글링 3기가 서지수의 본진에 난입해 SCV를 파괴했다. 서지수는 이를 막기 위해 본진에 있는 마린2기로 저글링을 잡았고, 박신영은 서지수가 자신의 본진에 있는 병력을 신경쓰지 못하는 사이 럴커3기와 저글링10기로 서지수의 병력을 모두 잡았다. 이후 자신의 모든 병력을 가지고 서지수의 본진으로 달려가 서지수의 병력과 건물을 파괴하며 승리를 가져갔다.
경기가 끝난 뒤 서지수는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 경기의 승기를 잡은 뒤 머리 속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마이너리그도 처음 올라갔고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연습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소울팀의 김은동 감독은 "정말 아쉬운 경기였다. 서지수가 조금만 침착했더라도 패배를 안 당했을 것"이라며 "아직 16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것처럼 서지수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서지수가 패배를 교훈삼아 많은 경험을 쌓는다면 훌륭한 프로게이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규 기자 (ykmky@vgl.co.kr)